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기(54·왼쪽)씨와 피타입(30·본명 강진필).
피타입 2집 앨범 ‘더 빈티지’
아버지 강윤기씨 드럼 참여
아버지 강윤기씨 드럼 참여
기계음 대신 실제 연주에 랩
“정전돼도 가능한 라이브 추구” 아버지와 아들은 생김새뿐 아니라 허스키한 목소리까지 닮았다. 강윤기(54·왼쪽)씨와 피타입(30·본명 강진필). 대를 이어 음악 하는 집안은 많지만, 이 부자만큼 독특한 관계로 음악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버지 강윤기씨는 유명한 드럼 연주자다. 40년 가까이 드럼을 쳤고, 1980년대 가요 음반의 절반 이상은 그의 손을 거쳤다. 전영록·이은하·김수희 등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 음반 제작에 거의 다 참여했고 그렇게 녹음한 노래들만 1만곡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너무 녹음을 많이 하다 보니 어떤 노래들을 연주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다. “김수희씨가 부른 ‘멍에’를 음악다방에서 처음 들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내 드럼 소리 같은 거야. 그래서 판을 달라고 해서 봤더니 내가 녹음한 게 맞더라고.” 아들 피타입은 힙합계에서 유명한 래퍼다. 2004년 첫 앨범 <헤비 베이스>로 ‘라임(운율)의 마스터’란 찬사를 받은 실력파. 언어(랩)를 통해 리듬을 빚어내는 그에게 타악기로 리듬을 만드는 아버지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당연히 영향이 미쳤죠.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집에 사다놓은 어스, 윈드 앤 파이어와 쿨 앤 더 갱 등의 음반들을 듣고 자랐으니까요. 나중에 아르앤비나 힙합을 들을 때도 흑인음악 특유의 리듬감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피타입은 지난 2일 2집 <더 빈티지>를 내면서 더는 힙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힙합이 아닌 그냥 랩뮤직이라 불러달라”는 그는 샘플링 등 기계적 작법으로 음악을 만드는 힙합 대신 예전 아버지가 하던 방식 그대로 실제 악기를 연주하고 그 위에 랩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어떤 훌륭한 힙합 비트도 직접 치는 드럼 소리만 못하다고 생각해요. 기계 없이 힙합을 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잖아요. 그런 힙합 이전의 음악들을 앨범에 담고 싶었어요. 기계를 100% 배제할 순 없겠지만 정전이 돼도 계속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던 거죠.”(피타입)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는 기꺼이 앨범 모든 곡에 직접 드럼을 연주해줬다. 아버지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박광수·함춘호·신현권 등의 베테랑들부터 지나·정인·소울맨·헤리티지 등 젊은 뮤지션들까지 두루 제작에 참여했다. 피타입은 옛날 방식의 연주 위에 랩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하이브리드’(혼성)라고 정의했고, 탁월한 랩 실력을 뽐내며 앨범의 주인공은 자신임을 분명히했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에 부드러운 랩을 들려주는 ‘해피 피플’, 그룹 신중현과 더 멘 출신의 보컬리스트 박광수가 노래를 해준 ‘수컷’, 황순원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소나기’ 등의 노래들이 따뜻한 질감의 연주 아래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아버지 눈에 아들의 작업 방식이 모두 맘에 든 것은 아닌 듯하다. “음악에는 구성이 있는 거고, 그런 구성은 디렉터들이 하는 거란 말야. 얘는 노래(랩)만 하면 되는 건데 공부가 다 안 된 상태에서 혼자 다 하려 하니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거지.”(강윤기) 피타입은 아버지 충고에 수긍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예전의 전통적 방식으로 돌아가려고 하니까 모르는 게 많더라고요. 이론 공부도 계속 해야죠.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것 같아 좋아요. 목표가 또 생긴 거니까.” 부자는 생김새와 목소리뿐 아니라 생각까지 닮았다.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전돼도 가능한 라이브 추구” 아버지와 아들은 생김새뿐 아니라 허스키한 목소리까지 닮았다. 강윤기(54·왼쪽)씨와 피타입(30·본명 강진필). 대를 이어 음악 하는 집안은 많지만, 이 부자만큼 독특한 관계로 음악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버지 강윤기씨는 유명한 드럼 연주자다. 40년 가까이 드럼을 쳤고, 1980년대 가요 음반의 절반 이상은 그의 손을 거쳤다. 전영록·이은하·김수희 등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 음반 제작에 거의 다 참여했고 그렇게 녹음한 노래들만 1만곡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너무 녹음을 많이 하다 보니 어떤 노래들을 연주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다. “김수희씨가 부른 ‘멍에’를 음악다방에서 처음 들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내 드럼 소리 같은 거야. 그래서 판을 달라고 해서 봤더니 내가 녹음한 게 맞더라고.” 아들 피타입은 힙합계에서 유명한 래퍼다. 2004년 첫 앨범 <헤비 베이스>로 ‘라임(운율)의 마스터’란 찬사를 받은 실력파. 언어(랩)를 통해 리듬을 빚어내는 그에게 타악기로 리듬을 만드는 아버지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당연히 영향이 미쳤죠.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집에 사다놓은 어스, 윈드 앤 파이어와 쿨 앤 더 갱 등의 음반들을 듣고 자랐으니까요. 나중에 아르앤비나 힙합을 들을 때도 흑인음악 특유의 리듬감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피타입은 지난 2일 2집 <더 빈티지>를 내면서 더는 힙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힙합이 아닌 그냥 랩뮤직이라 불러달라”는 그는 샘플링 등 기계적 작법으로 음악을 만드는 힙합 대신 예전 아버지가 하던 방식 그대로 실제 악기를 연주하고 그 위에 랩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어떤 훌륭한 힙합 비트도 직접 치는 드럼 소리만 못하다고 생각해요. 기계 없이 힙합을 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잖아요. 그런 힙합 이전의 음악들을 앨범에 담고 싶었어요. 기계를 100% 배제할 순 없겠지만 정전이 돼도 계속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던 거죠.”(피타입)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는 기꺼이 앨범 모든 곡에 직접 드럼을 연주해줬다. 아버지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박광수·함춘호·신현권 등의 베테랑들부터 지나·정인·소울맨·헤리티지 등 젊은 뮤지션들까지 두루 제작에 참여했다. 피타입은 옛날 방식의 연주 위에 랩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하이브리드’(혼성)라고 정의했고, 탁월한 랩 실력을 뽐내며 앨범의 주인공은 자신임을 분명히했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에 부드러운 랩을 들려주는 ‘해피 피플’, 그룹 신중현과 더 멘 출신의 보컬리스트 박광수가 노래를 해준 ‘수컷’, 황순원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소나기’ 등의 노래들이 따뜻한 질감의 연주 아래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아버지 눈에 아들의 작업 방식이 모두 맘에 든 것은 아닌 듯하다. “음악에는 구성이 있는 거고, 그런 구성은 디렉터들이 하는 거란 말야. 얘는 노래(랩)만 하면 되는 건데 공부가 다 안 된 상태에서 혼자 다 하려 하니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거지.”(강윤기) 피타입은 아버지 충고에 수긍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예전의 전통적 방식으로 돌아가려고 하니까 모르는 게 많더라고요. 이론 공부도 계속 해야죠.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것 같아 좋아요. 목표가 또 생긴 거니까.” 부자는 생김새와 목소리뿐 아니라 생각까지 닮았다.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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