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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개념 밴드’ 블랙홀…“생일잔치 촛불 밝혀요”

등록 2009-11-17 19:03수정 2009-11-17 19:23

오는 27~28일 데뷔 20돌 기념공연을 펼치는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 멤버들. 왼쪽부터 드럼 이관욱, 보컬 및 기타 주상균, 베이스 정병희, 기타 이원재.
오는 27~28일 데뷔 20돌 기념공연을 펼치는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 멤버들. 왼쪽부터 드럼 이관욱, 보컬 및 기타 주상균, 베이스 정병희, 기타 이원재.
팬들에 띄우는 20돌 초대장
헤비메탈 외길 걸으며 단독공연만 2000여회
촛불집회 단골손님…“상식과 양심 노래할 뿐”
어제 노래방에서 ‘깊은 밤의 서정곡’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고? 그거 우리 1집 노래잖아. 1989년에 발표했으니 벌써 20년이 흘렀구먼. 아, 소개가 늦었군. 내 이름은 주상균.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지. 여기는 19년 동안 한솥밥 먹은 베이스 정병희. 그 옆은 14년 전 합류한 기타 이원재. 막내인 드럼 이관욱도 어느덧 7년째니 우리, 참 지겹도록 함께 부대꼈네 그려.

돌이켜보면 참 파란만장하네. 대학생 스쿨밴드로 시작해, 서울 명동에서 열린 거리 가요제에 나간 게 발단이 됐어. 이승철·김태원의 밴드 부활 알지? 그 매니저가 우리 공연을 우연히 본 거야. 앨범을 내자더군. 그러자고 했지. 앨범 반응? 버스 타고 학교 가는데 라디오에서 ‘깊은 밤의 서정곡’이 나오더라고. 얼굴이 화끈거렸어. 그때만 해도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야.

왜 하필 헤비메탈이냐고? 주다스 프리스트, 블랙 사바스, 백두산, 시나위, 부활까지 당시 엄청 인기 장르였거든. 헤비메탈은 놀면 그만큼 티가 나는 음악이야.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 돼. 사실 우리가 좋아한 건 헤비메탈의 연주 방식이지, 외국 밴드들의 사상까지 좋아한 건 아니야. 헤비메탈이라는 그릇에 우리만의 알맹이를 담으려고 고민 많이 했어. 노랫말도 가급적 우리말로 쓰고.

우린 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음악인 이전에 사회 구성원인데, 당연한 거 아냐? 4집 <메이드 인 코리아>부터 우리 역사, 지역 갈등, 광주 민주화운동, 통일 등 사회문제를 본격적으로 노래하기 시작했지. 미선이·효순이 추모 집회,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 광우병 위험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용산 참사 집회 등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모임에도 꾸준히 나갔어. 우리가 투사는 아니지만, 상식과 양심은 있거든.

블랙홀은 지금껏 정규 앨범 8장 등 모두 16장의 앨범을 냈어. 음반도 음반이지만, 우린 ‘공연의, 공연에 의한, 공연을 위한’ 밴드라 해도 과언이 아냐. 단독 공연만 2000번 넘게 했어. 팬들이 있다면 군·면 단위까지 어디든 달려갔지. 한창 때는 집을 나와 두 달 내내 돌아다닌 적도 있다니까. 옷은 빨아서 차 안에서 말리고.

이번에 우리가 데뷔 20돌 공연을 하게 됐어. 오는 27~28일 서울 행당동 성동문화회관 소월아트홀에서야. 원래 20돌 이런 거 챙길 생각은 없었는데, 문화연대가 자기네 창립 10돌과 엮어서 기념공연을 하자고 제안하더군. 문화연대와는 2000년 텔레비전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 운동을 함께 펼치며 인연을 처음 맺었어. 그 뒤로 서로 뜻이 잘 맞아 많은 활동을 함께해왔지. 정신적 동지라고나 할까?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건 그래서야.

쑥스럽지만 후배 밴드들의 헌정공연도 함께 열린다는군. 크라잉넛, 노브레인, 갤럭시 익스프레스, 디아블로, 스트라이커스, 크래쉬 등 여섯 팀이 개런티 없이 나선다고 하더군. 후배들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대견해. 우리 때보다 시장과 환경이 훨씬 열악해졌는데도 꾸준히 음악적 성취를 이뤄내고 있거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니까.

하여튼 정말로 멋지고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줄 테니 많이들 와서 느끼고 즐겼으면 해. 우리 그날 제대로 한번 놀아보자고. (이상은 블랙홀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02)773-7707.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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