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모스키토’ 재구성한 록 뮤지컬 ‘굿모닝 학교’
원작 ‘모스키토’ 재구성한 록 뮤지컬 ‘굿모닝 학교’
‘대한민국 10대에게 오늘을 허(許)하라!’
10일 오후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을 들어서려다 극장 오른쪽 담벼락에 걸려있는 문구가 발목을 잡았다. 10대에게 오늘을 허하라니?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 극장문을 열자 강한 락 사운드와 배우들의 코러스가 비집고 나왔다.
“이쁨 받지 않아도 돼, 등수 따윈 필요 없어/ 우린 죄수가 아냐, 내 얘길 할 거야/ 굴종의 삶보단 차라리 반란을/ 나의 오늘을 위해 외쳐-, 이건 아냐!/ 이건 아냐! 아닌 건 아냐! 죽어도 아냐!”
무대 위에는 중학생 겨울 교복을 입은 남녀 배우 7명이 책상 소품을 어지럽게 끌고 다니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배우들이 땀을 흘리며 책상을 밀고 끌고, 책상 위에 서서 몸을 흔들고, 땅에 구르는 장면들이 아슬아슬하다. 객석에서 연출가 남동훈(40)씨와 스태프들이 그런 배우들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무가 장은영(32)씨가 “잠깐 쉬었다 하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우들이 털썩 자리에 주저앉는다. 땀투성이의 얼굴이 밝은 조명 아래 번들거린다. 강태희(31) 기획실장에게 “왜 에어컨을 틀지 않느냐”고 물으니 “배우들이 감기들까 봐 못 틀게 한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덥지만 객석은 춥잖아요”라는 핀잔이 뒤를 이었다. 공연이 코앞에 닥쳐 오전 11시에 시작된 연습이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극단 학전의 청소년 록 뮤지컬 <모스키토>가 5년 만에 <굿모닝 학교>로 다시 태어나 13일부터 12월10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1997년 초연돼 당대의 청소년 문화와 교육제도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화제를 모았던 극단 학전의 대표 뮤지컬 <모스키토>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 뒤로도 2004년까지 세 차례나 앙코르 공연을 한 <모스키토>의 음악만 그대로 사용하고 대본과 연출을 새롭게 바꿨다. <모스키토>에서 고등학교였던 배경을 중학교로 설정해 입시경쟁의 분위기를 체감하는 연령이 더욱 낮아진 오늘의 교육현실을 반영했다.
“지난해부터 <모스키토>를 하려고 했는데 그 틀로는 도저히 대한민국 10대를 못 그리겠어요. 오늘의 10대의 삶을 모니터하고 자료를 모았는데 내용이 너무 치열해서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요.”
남동훈 연출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작품은 자사고 진학을 강요받고 있는 미래중학교 3학년1반 학생들의 이야기. 재단 이사장인 엄마의 야망과 컨설팅에 따라 교육을 사육당하는 전교 1등 민이, 민이의 전학으로 전교 2등으로 밀려난 정우, 다큐 사진작가를 꿈꾸는 반장, 정보력 강한 엄마의 과잉보호로 스트레스를 받는 캥거루, 벌점제도의 내부고발자가 된 공주 등 중3들의 고민과 방황을 그린다. 특히 체벌을 대신하는 상벌점제인 ‘그린 마일리지 제도’, 학원과 학교 재단, 정치권의 밀착, 사립학원의 입시 컨설팅과 시험지 유출 사건, 학생들의 자살 등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 그대로 까발려진다. 극단은 작품을 준비하는 1년 동안 서울과 경기도의 중·고교 6곳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각종 10대 인터넷 사이트와 영화, 책 등 자료를 모았다. 또 학교 교사와 서울의 유명 입시학원 강사들의 증언도 얻었다. 오늘을 살고 있는 10대라면, 그리고 강요당하는 10대를 지나온 성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옥상 위 난간만큼의 자유만 허락된 학교에선 더 이상 성장하기가 힘들 거 같아요.” “그럼 난 스트레스 실험용 생쥐새끼?” “오늘도 우린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킨 채, 숫자 지옥, 점수 지옥에 가위 눌리고 있다.” “사람 취급 좀 해줘, 점수 등수가 다가 아냐. 기계부속품도 아냐, 그저 인간이고 싶어.” “무엇엔가 길들이려는 건, 그게 바로 우리에게 남겨줄 세상이어서인가요, 네?” 교육현장에서 담아온 아이들의 볼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입을 빌려 쏟아졌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수집해보니까 대한민국 교육 문제점의 정체가 드러나더라구. 결국 교육은 학교와 사회가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고, 학생들을 미래에 돈을 잘 버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습현장을 보러온 김민기(58) 예술감독이 불쑥 던지는 한마디가 가슴에 아프게 꽂힌다. 그는 “우리 사교육은 포장만 영재교육일 뿐 실제 효과는 전혀 없고 아이들만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득 10일 오후 경남 양산에서 여중생 둘이 “학원과 학교 생활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떠올랐다. 남동훈 연출가가 한번 읽어보라며 경기도 ㅇ중학교 학생들에게 받은 설문지를 건냈다. -학교생활 중 가장 불편하거나 불만인 점은? =엄격한 규율과 일괄적인 지침과 규칙 -학원, 과외를 몇 개나 하고 있나요? =6개에서 5개로 줄였음 -성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자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일기 쓰기, 자전거 타기, 벽보고 쌍욕 하기 -지금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티 안 나게 반항을 할까, 공부 적게 하고 용인외고 가는 것. 10대의 고민을 무대 위에 펼칠 배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공주 역의 김민주(24)씨는 “저희 때와 생각이 비슷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은 상당히 세부적이고 진지한 편”이라면서 “도덕성이나 인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을 택한 이민이 역의 이하나(21)씨는 “교육문제가 우리 사회의 책임이라고 하지만 그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어른들이 아니냐. 근본적인 문제는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10대의 학교생활과 문화에 대한 거칠고 도발적인 보고서 <굿모닝, 학교>에는 오디션으로 뽑은 고수연, 조환준, 김태경, 이하나, 정현철, 김민주, 김국희씨 등 20대의 새 얼굴 7명과 극단 학전의 고참배우 이황의(41)씨가 참여한다. 젊은 작가 정가람(30)씨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김민기 학전 대표가 가사를 지었다. 또한 학전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작곡가 정재일(27)씨가 비르거 하이만의 록음악 14곡을 편곡하고 새로 작곡한 ‘돈림피아드’를 선보인다. 수능 수험표를 지참한 청소년은 공연 기간 중에 20% 할인되고 13일 공연 첫날은 무료로 볼 수 있다. 또 매주 수요일 중·고교 교복을 입은 청소년과 관객들도 20% 할인된다. (02)763-8233.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남동훈 연출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작품은 자사고 진학을 강요받고 있는 미래중학교 3학년1반 학생들의 이야기. 재단 이사장인 엄마의 야망과 컨설팅에 따라 교육을 사육당하는 전교 1등 민이, 민이의 전학으로 전교 2등으로 밀려난 정우, 다큐 사진작가를 꿈꾸는 반장, 정보력 강한 엄마의 과잉보호로 스트레스를 받는 캥거루, 벌점제도의 내부고발자가 된 공주 등 중3들의 고민과 방황을 그린다. 특히 체벌을 대신하는 상벌점제인 ‘그린 마일리지 제도’, 학원과 학교 재단, 정치권의 밀착, 사립학원의 입시 컨설팅과 시험지 유출 사건, 학생들의 자살 등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 그대로 까발려진다. 극단은 작품을 준비하는 1년 동안 서울과 경기도의 중·고교 6곳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각종 10대 인터넷 사이트와 영화, 책 등 자료를 모았다. 또 학교 교사와 서울의 유명 입시학원 강사들의 증언도 얻었다. 오늘을 살고 있는 10대라면, 그리고 강요당하는 10대를 지나온 성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옥상 위 난간만큼의 자유만 허락된 학교에선 더 이상 성장하기가 힘들 거 같아요.” “그럼 난 스트레스 실험용 생쥐새끼?” “오늘도 우린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킨 채, 숫자 지옥, 점수 지옥에 가위 눌리고 있다.” “사람 취급 좀 해줘, 점수 등수가 다가 아냐. 기계부속품도 아냐, 그저 인간이고 싶어.” “무엇엔가 길들이려는 건, 그게 바로 우리에게 남겨줄 세상이어서인가요, 네?” 교육현장에서 담아온 아이들의 볼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입을 빌려 쏟아졌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수집해보니까 대한민국 교육 문제점의 정체가 드러나더라구. 결국 교육은 학교와 사회가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고, 학생들을 미래에 돈을 잘 버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습현장을 보러온 김민기(58) 예술감독이 불쑥 던지는 한마디가 가슴에 아프게 꽂힌다. 그는 “우리 사교육은 포장만 영재교육일 뿐 실제 효과는 전혀 없고 아이들만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득 10일 오후 경남 양산에서 여중생 둘이 “학원과 학교 생활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떠올랐다. 남동훈 연출가가 한번 읽어보라며 경기도 ㅇ중학교 학생들에게 받은 설문지를 건냈다. -학교생활 중 가장 불편하거나 불만인 점은? =엄격한 규율과 일괄적인 지침과 규칙 -학원, 과외를 몇 개나 하고 있나요? =6개에서 5개로 줄였음 -성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자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일기 쓰기, 자전거 타기, 벽보고 쌍욕 하기 -지금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티 안 나게 반항을 할까, 공부 적게 하고 용인외고 가는 것. 10대의 고민을 무대 위에 펼칠 배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공주 역의 김민주(24)씨는 “저희 때와 생각이 비슷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은 상당히 세부적이고 진지한 편”이라면서 “도덕성이나 인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을 택한 이민이 역의 이하나(21)씨는 “교육문제가 우리 사회의 책임이라고 하지만 그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어른들이 아니냐. 근본적인 문제는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10대의 학교생활과 문화에 대한 거칠고 도발적인 보고서 <굿모닝, 학교>에는 오디션으로 뽑은 고수연, 조환준, 김태경, 이하나, 정현철, 김민주, 김국희씨 등 20대의 새 얼굴 7명과 극단 학전의 고참배우 이황의(41)씨가 참여한다. 젊은 작가 정가람(30)씨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김민기 학전 대표가 가사를 지었다. 또한 학전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작곡가 정재일(27)씨가 비르거 하이만의 록음악 14곡을 편곡하고 새로 작곡한 ‘돈림피아드’를 선보인다. 수능 수험표를 지참한 청소년은 공연 기간 중에 20% 할인되고 13일 공연 첫날은 무료로 볼 수 있다. 또 매주 수요일 중·고교 교복을 입은 청소년과 관객들도 20% 할인된다. (02)763-8233.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