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우
콘서트 앞둔 기타리스트 이병우
그는 “뭔가를 잘못 건드렸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오는 31일 저녁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010 이병우 기타 콘서트’의 주인공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조동익과 만든 1·2집 노래들
객원보컬과 20년만에 공연
“몸통없는 ‘기타 바’ 곧 완성”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매년 한차례씩 기타 콘서트를 열어온 건 지난 2001년부터. 어느덧 10년째다. 올해 그가 불쑥 내민 카드는 ‘어떤날’ 수록곡 연주. 조동익(베이스·보컬)과 이병우(기타·보컬)가 결성한 어떤날은 1980년대 후반 두장의 음반을 남기고 해체한 전설적 듀오다. 포크·록·재즈·팝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감성 어법을 확립한 이들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 명반을 꼽을 때면 늘 몇 손가락 안에 든다. 당시에는 대중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의 발자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 “어떤날 1·2집이 명반으로 꼽혔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놀랐어요. 너무 오래된 일이라 사람들이 기억이나 할까 했거든요. 어떤날은 제 20대를 담은 사진과도 같아요. 언젠가 조동익씨와 함께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왔는데, 그분은 계속 은둔 중이시라…. 저라도 좋은 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을 때 한번 해야겠다 싶어 결심했죠.” 이 소식은 입소문과 트위터 등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다. 어떤날과 함께 젊은 날을 추억하고픈 30·40대 팬은 물론 어떤날을 소문과 음반으로만 접해온 20대 팬들도 기대감에 들떴다. 조동익을 대신할 객원보컬로 누가 좋을지 추천하는 의견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예기치 못한 관심과 반응에 저도 놀랐어요. 벌집을 잘못 건드린 느낌이랄까? 원래 어떤날 곡은 10분만 하려 했는데, 기대에 보답하고자 30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죠. 노래요? 에이, 제가 노래하면 공연이 아니라 ‘다큐’가 돼요. 저는 기타 연주만 하고 노래는 객원보컬에게 부탁할 겁니다.” 그는 객원보컬을 좀처럼 정하지 못했다. “스무살의 풋풋한 감성을 잘 표현하면서도 커다란 무대에 짓눌리지 않을” 가수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연날까지 20일도 채 안 남은 12일까지도 머리를 감싸쥔 채 고심하고 있다. 사람들의 높은 기대만큼이나 어깨가 무거워진 탓이리라. 어느 곡을 할지도 아직 못 정했다지만, 이 곡만은 무조건 할 것 같다. “어떤날 1집에 수록된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늦잠에서 깨어난 일요일 오후 단번에 써내려간 곡이죠. 동익이 형 집에서 녹음하는 걸 들국화 형들이 듣고는 ‘너무 좋다. 우리 1집에 넣자’고 했어요. 결국 제가 좋아하는 형들 첫 앨범에 1년 먼저 실리게 됐죠.” <왕의 남자> <괴물> <마더> <해운대> 등의 영화음악가로 더 많이 알려진 그는 “하다 보니 영화음악 일들이 계속 몰려와 본업처럼 돼버렸지만,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게 가장 편하다”고 했다. 11살 때 처음 잡고 오스트리아 빈 국립 음악대학과 미국 피바디 음악원에서 10년 가까이 공부한 기타는 그에게 있어 “살아가는 방법”이자 몸과 마음을 기대는 “지팡이”가 됐다. “수많은 얼굴을 가진 기타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악기”라고도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클래식 기타 연주와 영화음악 공연도 선보인다. “기타와 여러 음악을 접목해오며 저만의 덧셈·뺄셈을 깨쳤어요. 이제는 이걸 열정을 가진 젊은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요. 내년에 문을 여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과 교수를 맡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회가 되면 마스터클래스 같은 것도 열어보고 싶고요.” 그는 몸체 없이 목만 있는 ‘기타 바’를 들어 보였다. 실패를 거듭하며 4년째 연구해온 발명품으로, 이제 완성 단계다. 연말에는 판매용 제품으로도 50만원 정도에 내놓을 작정이다. “이게 소리는 크지 않아도 연습용으로는 그만이에요. 늘 품에 지니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거든요. 몸에 무리도 안 가고요. 기타 잘 치는 친구들이 많아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그러고 보니 인터뷰 내내 그의 왼손은 기타 바 지판 위를 노닐고 있었다. (02)582-4098.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객원보컬과 20년만에 공연
“몸통없는 ‘기타 바’ 곧 완성”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매년 한차례씩 기타 콘서트를 열어온 건 지난 2001년부터. 어느덧 10년째다. 올해 그가 불쑥 내민 카드는 ‘어떤날’ 수록곡 연주. 조동익(베이스·보컬)과 이병우(기타·보컬)가 결성한 어떤날은 1980년대 후반 두장의 음반을 남기고 해체한 전설적 듀오다. 포크·록·재즈·팝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감성 어법을 확립한 이들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 명반을 꼽을 때면 늘 몇 손가락 안에 든다. 당시에는 대중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의 발자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 “어떤날 1·2집이 명반으로 꼽혔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놀랐어요. 너무 오래된 일이라 사람들이 기억이나 할까 했거든요. 어떤날은 제 20대를 담은 사진과도 같아요. 언젠가 조동익씨와 함께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왔는데, 그분은 계속 은둔 중이시라…. 저라도 좋은 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을 때 한번 해야겠다 싶어 결심했죠.” 이 소식은 입소문과 트위터 등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다. 어떤날과 함께 젊은 날을 추억하고픈 30·40대 팬은 물론 어떤날을 소문과 음반으로만 접해온 20대 팬들도 기대감에 들떴다. 조동익을 대신할 객원보컬로 누가 좋을지 추천하는 의견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예기치 못한 관심과 반응에 저도 놀랐어요. 벌집을 잘못 건드린 느낌이랄까? 원래 어떤날 곡은 10분만 하려 했는데, 기대에 보답하고자 30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죠. 노래요? 에이, 제가 노래하면 공연이 아니라 ‘다큐’가 돼요. 저는 기타 연주만 하고 노래는 객원보컬에게 부탁할 겁니다.” 그는 객원보컬을 좀처럼 정하지 못했다. “스무살의 풋풋한 감성을 잘 표현하면서도 커다란 무대에 짓눌리지 않을” 가수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연날까지 20일도 채 안 남은 12일까지도 머리를 감싸쥔 채 고심하고 있다. 사람들의 높은 기대만큼이나 어깨가 무거워진 탓이리라. 어느 곡을 할지도 아직 못 정했다지만, 이 곡만은 무조건 할 것 같다. “어떤날 1집에 수록된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늦잠에서 깨어난 일요일 오후 단번에 써내려간 곡이죠. 동익이 형 집에서 녹음하는 걸 들국화 형들이 듣고는 ‘너무 좋다. 우리 1집에 넣자’고 했어요. 결국 제가 좋아하는 형들 첫 앨범에 1년 먼저 실리게 됐죠.” <왕의 남자> <괴물> <마더> <해운대> 등의 영화음악가로 더 많이 알려진 그는 “하다 보니 영화음악 일들이 계속 몰려와 본업처럼 돼버렸지만,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게 가장 편하다”고 했다. 11살 때 처음 잡고 오스트리아 빈 국립 음악대학과 미국 피바디 음악원에서 10년 가까이 공부한 기타는 그에게 있어 “살아가는 방법”이자 몸과 마음을 기대는 “지팡이”가 됐다. “수많은 얼굴을 가진 기타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악기”라고도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클래식 기타 연주와 영화음악 공연도 선보인다. “기타와 여러 음악을 접목해오며 저만의 덧셈·뺄셈을 깨쳤어요. 이제는 이걸 열정을 가진 젊은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요. 내년에 문을 여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과 교수를 맡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회가 되면 마스터클래스 같은 것도 열어보고 싶고요.” 그는 몸체 없이 목만 있는 ‘기타 바’를 들어 보였다. 실패를 거듭하며 4년째 연구해온 발명품으로, 이제 완성 단계다. 연말에는 판매용 제품으로도 50만원 정도에 내놓을 작정이다. “이게 소리는 크지 않아도 연습용으로는 그만이에요. 늘 품에 지니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거든요. 몸에 무리도 안 가고요. 기타 잘 치는 친구들이 많아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그러고 보니 인터뷰 내내 그의 왼손은 기타 바 지판 위를 노닐고 있었다. (02)582-4098.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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