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음악프로듀서 와지마 도타로(45·왼쪽) 가수 배재철(39·오른쪽)
도쿄 무대 선 ‘소리잃은 테너’ 배재철씨
갑상선암으로 성대 절단 후 3년만에 재기
수술·재활 등 도움받고 ‘감동무대’로 보답 지난 24일 저녁 일본 도쿄 오페라시티 리사이틀홀에서는 아주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다. 2005년 10월 갑상선암 수술로 성대 신경이 끊어져 한때 목소리까지 잃어버린 비운의 테너 가수 배재철(39·오른쪽) 한양대 성악과 교수가 2년9개월 만에 공식 무대에 선 것이다. 그가 부른 노래는 화려한 오페라의 아리아가 아니라 <주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세계>라는 찬송가였지만 객석을 메운 200여명의 일본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는 앙코르곡 대신 앞으로의 다짐을 전했다. “자신이 놓인 상황이 너무 안 좋을 땐 누구나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합니다. 저도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이 상황이 길어져도 정진하겠습니다. 여러분 응원해주세요. 기도해주세요. ” ‘배재철 팬과 지원자의 모임-본인의 지금까지 경과와 현황보고’라는 제목의 이날 무대 1부에선 배 교수가 그동안 겪은 심적 고통과 재활 노력을 소개하고 2부에선 2003~2005년 일본 공연을 담은 디브이디가 상영됐다. 일본 여성팬 신도 게이코(67)는 “새롭게 받은 목소리도 깊이와 두께가 있는 울림이 있다. 그의 목소리도 인생도 모두 굉장하다”라며 찬사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날 따로 만난 배 교수는 “내가 일본 사람도 아니고 일본에서 큰 활동을 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기뻐해주는 것에 너무 놀랐다. 국경과 국적을 따지지 않는 음악의 힘 덕분이 아닌가도 한다”고 말했다.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주저함은 없었을까. “아직도 마음으로는 힘들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을 보니 하기를 잘한 것 같다.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듯이 소리를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조심스럽게 목소리 상태를 물었다. “말하는 힘은 예전의 90% 정도 회복했다. 노래는 15~20% 정도 회복한 상태다. 하나님이 편안함을 주셔서 이 정도로 회복된 듯싶다”고 담담하게 말한 그는 아직도 노래하는 꿈을 자주 꾼다고 했다. 예전에는 목소리가 안 나와서 괴로워하는 꿈을 많이 꿨는데 지금은 노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단다.
지난해 12월29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는 2시간 동안 다큐멘터리 ‘저 노랫소리를 다시-테너 가수 배재철의 도전’을 방송했고, 지난 6월 <한국방송>이 ‘일요스페셜’에서 이를 방영한 덕분에 그의 불굴의 재활 의지는 나라 안팎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재기에는 일본 음악프로듀서 와지마 도타로(45·왼쪽)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와지마는 배 교수의 데모 테이프를 듣고 ‘아시아에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음색의 소유자’라고 평가해, 일본 데뷔 무대에 이어 2004~2005년 일본 공연을 기획해 클래식의 한류붐을 일으켰다. 배 교수는 2005년 당시 활동하던 독일에서 1차 갑상선 암 제거 수술에는 성공했으나 목소리를 되찾을 길이 막막했다. 이때 ‘갑상연골성형수술’의 창안자인 잇시키 노부히코 교토대 명예교수를 찾아내 2006년 4월 2차 수술을 받게 해 목소리를 되찾는 길을 열어준 것도 와지마다.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이탈리아어로 소통을 한다. 배 교수는 일본어를, 와지마는 한국어를 모르지만 이탈리어는 불편 없을 정도로 구사하기 때문이다. 25~26살 때 음악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탈리아어를 배웠다는 와지마는 “서로 아주 제대로 얘기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상력과 배려가 오히려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수술·재활 등 도움받고 ‘감동무대’로 보답 지난 24일 저녁 일본 도쿄 오페라시티 리사이틀홀에서는 아주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다. 2005년 10월 갑상선암 수술로 성대 신경이 끊어져 한때 목소리까지 잃어버린 비운의 테너 가수 배재철(39·오른쪽) 한양대 성악과 교수가 2년9개월 만에 공식 무대에 선 것이다. 그가 부른 노래는 화려한 오페라의 아리아가 아니라 <주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세계>라는 찬송가였지만 객석을 메운 200여명의 일본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는 앙코르곡 대신 앞으로의 다짐을 전했다. “자신이 놓인 상황이 너무 안 좋을 땐 누구나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합니다. 저도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이 상황이 길어져도 정진하겠습니다. 여러분 응원해주세요. 기도해주세요. ” ‘배재철 팬과 지원자의 모임-본인의 지금까지 경과와 현황보고’라는 제목의 이날 무대 1부에선 배 교수가 그동안 겪은 심적 고통과 재활 노력을 소개하고 2부에선 2003~2005년 일본 공연을 담은 디브이디가 상영됐다. 일본 여성팬 신도 게이코(67)는 “새롭게 받은 목소리도 깊이와 두께가 있는 울림이 있다. 그의 목소리도 인생도 모두 굉장하다”라며 찬사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날 따로 만난 배 교수는 “내가 일본 사람도 아니고 일본에서 큰 활동을 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기뻐해주는 것에 너무 놀랐다. 국경과 국적을 따지지 않는 음악의 힘 덕분이 아닌가도 한다”고 말했다.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주저함은 없었을까. “아직도 마음으로는 힘들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을 보니 하기를 잘한 것 같다.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듯이 소리를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조심스럽게 목소리 상태를 물었다. “말하는 힘은 예전의 90% 정도 회복했다. 노래는 15~20% 정도 회복한 상태다. 하나님이 편안함을 주셔서 이 정도로 회복된 듯싶다”고 담담하게 말한 그는 아직도 노래하는 꿈을 자주 꾼다고 했다. 예전에는 목소리가 안 나와서 괴로워하는 꿈을 많이 꿨는데 지금은 노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단다.
지난해 12월29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는 2시간 동안 다큐멘터리 ‘저 노랫소리를 다시-테너 가수 배재철의 도전’을 방송했고, 지난 6월 <한국방송>이 ‘일요스페셜’에서 이를 방영한 덕분에 그의 불굴의 재활 의지는 나라 안팎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재기에는 일본 음악프로듀서 와지마 도타로(45·왼쪽)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와지마는 배 교수의 데모 테이프를 듣고 ‘아시아에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음색의 소유자’라고 평가해, 일본 데뷔 무대에 이어 2004~2005년 일본 공연을 기획해 클래식의 한류붐을 일으켰다. 배 교수는 2005년 당시 활동하던 독일에서 1차 갑상선 암 제거 수술에는 성공했으나 목소리를 되찾을 길이 막막했다. 이때 ‘갑상연골성형수술’의 창안자인 잇시키 노부히코 교토대 명예교수를 찾아내 2006년 4월 2차 수술을 받게 해 목소리를 되찾는 길을 열어준 것도 와지마다.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이탈리아어로 소통을 한다. 배 교수는 일본어를, 와지마는 한국어를 모르지만 이탈리어는 불편 없을 정도로 구사하기 때문이다. 25~26살 때 음악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탈리아어를 배웠다는 와지마는 “서로 아주 제대로 얘기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상력과 배려가 오히려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