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양방언
자전적 에세이 펴낸 재일동포 뮤지션 양방언
의사에서 음악인 되기까지
갈등과 고민 솔직하게 담아 “혹시 노래도 잘하시나요?” “그랬다면 제가 노래 음반을 냈지 연주 음반만 냈겠어요?” 지난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케이티(KT) 아트홀에 웃음소리가 넘쳤다. 재일동포 음악인 양방언(50)씨의 자전적 에세이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시공사 펴냄) 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에서다. 저자 겸 연주자와 독자 겸 관객과의 유쾌한 대화,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두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양씨도 관객들도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앞서 지난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겨레>와 만난 양씨의 손목에는 일본 록 페스티벌 ‘서머소닉’의 팔찌 티켓이 매달려 있었다. “다들 휴가를 즐기며 노는 8월이 제겐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올해도 일본 방송국 가을 개편 이후 새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 2개를 하고 있어요. 그래도 해마다 후지 록 페스티벌과 서머소닉은 빼놓지 않고 꼭 가요. 제겐 유일한 여름 휴가인 셈이죠.” 그는 참 바쁜 사람이다. 솔로 음반뿐 아니라 영화·방송·애니메이션·게임 음악까지 그의 음악적 촉수가 미치지 않는 곳이 별로 없다. 한국·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이 그의 무대다. 그런 그가 시간을 쪼개 책을 낸 이유는 뭘까? “올해로 제 나이 쉰입니다. 음악을 한 지도 30년이 됐고요.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이제는 뒤를 한번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책 출판 제의가 와서 흔쾌히 받아들였죠.”
그는 책에서 북한 국적으로 총련계 민족 학교를 다닌 어린 시절부터 한국 국적으로 바꾸고 세계적인 음악인이 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놓았다. “전문 작가가 저와 인터뷰를 하고 대신 쓰면 어떻겠냐는 제의도 있었지만 제가 직접 쓰겠다고 했어요. 책도 음악처럼 엄연히 제 작품이잖아요. 훌륭하고 완벽한 문장은 아니지만 쉽고 편하게 말을 건네듯이 저라는 사람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책에는 표면적으로 알려진 모습 뒤에 숨은 인간적인 면모가 화장을 지운 맨얼굴처럼 드러난다.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하기까지 겪은 고민과 번뇌, 아버지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 고국을 향한 본능적 끌림 등이 행간에서 절절하게 배어난다.
“젊은 시절의 치열한 고민이 없었다면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걸어올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의사를 그만두는 걸 반대하셨던 아버지께선 끝내 저를 용서하지 않은 채 돌아가셨는데, 음악을 더 열심히 하는 것만이 사죄하는 길이라 믿고 있어요.”
그는 책을 쓰면서 수많은 ‘왜?’라는 의문사와 맞닥뜨리면서 많은 걸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왜?’에 대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왜?’가 있어서 재미있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저를 매료시키는 ‘왜?’에서 몸을 다시 일으키는 추진력을 얻곤 하죠.”
이번 책으로 한차례 뒤를 돌아보며 추스린 그는 이제 또다른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뮤지컬 음악에도 손을 내밀고, 오는 10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통해 난생 처음으로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설 예정이다.
“앞날에 대한 정답도, 뚜렷하게 정해진 길도 없지만 왠지 제겐 확신이 있어요.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음악을 할 거라는.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도 주저하지 말고 뭔가 해봐야지’ 하고 생각해준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엔돌프뮤직 제공
갈등과 고민 솔직하게 담아 “혹시 노래도 잘하시나요?” “그랬다면 제가 노래 음반을 냈지 연주 음반만 냈겠어요?” 지난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케이티(KT) 아트홀에 웃음소리가 넘쳤다. 재일동포 음악인 양방언(50)씨의 자전적 에세이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시공사 펴냄) 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에서다. 저자 겸 연주자와 독자 겸 관객과의 유쾌한 대화,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두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양씨도 관객들도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앞서 지난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겨레>와 만난 양씨의 손목에는 일본 록 페스티벌 ‘서머소닉’의 팔찌 티켓이 매달려 있었다. “다들 휴가를 즐기며 노는 8월이 제겐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올해도 일본 방송국 가을 개편 이후 새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 2개를 하고 있어요. 그래도 해마다 후지 록 페스티벌과 서머소닉은 빼놓지 않고 꼭 가요. 제겐 유일한 여름 휴가인 셈이죠.” 그는 참 바쁜 사람이다. 솔로 음반뿐 아니라 영화·방송·애니메이션·게임 음악까지 그의 음악적 촉수가 미치지 않는 곳이 별로 없다. 한국·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이 그의 무대다. 그런 그가 시간을 쪼개 책을 낸 이유는 뭘까? “올해로 제 나이 쉰입니다. 음악을 한 지도 30년이 됐고요.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이제는 뒤를 한번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책 출판 제의가 와서 흔쾌히 받아들였죠.”
그는 책에서 북한 국적으로 총련계 민족 학교를 다닌 어린 시절부터 한국 국적으로 바꾸고 세계적인 음악인이 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놓았다. “전문 작가가 저와 인터뷰를 하고 대신 쓰면 어떻겠냐는 제의도 있었지만 제가 직접 쓰겠다고 했어요. 책도 음악처럼 엄연히 제 작품이잖아요. 훌륭하고 완벽한 문장은 아니지만 쉽고 편하게 말을 건네듯이 저라는 사람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뮤지션 양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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