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그룹 ‘들소리’ 외국서 더 유명한 ‘신명의 소리’
세계최대 월드뮤직 행사 ‘워멕스’ 공식 참가팀 뽑혀
국악 그룹 들소리는 국내에선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대중들뿐 아니라 음악 관계자들에게도 낯설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외국에서 이들의 위상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공연단체들의 외국 순회공연에서 가장 두드러진 흥행 성과를 올리면서 오히려 외국에서 더 많이 알려진 국악 흥행 단체가 됐다.
최근 들소리는 큰일을 하나 해냈다. 세계적인 월드 뮤직 견본시인 워멕스(WOMEX: The World Music Expo)의 쇼케이스 작품으로 선정되어 10월30일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공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워멕스는 1994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되어 90여개국 관계자 4천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최대의 월드 뮤직 행사다. 전세계 월드 뮤직 전문가들의 심사로 결정되는 워멕스 공식 쇼케이스 참가팀은 선정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대인 760팀이 응모해 약 2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알려진 이름’이라는 이들의 홍보 문구는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었다.
“1984년에 처음 경남 진주에서 시작해서 활동하다가 갑갑한 마음에 서울로 올라왔는데 ‘촌놈’이라고 상대를 잘 안해주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우리를 알릴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었구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거죠.” 우리 음악을 세계로 알리겠다거나 하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들소리의 생존이 결정적인 이유였다는 얘기다. 이런 그의 결정은 이후 들소리를 세계적인 월드 뮤직 그룹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들소리는 1993년 일본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군데 넘는 나라들에서 공연했다. 가는 곳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 대중들은 국악 하면 고루하다거나 재미없다는 생각들을 많이 갖고 대하는데, 외국인들은 선입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그대로 받아들이죠. 그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문 대표는 “단원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열정과 에너지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며 “무대 위의 열정이 모여 만들어내는 신명이 들소리의 최대 장점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지하에 있는 연습실에 들렀다. 여성 단원 4명이 코펜하겐 무대에서 선보일 ‘법고 시나위’를 한창 연습중이었다. 법고의 독주를 시작으로 가야금과 거문고, 북소리가 한데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약 50일 뒤 코펜하겐에서 울릴 신명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문화마을 들소리 문갑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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