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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름 하나 명함 셋 ‘종횡무진 음악인생’

등록 2009-11-03 18:38수정 2009-11-03 19:18

1인 밴드 ‘스왈로우’
1인 밴드 ‘스왈로우’
1인 밴드 ‘스왈로우’
서울 홍대 앞에서 이기용은 세 종류의 자아로 분화한다. ① 12년 관록의 록밴드 ‘허클베리핀’의 리더. ② 음악인을 비롯한 문화계 인사의 사랑방이 된 술집 ‘바 샤’의 사장. ③ 1인 밴드 ‘스왈로우’의 멤버. 그가 이번에 세 번째 자아로서 일을 벌였다. 스왈로우 3집 <잇>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된 2집 <아레스코> 이후 2년 만이다.

새 음반의 첫인상은 우선 밝아졌다는 점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흥겨운 스트로크로 시작하는 첫 곡 ‘쇼’와 감미로운 기타팝 ‘자이언트’가 대표적이다. 어쿠스틱을 바탕으로 한 기본 노선은 그대로지만, 밑바닥까지 침잠한 감성을 노래했던 이전 음반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여성 가수 루네가 모든 곡에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거의 듀엣이나 다름없다. 루네의 달콤쌉쌀한 음색이 이기용의 차분한 저음과 잘 어울린다.

허클베리핀 리더에 주점 사장까지
3집 앨범에 두 전직 대통령 추모곡
“수많은 사람 눈물에서 희망 찾아”

“특별히 밝게 만들려는 의도는 없었고요, 그냥 곡 쓸 당시의 저를 표현한 거예요. 제 음악 철학에는 두 가지 중심이 있어요. 하나는 록에 대한 무한한 헌신이고, 또하나는 포크와 팝에 대한 정서죠. 팝은 1980년대 ‘라디오 키드’ 시절 귀에 달고 산 음악이고, 포크는 기타와 목소리로만 이뤄진 가장 원시적인 형태이기에 음악의 핵심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이 모두를 아우른 게 이번 앨범이죠.”

지금껏 그는 허클베리핀으로 4집 음반까지 냈다. 굳이 스왈로우로 따로 음반을 내는 이유는 뭘까? “허클베리핀은 사회적이고 힘 있는 목소리를 내는 록 밴드죠. 하지만 사회적·정치적 인간 뒤엔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면모도 있는 법이거든요. 레닌도 혼자 차 한 잔 마시며 공상하는 인간일 테고, 심지어 히틀러도 그런 면이 있지 않겠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을 허클베리핀 음악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이렇게 따로 음반을 내는 거죠.”


스왈로우 3집 <잇>
스왈로우 3집 <잇>
그럼에도 이번 음반에는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노래가 하나 있다. ‘자이언트’다. “뒤에서 뒤에서 사라진 너를 기억하는 나/ 위에서 위에서 고뇌에 찼던 널 불러보네/ 추워진 몸은 내 몸은 떨려도/ 더위진 나의 맘은 부풀어….” 그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 뒤 이미 만들어놓은 곡의 원래 노랫말을 빼고 새 노랫말을 넣었다. “너무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에서 희망도 봤죠.” 그가 음반에서 가장 밝은 분위기의 곡을 고른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최근 홍대 앞에 ‘샤인’이라는 조그만 술집을 새로 냈다. ‘바 샤’ 2호점인 셈인데, 국내 인디 음악만을 전문으로 틀어주는 곳이다. “둘러보니 인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차려버렸죠. 국내 인디 음악 제작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는데, 대중에게 소개할 접점이나 매체가 별로 없거든요. 인디 음악 전문 프로모션 회사라도 하나 생겼으면 좋겠어요. 좋은 인디 음악이 많이 팔려서, 좋은 음악이 더 많이 나오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해요.”


“스왈로우 앨범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앞으로 5년 동안은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허클베리핀의 록에 더 미치고 싶어서”다. “내년 5월 나올 허클베리핀 5집은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이기용은 오는 29일 홍대 앞 카페 벨로주의 작은 무대에 오른 뒤 내년 1월 스왈로우 단독공연을 할 예정이다. 그러고는 험한 세상을 향해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는 허클베리핀의 리더로 돌아갈 것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샤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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