박창수씨가 3일 오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이번에 발매된 시디들을 꺼내 보여주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하우스 콘서트’ 열어온 박창수씨
피아니스트 김선욱씨 등 공연실황
소장용으로 20여종 10장씩 제작
피아니스트 김선욱씨 등 공연실황
소장용으로 20여종 10장씩 제작
제작에서 유통까지, 한 사람이 도맡는 새로운 형식의 클래식 음반이 나왔다. 소규모 공연 연주 실황을 녹음해 한정제작 라벨을 붙여 인터넷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클래식 1인 독립음반 레이블이 생긴 것이다. 박창수(45)씨가 운영하는 ‘더 하우스 콘서트’ 레이블이다. 대중음악계에서 인디음악인들이 자체적으로 음반을 제작해 배급하는 방식을 클래식 음악에 도입한 것이다.
박씨는 2002년부터 자기 집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열어왔다. 이 공연을 녹음해 최근 첫 클래식 인디음반 <더 하우스 콘서트> 시리즈를 내놨다. 음반 하나하나 번호를 붙여 소장용으로 가치를 높였다. 가격은 1만원. 국내에서 클래식 음반이 1인 독립 레이블 형식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가 운영해온 서울 연희동 ‘집 공연장’은 클래식계에선 제법 유명한 명소다. 가정집을 그대로 공연장으로 쓰기 때문에 최대 수용인원이 50명에 불과하지만 실력파 연주자들의 공연이 월 한두 차례 열려 골수팬들이 많다. 내년 9월까지 공연 일정이 꽉 차 있다.
물론 돈은 안 된다. 해마다 박씨는 1천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번엔 독립음반까지 시도했다. 당연히 수익을 노리고 하는 일은 아니다. 하우스 콘서트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큰 몫을 했다. “공연장의 음악을 다시 듣고 싶다”는 요청이 끊이지 않아 아예 음반까지 내보기로 한 것이다.
박씨는 “듣는 이들이 원하는 음악, 현장의 느낌까지 교감하는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음반 제작을 염두에 두고 녹음을 해 왔지만, 시작하는 데는 오랜 준비가 필요했다. 마이크 각도만 바뀌어도 달라지는 음향을 제대로 녹음하기 위한 숙련 기간이었다. 그는 주요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는 것이 연주자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처럼 여기는 풍토를 아쉬워했다.
“실력을 증명하려고 직접 자기 돈을 들여서 레이블 로고가 박힌 음반을 만들기도 합니다. 실제 레이블들은 배급만 해주는 개인용 음반 수준이에요. 이런 것을 실력 증명서처럼 전시하는 분위기가 문제입니다. 증정용으로 만드는 음반 문화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박씨는 첫 음반으로 지금까지 했던 190여회의 콘서트 중 연주자들이 허락한 것들로 우선 20여 종의 음반을 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진·권혁주·구본주, 기타리스트 임정현 등이 음반의 주인공들이다. 연주회당 10장씩만 우선 찍었다. 음반 디자인, 시디 제작, 라벨 붙이기 같은 작업들을 박씨 하우스 콘서트의 관객이기도 한 자원봉사자 9명이 돕는다.
해외 클래식계에서는 이런 인디 클래식 레이블이 드문 경우가 아니다. 돈벌이가 되는 유명 아티스트에만 음반사가 몰리면서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직접 음반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유명 스타급 연주자도 자신이 원하는 레파토리를 음반사가 제작하기 꺼릴 경우 직접 음반을 만들기도 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테너인 호세 쿠라 역시 워너 뮤직 산하의 에라토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다가 본인이 직접 레이블을 차린 바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메이저 음반사의 유통 및 배급망을 빌리지 않아도 직거래가 가능한 것도 이런 ‘인디 레이블’의 등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 “공연자들 중엔 그날 공연이 완벽하지 않다고 거절하신 분도 계셨지요. 그렇지만 완벽함에 집착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호로비츠가 80대에 한 연주가 완벽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클래식 음반은 틀리지 않는 음에 집착해 기계적으로 보정한 ‘성형미인’들이 많아요. 오죽하면 ‘노 에디팅’(무편집)이란 딱지를 붙인 음반까지 나오겠습니까.”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해외 클래식계에서는 이런 인디 클래식 레이블이 드문 경우가 아니다. 돈벌이가 되는 유명 아티스트에만 음반사가 몰리면서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직접 음반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유명 스타급 연주자도 자신이 원하는 레파토리를 음반사가 제작하기 꺼릴 경우 직접 음반을 만들기도 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테너인 호세 쿠라 역시 워너 뮤직 산하의 에라토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다가 본인이 직접 레이블을 차린 바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메이저 음반사의 유통 및 배급망을 빌리지 않아도 직거래가 가능한 것도 이런 ‘인디 레이블’의 등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 “공연자들 중엔 그날 공연이 완벽하지 않다고 거절하신 분도 계셨지요. 그렇지만 완벽함에 집착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호로비츠가 80대에 한 연주가 완벽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클래식 음반은 틀리지 않는 음에 집착해 기계적으로 보정한 ‘성형미인’들이 많아요. 오죽하면 ‘노 에디팅’(무편집)이란 딱지를 붙인 음반까지 나오겠습니까.”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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