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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드로잉과 음악이 주고받는 무대입니다”

등록 2010-08-23 20:26

 문용민씨
문용민씨
공연+전시 ‘르 드브니르’ 선보인 문용민씨
미술작가 김미주씨와 함께 기획
‘문익환 목사 손자’ 부담 컸지만
용기내 프랑스서 전자음악 공부

지난 주말 저녁 서울 홍대 정문 앞 ‘피카소 거리’ 뒷골목에 잔잔한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꿈꾸는 듯 몽롱한 신시사이저 멜로디, 찬찬히 일렁거리는 비트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언덕배기의 작은 전시공간 ‘빌리 브라운’. 그 안에서 한 젊은이가 노트북으로 음악을 빚고 있었다. 신시사이저 전자음악 일렉트로니카를 연주하는 ‘랩톱 라이브’ 무대였다.

기타의 핑거링(손튕김)이나 드러머의 몸부림은 없다. 노트북의 키보드와 콘트롤러(조작기)의 버튼을 쉴새없이 눌러대는 손길이 전부다. 뽑아낸 음악들은 동굴이나 바닷가 절벽 앞을 거니는 듯한 공간감을 일으킨다. 공간 벽 곳곳에 한 여인의 마임 같은 몸짓, 생각의 덩어리들을 묘사한 듯한 수묵 톤 등의 드로잉도 붙어 음악과 화답한다.

20여분 남짓한 연주에 이어 박수가 터지자 연주자 문용민(32·사진)씨는 “너무 긴장해 잘 못한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날 무대는 ‘미묘’란 예명을 쓰는 문씨가 미술작가 김미주(27)씨와 함께 기획한 공연 겸 전시회인 ‘르 드브니르’(프랑스말로 ‘~이 되다’라는 뜻)의 시작이었다. 프랑스에서 전자음악을 공부중인 그가 같은 유학 동료인 김씨와 뜻을 맞춰 드로잉과 전자음악의 아련한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김씨가 남프랑스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서정적인 인물 드로잉을 본 문씨가 역시 영감을 받아 곡을 지었고, 다시 김씨가 이 선율을 토대로 그리고, 이를 문씨가 다시 음악으로 옮기는 작업을 거듭하면서 5개의 ‘드브니르’ 시리즈 습작이 나왔다.

문씨는 통일운동가 고 문익환 목사의 손자이자, 국내 민족음악극의 선구자였던 고 문호근 예술감독과 프리마돈나 정은숙(전 국립오페라단 단장) 한양대 교수의 외아들이다. 원래 국내에서 불어를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뒤인 2008년 프랑스로 음악 유학을 떠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록과 전자음악을 즐겨 들었던 그에게 뒤늦게 ‘끼’가 발동해 음악가족의 대를 잇고 있는 셈이다.

“용기가 필요했어요. 집안 어른들이 사회적으로 큰일을 하신 분들이 많아 제 취향이 부담스러웠고, 때론 멀리하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그 때문에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죠.”

두 사람은 전시에 맞춰 한·불어판 아트북도 냈다. 김씨의 드로잉이 담긴 80쪽 양장본에 문씨의 작품(10곡) 시디를 합본했다. 마지막날인 28일 저녁 7시에는 인디뮤지션들과 문씨가 라이브 무대를 펼친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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