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한돌
16년만에 새 음반 낸 가수 한돌
그는 자신이 가수가 아니라고 했다. 작곡·작사가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노래 캐는 사람’으로 불러달란다. 노래가 무슨 산삼이라도 되나? 맞다. 그는 심마니와 닮았다. 정처 없이 산을 헤매다 “심봤다”를 외치듯, 머리를 비우고 산을 다니다 보면 뭔가가 ‘슝’ 하고 지나가는 순간이 온단다. 얼른 받아적으면 그게 노랫말이다. 곡은 나중에 붙인다. 그렇게 캐낸 노래가 ‘개똥벌레’ ‘터’ ‘홀로아리랑’ 등이다. “노래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바람이 전해주는 것 같아요.” 지난 5일 인터뷰 때도 그는 등산 바지에 등산화 차림이었다.
낭떠러지 구른 뒤 정신 퍼뜩
‘한글 사랑’ 더 진해진 노랫말
“노래는 바람이 전해주는 것” 가수 한돌이 새 음반 <한돌타래 566 - 그냥 가는 길>을 냈다. 1993년 낸 3집 이후 꼭 16년 만이다. 어찌 이리 멀리 돌아온 걸까? “산에 가고 노래 캐고 하는 내 일은 늘 변함이 없었어요. 달라진 건 세상이죠. 음반 시장 사라져, 앨범 내자는 회사는 없어, 10대 천지 가요판에 내 노래 모양새는 들어설 자리도 없어…. 해서 내년에, 다음에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이번 음반도 주변의 십시일반 도움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산에는 늘 올랐건만 노래가 늘 널렸던 건 아니다. 통일 뒤 온 겨레가 함께 부를 노래를 만들고자 1994년부터 백두산, 두만강, 압록강 등지를 줄곧 다녔지만, 어찌 된 일인지 노래 하나 캐지 못했다. 2000년 정초, 백두산에 갔다가 발을 헛디뎠다. 낭떠러지에서 10m 가까이 굴렀다. “살기 위해 바위를 잡고 간신히 기어오르다 문득 내 마음이 얼마나 황폐해지고 오만해졌는지 깨닫게 됐어요. 그걸 깨우치게 하려고 산신령이 날 미끄러뜨린 거지.” 2년 뒤 지리산에 올랐다가 퍼뜩 느낌이 왔다. 그렇게 8년 만에 캐낸 노래가 백두대간을 우리말로 바꾼 ‘한뫼줄기’다. 이후 그는 노래를 줄줄이 캤다. 지금껏 캐낸 40곡 중 10곡을 추려 이번 음반에 실었다. 스무 살 무렵 지은 예명 ‘한돌’에서 알 수 있듯, 그의 한글 사랑은 남다르다. 박자를 탄다의 ‘타’와 노래의 ‘래’를 가져와 붙인 ‘타래’라는 말은 그의 상징이 됐다. 노랫말은 최대한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우리말로 붙인다. 새 음반 제목에서 ‘566’은 한글을 만든 해를 원년으로 해서 올해를 표기한 것이다. 하지만 온통 영어 간판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한글을 지키는 일은 힘겹고 외롭다. 교육에 대한 시름도 깊다. “다들 경제, 경제 하는데, 사실 교육만 잘되면 경제는 절로 되거든요. 그런데 세상은 아이들에게 사람 교육 대신 기계가 되는 교육만 시키니….” “누굴 위한 공부인가/ 너도나도 대학 타령/ 학교는 무엇이고/ 학원은 무엇인가…/ 영어가 노래를 하면/ 한글은 따라 부르네/ 영어가 입을 벌리면/ 한글은 숨어버리네…/ 저 황소개구리는 어떻게 달래보나….” 이번 음반에 실린 ‘황소개구리’다. 20년 전에 만들었다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늘을 정확히 꼬집는 노랫말이 아프다. “원래 음반 제목을 ‘다시 가는 길’로 하려 했는데, 누가 그러더군요. ‘다시 가긴 뭘 다시 가? 그냥 가.’ 생각해 보니 다시 가서 새로운 게 아니라 그냥 가다가 새로움을 만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가는 길’로 바꿨죠.”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세 번은 북한산에 오른다. 공연은 언제나 할 수 있을지, 다음 음반을 또 낼 수 있을지 그는 모른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그냥’ 간다. “그렇게 가다 보면 뭔가를 또 만나겠지.” 그게 한돌이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글 사랑’ 더 진해진 노랫말
“노래는 바람이 전해주는 것” 가수 한돌이 새 음반 <한돌타래 566 - 그냥 가는 길>을 냈다. 1993년 낸 3집 이후 꼭 16년 만이다. 어찌 이리 멀리 돌아온 걸까? “산에 가고 노래 캐고 하는 내 일은 늘 변함이 없었어요. 달라진 건 세상이죠. 음반 시장 사라져, 앨범 내자는 회사는 없어, 10대 천지 가요판에 내 노래 모양새는 들어설 자리도 없어…. 해서 내년에, 다음에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이번 음반도 주변의 십시일반 도움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산에는 늘 올랐건만 노래가 늘 널렸던 건 아니다. 통일 뒤 온 겨레가 함께 부를 노래를 만들고자 1994년부터 백두산, 두만강, 압록강 등지를 줄곧 다녔지만, 어찌 된 일인지 노래 하나 캐지 못했다. 2000년 정초, 백두산에 갔다가 발을 헛디뎠다. 낭떠러지에서 10m 가까이 굴렀다. “살기 위해 바위를 잡고 간신히 기어오르다 문득 내 마음이 얼마나 황폐해지고 오만해졌는지 깨닫게 됐어요. 그걸 깨우치게 하려고 산신령이 날 미끄러뜨린 거지.” 2년 뒤 지리산에 올랐다가 퍼뜩 느낌이 왔다. 그렇게 8년 만에 캐낸 노래가 백두대간을 우리말로 바꾼 ‘한뫼줄기’다. 이후 그는 노래를 줄줄이 캤다. 지금껏 캐낸 40곡 중 10곡을 추려 이번 음반에 실었다. 스무 살 무렵 지은 예명 ‘한돌’에서 알 수 있듯, 그의 한글 사랑은 남다르다. 박자를 탄다의 ‘타’와 노래의 ‘래’를 가져와 붙인 ‘타래’라는 말은 그의 상징이 됐다. 노랫말은 최대한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우리말로 붙인다. 새 음반 제목에서 ‘566’은 한글을 만든 해를 원년으로 해서 올해를 표기한 것이다. 하지만 온통 영어 간판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한글을 지키는 일은 힘겹고 외롭다. 교육에 대한 시름도 깊다. “다들 경제, 경제 하는데, 사실 교육만 잘되면 경제는 절로 되거든요. 그런데 세상은 아이들에게 사람 교육 대신 기계가 되는 교육만 시키니….” “누굴 위한 공부인가/ 너도나도 대학 타령/ 학교는 무엇이고/ 학원은 무엇인가…/ 영어가 노래를 하면/ 한글은 따라 부르네/ 영어가 입을 벌리면/ 한글은 숨어버리네…/ 저 황소개구리는 어떻게 달래보나….” 이번 음반에 실린 ‘황소개구리’다. 20년 전에 만들었다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늘을 정확히 꼬집는 노랫말이 아프다. “원래 음반 제목을 ‘다시 가는 길’로 하려 했는데, 누가 그러더군요. ‘다시 가긴 뭘 다시 가? 그냥 가.’ 생각해 보니 다시 가서 새로운 게 아니라 그냥 가다가 새로움을 만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가는 길’로 바꿨죠.”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세 번은 북한산에 오른다. 공연은 언제나 할 수 있을지, 다음 음반을 또 낼 수 있을지 그는 모른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그냥’ 간다. “그렇게 가다 보면 뭔가를 또 만나겠지.” 그게 한돌이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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