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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상처에 은유의 음표들을 덧바르고…

등록 2009-01-06 19:45

이장혁(36·사진)
이장혁(36·사진)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 이장혁
두번째 앨범 ‘Vol. 2’ 발표
버지니아공대 사건 다룬 ‘조’ 등
어둡지만 서정성 짙은 노래
“창작욕구 억누르면 죄책감 느껴

그는 담담하게 자신이 하는 음악이 많이 팔릴 음악이 아니라고 말했다.

“음악으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거의 포기했어요. 어차피 내 음악이 돈 벌 만한 음악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즐겁게 들을 만한 음악도 아니고. 일단 내가 좋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거니까 안 팔리는 건 어쩔 수 없죠.”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장혁(36·사진)은 현재 인디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99년 ‘아무밴드’의 리더로 <이판을사>란 앨범을 냈고, 2004년 자신의 첫 독집 앨범 을 냈다. 그리고 2008년이 거의 저물던 12월26일 두 번째 앨범 를 발표했다. 두 번째 앨범에는 이전 앨범들보다 더욱 침잠하는, 처연한 포크 사운드가 담겨 있다.

스스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장혁의 음악은 충분한 서정성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대중적이지 못하다”라고 한 부분은 아마도 그의 음악에서 어쩔 수 없이 묻어나는 어두운 정서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듀오 ‘시인과 촌장’의 날선 서정이 연상된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음악이 너무 어두운 나머지 자해 충동까지 느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영감을 얻는 노래들의 소재 역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 <엔에이치케이> 다큐멘터리 ‘아우슈비츠의 음악가들’을 보고 만들게 된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와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보고 만든 ‘조’가 그 대표적 노래들이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아우슈비츠의 음악가들’을 보면서 그때가 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죽으러 가는 사람들 앞에서 행진곡을 연주해야 하고, 자기 가족이 가스실로 죽으러 걸어가고 있는데 연주해야 하는 현실을 보면서 음악이 이렇게 비참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만들게 된 노래예요.”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의 어린 시절 흑백사진에서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만들게 됐다는 ‘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이런 상처 입은 소재들에 은유적이고 시적인 가사를 입혀 노래를 완성했다.

“수학을 잘했었던 너무 말이 없었던 벙어리 같던 아이 조/ 아무도 니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지 누구도 널 몰랐어 조/ 모세가 되고 싶던 그러나 니 손엔 지팡이 대신 총/ 예수가 되고 싶던 그러나 니 맘엔 사랑 아닌 분노/ 생의 마지막 수학 셈 하듯 그들을 하나씩 눕히며/ 피로 물든 방정식 마침내 니 머리에/ 검붉은 마침표를 찍었지”

1집 앨범을 발표한 뒤 결혼도 했고 아기도 곧 태어나지만 그의 정서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가 자주 얘기하던 ‘인생은 고통’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는지 궁금했다.

“고통스럽죠. 물론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전체를 놓고 봤을 땐 굉장히 고통스러워요. 이걸 말로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운데 음악만 놓고 얘기하자면 내가 이런 음악을 가지고 세상에 뛰어들어서 여기저기 부딪치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 고통스럽고, 이렇게 음악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것도 고통스러워요.”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고통을 안겨주는 음악을 굳이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죄책감’이란 말을 사용했다.

“굉장히 개인적인 얘기들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자연스레 나오는 그런 창작 욕구를 일부러 억누르려고 할 때 죄책감까지 느낀 적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는 게 맞는 것이라고 정리한 상태예요.”

그는 오는 16일 홍대 앞 카페 샤에서 하는 공연을 시작으로 ‘카페 투어’에 들어간다. 큰 공연장에서 많은 관객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쇼케이스(시범공연)를 마친 그였지만, 여전히 작은 클럽이나 카페 무대가 더 좋단다.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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