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모차르트도 미소지을 새 이도메네오의 탄생

등록 2010-01-26 17:20수정 2010-01-26 19:09

테너 김재형(37)씨
테너 김재형(37)씨
오페라 ‘이도메네오’ 열연한 김재형
테너 기량 가르는 ‘푸어르…’ 10분 열창
정명훈 “처음이자 마지막 왕일것” 찬사




지난 21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지하의 한 이탈리아 식당. 국립오페라단이 이날 저녁 국내 초연한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의 자축 행사가 한창이었다. 갑자기 이 오페라 음악을 지휘한 정명훈씨가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를 연기한 테너 김재형(37)씨에게 다가와 와인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당신이 연기한) 이번 <이도메네오>가 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아요.” 그 순간 참석자들의 눈길이 김씨에게 쏠리면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정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줄 몰라서 깜짝 놀랐어요. 처음 하는 작품이라 걱정했는데 그 말씀을 들으니 긴장이 풀리더군요.”

독일 출국을 앞두고 지난 24일 만난 김씨는 그 때 감격을 되새기며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지난 21~24일 선보인 <이도메네오>는 테너 김재형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한껏 보여준 무대였다. 그는 세 차례 무대에 올라 바다의 신 넵튠과의 약속 때문에 아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이도메네오의 인간적 갈등을 드라마틱한 아리아와 사실적 연기로 표현해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 특히 1막 마지막에서 자신의 처절한 운명을 “잔인한 신이여…도대체 나를 왜 구해냈는지”라고 부르짖는 아리아는 압권. ‘푸어르 델 마르’로 불리는 이 노래는 1781년 독일 뮌헨 초연을 앞두고 이도메네오역의 테너가 “도저히 부를 수 없다”고 해서 모차르트가 쉽고 짧은 두번째 버전을 쓴 일화를 남긴 난곡.


오페라 ‘이도메네오’ 열연한 김재형
오페라 ‘이도메네오’ 열연한 김재형
“테너들 사이에 ‘가장 어려운 아리아’로 소문난 곡입니다. 굉장히 드라마틱해 기교적으로 어렵고 소리와 테크닉의 밸런스 맞추기도 힘들어요. 특히 레치타티보(노래하는 듯한 대사)부터 시작해 10분 정도 되는데 오래 집중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렵죠.”

이번 공연도 애초 두번째 버전을 하려다 지휘자 정씨에게 “도전할 수 있어야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지 않느냐”고 우겨서 원래 곡을 부르게 됐다고 한다. “첫날 아리아가 끝나고 그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피로가 싹 가시는 희열을 맛봤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서울대 성악과를 나온 김씨는 1998년 독일 뮌헨 아아르데 국제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하고 이듬해 이탈리아 토리노왕립극장에서 유럽 무대에 데뷔했으나 쓰디쓴 고배를 맛봤다. <나비부인>의 주역 핑커톤 역을 맡자 현지 언론으로부터 “거꾸로 캐스팅” “핑커톤은 동양남자가 아니다”는 혹평을 받았다. 독일에서도 10여편에 주역 캐스팅됐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데뷔 첫 단추를 잘못 끼운거죠. 지금 후회는 않지만, 테크닉적인 문제가 있어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그 무렵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 교수 도날드 라이테크와의 만남은 기울어가던 음악 인생의 축을 바로 잡아준 계기가 됐다. “그 분에게 말러 가곡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뒤 2006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카르멘>의 돈 호세 역을 맡아 “진정한 호세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았고, 2008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돈카를로>에서는 “최고의 돈카를로”란 극찬을 들으며 세계적인 가수로 거듭났다.


“남들 못하는 것을 너무 쉽게 한다고 해요. 드라마틱하면서 강렬한 소리를 내다가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목소리도 낼 수 있습니다. 벨칸토 오페라(기교적 발성이 중심인 오페라)를 많이 한 덕분도 있지만 준비하고 도전하려는 성격 탓이 아닌가 싶어요.”

그는 오는 29일 독일 에센시 알토테아트에 올려지는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 역할을 연기할 참이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