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경상도 함양 귀족의 아들 로묘와 전라도 남원 귀족의 딸 주리로 분한 이광복-민은경 짝(왼쪽에서 세 번째까지), 임현빈-박애리 짝(오른쪽에서 두 번째까지)
국립창극단 ‘로미오와…’ 전통창극 각색
로미오와줄리엣을 창극으로...
로미오 역 2명과 줄리엣 역 2명이 사랑과 죽음을 ...김경호기자. 죽음 장면은 박애리와 임현빈,사랑 장면은 민은경과 이광복
“창극의 세계화 첫 시도라 생각” 최불립 가문 ‘주리’역 박애리씨
“우리 소리로 명작 훌륭히 표현” “촛불이 꺼진 후에야 바람이 분 줄 알고, 꽃잎 시든 후에야 서리가 내린 줄 아네. 어둠이 천지를 뒤덮기 전엔 달빛의 고마움을 모르고, 움켜쥔 주먹을 풀고 난 후에야 한 줌도 안 된 인생을 땅 꺼지게 후회하지.” 사랑하는 로묘의 주검을 발견한 주리. 피를 토하듯 내어뱉는 그의 절규가 가슴에 꽂힌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이 전통 창극의 어법에 담겨 2월7~1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다. 중세 이탈리아 베로나를 무대로 원수지간인 몬테규-캐플릿가 출신의 남녀가 벌이는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우리 전통 무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전라도 남원 귀족 최불립의 딸 주리와 경상도 함양 귀족 문태규의 아들 로묘의 슬픈 10대 연애담이다.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영대)이 동시대 감각의 새 창극 레퍼토리를 개발하기 위해 기획한 ‘젊은 창극’의 첫 신작 무대다. “서양 고전이 창극으로 거듭났을 때 어떤 느낌일까? 창극과 어울릴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사랑 이야기는 세상에서 늘 공존하는데 우리 소리, 우리 장단으로 표현한들 조금도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여주인공 주리 역을 맡은 창극단 간판스타 박애리(31)씨는 “연습하면서 창극 뼈대인 판소리만큼 호소력 있게 감성을 잘 표현하는 음악 어법이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로묘 역을 맡은 1년차 신입 단원 임현빈(32)씨는 “창극이 세계화로 가는 첫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거들었다. “<춘향전> <심청전> 같은 전통 소리 다섯바탕도 좋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 외국 사람들이 보면 ‘저건 우리도 아는 건데 한국에도 있었구나’ 하고 놀랄 겁니다. 그런 게 세계화라고 생각합니다.” 판소리를 “입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10대의 내면과 정서에 맞게 노래하고 연기해야 하는데 30대여서 10대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주리 역을 꿰찬 젊은 소리꾼 민은경(26)씨가 “제가 10대 때부터 오빠를 봐왔는데 그 뒤에도 똑같다”고 놀려댄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박성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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