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웰 시즌 <스트릭트 조이>
영화 <원스> 포스터에서 남녀 주인공 글렌 핸서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두 음악인의 교감과 사랑을 그린 이 저예산 인디 영화는 크게 성공했고, 둘은 영화처럼 연인이 됐다. 이들은 영화 촬영 직전 프로젝트 밴드 ‘스웰 시즌’을 결성해 음반을 발표했다. 이 음반은 올 초 뒤늦게 국내 발매됐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내한공연은 금세 매진됐다.
오는 9일 발매되는 스웰 시즌의 두번째 음반 <스트릭트 조이> 표지에서 둘은 서로 등진 채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다. 표지가 상징하듯 둘은 더는 연인이 아니다. 이번 음반을 녹음할 즈음 이미 그런 상태였다고 한다. 둘의 관계 변화는 음악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원스>에서 사랑이 싹트고 영글어가는 과정을 노래했다면, 이번 음반에선 고통스럽지만 견뎌내야만 하는 이별의 상처와 치유를 노래한다.
마르케타는 자신이 만든 곡 ‘판타지 맨’에서 노래한다. “판타지 맨, 당신은 항상 나보다 한발 앞서 있었어요. 난 그 경고를 결코 듣지 못했고, 바로잡을 수도 없었죠. 하지만 오늘 아침 떠오른 태양이 내 방을 빛으로 가득 채웠어요. 그러니 이젠 떠나가세요. 당신을 용서하겠어요.” 둘은 ‘백 브로크’에서 노래한다. “등이 부러졌어도 춤을 추고, 행복하고, 미소를 지어요. 당신이 곁에 가까이 있고, 아직도 날 원하기 때문이죠.” 바꿔 말하면, 이별은 했어도 함께하기에 슬프지 않다는 뜻일 게다.
글렌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는 (이별 뒤) 오히려 더 좋은 친구가 됐어요.” 마르케타도 말했다. “둘 사이의 핵심적인 유대는 언제나 우정과 음악이었죠.” 둘은 이별의 생채기를 노래로 치유하며 자연스레 친구 사이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 <원스>의 결말에서 둘은 끝내 음악적 교감을 나눈 친구 사이로 남는다. 현실의 그들은 지금 이 순간마저 영화와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 사진 소니비엠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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