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김재형(37)씨
오페라 ‘이도메네오’ 열연한 김재형
테너 기량 가르는 ‘푸어르…’ 10분 열창
정명훈 “처음이자 마지막 왕일것” 찬사
테너 기량 가르는 ‘푸어르…’ 10분 열창
정명훈 “처음이자 마지막 왕일것” 찬사
지난 21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지하의 한 이탈리아 식당. 국립오페라단이 이날 저녁 국내 초연한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의 자축 행사가 한창이었다. 갑자기 이 오페라 음악을 지휘한 정명훈씨가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를 연기한 테너 김재형(37)씨에게 다가와 와인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당신이 연기한) 이번 <이도메네오>가 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아요.” 그 순간 참석자들의 눈길이 김씨에게 쏠리면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정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줄 몰라서 깜짝 놀랐어요. 처음 하는 작품이라 걱정했는데 그 말씀을 들으니 긴장이 풀리더군요.” 독일 출국을 앞두고 지난 24일 만난 김씨는 그 때 감격을 되새기며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지난 21~24일 선보인 <이도메네오>는 테너 김재형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한껏 보여준 무대였다. 그는 세 차례 무대에 올라 바다의 신 넵튠과의 약속 때문에 아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이도메네오의 인간적 갈등을 드라마틱한 아리아와 사실적 연기로 표현해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 특히 1막 마지막에서 자신의 처절한 운명을 “잔인한 신이여…도대체 나를 왜 구해냈는지”라고 부르짖는 아리아는 압권. ‘푸어르 델 마르’로 불리는 이 노래는 1781년 독일 뮌헨 초연을 앞두고 이도메네오역의 테너가 “도저히 부를 수 없다”고 해서 모차르트가 쉽고 짧은 두번째 버전을 쓴 일화를 남긴 난곡.
오페라 ‘이도메네오’ 열연한 김재형
“남들 못하는 것을 너무 쉽게 한다고 해요. 드라마틱하면서 강렬한 소리를 내다가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목소리도 낼 수 있습니다. 벨칸토 오페라(기교적 발성이 중심인 오페라)를 많이 한 덕분도 있지만 준비하고 도전하려는 성격 탓이 아닌가 싶어요.” 그는 오는 29일 독일 에센시 알토테아트에 올려지는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 역할을 연기할 참이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