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슬래시
슬래시 첫 솔로 음반
강력한 한 방 없어 아쉬워
강력한 한 방 없어 아쉬워
기타리스트 슬래시(사진)에겐 늘 ‘건스 앤 로지스’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1996년 밴드 건스 앤 로지스에서 탈퇴한 이후 슬래시스 스네이크핏, 벨벳 리볼버 등 여러 밴드를 거쳤지만 여전히 건스 앤 로지스의 그림자가 짙다. 그만큼 당시의 음악적 성취가 탁월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 슬래시가 자기 이름을 선명하게 내건 첫 솔로 음반 <슬래시>를 발표했다.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을 반영하듯, 그야말로 초호화 게스트들이 대거 참여했다. 오지 오스본, 앨리스 쿠퍼, 블랙아이드피스의 퍼기, 마룬파이브의 애덤 리바인, 푸시캣돌스의 니콜 셰르징거, 푸파이터스의 데이브 그롤, 이기 팝, 키드 록….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올스타 군단이라 할 만하다. 기타리스트 산타나가 1999년 여러 음악인들과 협업해 만든 명반 <슈퍼내추럴>을 연상시킨다. 슬래시는 사실 화려한 기타 솔로를 내세우는 연주자가 아니다. 특유의 기타 톤(소리)을 앞세워 블루스 냄새가 짙은 감성적 솔로와 강렬한 인상의 리프(반복 악절)를 연주해왔다. 이런 강점은 이번 음반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각기 다른 객원 보컬에 맞춘 여러 스타일의 17곡 모두 슬래시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반가운 음반이다. 다만 건스 앤 로지스 시절 히트곡만큼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옛 멤버 가운데 액슬 로즈만 남은 건스 앤 로지스가 2008년 발표한 음반 <차이니스 데모크라시>를 들을 때도 그랬다. 반가움 뒤에 남는 2% 아쉬움. 예전의 건스 앤 로지스는 어쩌면 이들의 오늘을 있게 한 발판인 동시에 평생 넘지 못할 벽인지도 모른다. 이번 슬래시 음반에선 이지 스트래들린(기타), 더프 매케이건(베이스), 스티븐 애들러(드럼) 등 건스 앤 로지스 옛 멤버들도 한 곡씩 연주를 도왔다. 지금으로선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이지만, 액슬 로즈까지 함께하는 ‘꿈의 재결합’에 대한 바람이 간절해진다. 사이프레스 힐과 퍼기가 참여한 보너스 트랙 성격의 ‘파라다이스 시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시 모인 건스 앤 로지스가 이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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