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1998, 셀레늄 착색하여 영구 보존 처리된 젤라틴 실버프린트, 20X24인치, ⓒ강운구
강운구 사진전 ‘저녁에’
12월6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
내면 돌아보는 ‘깊어진 시선’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강운구(67)의 사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02-418-1315)에서 오는 12월6일까지 ‘저녁에’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그의 사진전에는 모두 114점의 작품이 걸려 있다. 2001년 개인전 ‘마을 삼부작’ 이후 7년만이다. 부지런하기 짝이 없는 그의 활동에 비하면 발표가 너무 뜸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한데, 그만큼 전시 내용이 충실하다는 반증일 터다. 사진 인화와 배치, 전시장의 동선까지 본인이 직접 했다. 크게 인화한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줄여서 이야기해도 최소 2~3년씩 노력한 작업들인데 30초도 안 보고 지나가버리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았다. 작게 붙인 사진은 가까이 와서 정성껏 관람해 달라는 작가의 주문이 들어있는 것이다.” 사진은 연속사진, 그림자, 흙과 땅의 세 파트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그림자’에선 작가의 그림자나 반영이 들어 있는 사진이 일곱 장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엔 프레임에 내 그림자가 있으면 실수라고 생각하고 빼려고 노력했다. 그랬는데 이번엔 일부러 넣었다. 해가 머리 위에 있을 땐 안 보이더니 저녁이 되니까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을 기록하기 위해 바깥으로만 돌아다니다가 이제 내면을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전에 없이 사람이 들어 있지 않은 풍경 사진도 많아졌는데, 사진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사진 많이 예뻐졌다. 편해졌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그는 아이같이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저녁에’는 작품 대부분이 늦은 오후 혹은 저녁에 찍은 것이라는 직접적 의미와 함께, 어느덧 작가의 인생이 저녁에 도달했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면보다는 작가의 사진세계가 더 깊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곱게 갈아놓은 밭이나 논 위의 농부 발자국을 담은 사진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예전엔 들에서 일하는 모습을 직접 표현했었는데 어느 순간 발자국만으로도 농부의 땀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생활사진가들을 위한 그의 조언. “정말 좋아하는 대상을 찍어라.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사진 선생의 주문을 따라하지 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을 찍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그만 두는 것이 좋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내면 돌아보는 ‘깊어진 시선’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강운구(67)의 사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02-418-1315)에서 오는 12월6일까지 ‘저녁에’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그의 사진전에는 모두 114점의 작품이 걸려 있다. 2001년 개인전 ‘마을 삼부작’ 이후 7년만이다. 부지런하기 짝이 없는 그의 활동에 비하면 발표가 너무 뜸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한데, 그만큼 전시 내용이 충실하다는 반증일 터다. 사진 인화와 배치, 전시장의 동선까지 본인이 직접 했다. 크게 인화한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줄여서 이야기해도 최소 2~3년씩 노력한 작업들인데 30초도 안 보고 지나가버리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았다. 작게 붙인 사진은 가까이 와서 정성껏 관람해 달라는 작가의 주문이 들어있는 것이다.” 사진은 연속사진, 그림자, 흙과 땅의 세 파트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그림자’에선 작가의 그림자나 반영이 들어 있는 사진이 일곱 장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엔 프레임에 내 그림자가 있으면 실수라고 생각하고 빼려고 노력했다. 그랬는데 이번엔 일부러 넣었다. 해가 머리 위에 있을 땐 안 보이더니 저녁이 되니까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을 기록하기 위해 바깥으로만 돌아다니다가 이제 내면을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전에 없이 사람이 들어 있지 않은 풍경 사진도 많아졌는데, 사진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사진 많이 예뻐졌다. 편해졌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그는 아이같이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저녁에’는 작품 대부분이 늦은 오후 혹은 저녁에 찍은 것이라는 직접적 의미와 함께, 어느덧 작가의 인생이 저녁에 도달했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면보다는 작가의 사진세계가 더 깊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곱게 갈아놓은 밭이나 논 위의 농부 발자국을 담은 사진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예전엔 들에서 일하는 모습을 직접 표현했었는데 어느 순간 발자국만으로도 농부의 땀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생활사진가들을 위한 그의 조언. “정말 좋아하는 대상을 찍어라.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사진 선생의 주문을 따라하지 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을 찍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그만 두는 것이 좋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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