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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앳된 몸짓에 빠져보실래요?

등록 2010-10-27 09:16수정 2010-10-27 14:16

발레 ‘라 바야데르’ 주인공을 맡은 무용수 박세은, 김기민, 채지영(왼쪽부터)씨.
발레 ‘라 바야데르’ 주인공을 맡은 무용수 박세은, 김기민, 채지영(왼쪽부터)씨.
한예종 재학중인 유망주들
객원 무용수로 파격 캐스팅
“나이에 맞는 표현 보여줄 터”
“너무나 큰 작품에 주인공을 맡았으니까 당연히 떨릴 수밖에 없죠. 우리 셋 다 무대에서 쓰러질 각오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주위에서는 우리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하시지만 열심히 해서 ‘어린 친구들이 저런 표현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지난 주말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 이 발레단의 남녀 간판 무용수들 사이에 앳된 모습의 세 무용수가 눈에 들어온다.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이 지켜보고 있건만 쉬르 레 푸엥트, 투르 앙 레르, 피루에트 등 고난도의 발레 테크닉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어려운 동작이 끝날 때마다 선배들이 대견한 듯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발레 3총사 박세은(21·4년), 채지영(19·3년), 김기민(18·3년)은 “그 사람마다 색깔이 있듯이 박세은 만의 니키아, 김기민의 솔로르, 채지영 만의 감자티를 보여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전막 발레 <라 바야데르>가 29일부터 11월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출연진 150여명에다 의상 400여벌, 무게 200kg에 육박하는 대형 코끼리 모형과 온몸에 금칠을 한 무용수까지 등장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발레’이다.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공연한 뒤로 관객들의 끝없는 요청으로 올해 다시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고전발레 <라바야데르>는 인도 사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사랑)와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 전사 솔로르(야망), 매혹적이고 간교한 공주 감자티(권력)의 배신과 복수, 용서와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1877년 초연된 뒤로 신비롭고 동양적인 무대, 드라마틱한 남성미와 로맨틱한 여성미가 어우러진 걸작으로 사랑받아 왔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99년부터 이 작품을 발레단을 대표하는 고정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려왔다. 올해는 발레단이 자랑하는 수석 무용수들과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젊은 무용수들, 또 해외에서 초빙된 최정상급 무용수까지 함께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지난 7월 바르나 무용콩쿠르에서 금메달을 휩쓴 발레계의 떠오르는 샛별 박세은, 김기민, 채지영이 객원무용수로 30일 공연에서 각각 니키아-솔로르-감자티로 캐스팅되어 눈길을 끈다.

니키아 역을 맡은 박세은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드라마틱한 발레이어서 힘들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의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바르나 발레콩쿠르 시니어 부문 금상에 앞서 2006년 세계 3대 발레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 유에스에이 잭슨발레콩쿠르, 2007년 로잔발레콩쿠르 그랑프리를 석권한 최초의 한국 무용수다. 지난해까지 세계적인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Ⅱ와 국립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다 학업을 계속하려고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편입했다. ‘몸의 선이 예뻐서 발레를 하기 이상적인 체형’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수석 무용수 질리언 머피나 영국 로열발레단의 알리나 코조카루 같은 섬세한 발레리나를 닮고 싶다”고 한다.


감자티 역의 채지영도 2008년 로마국제콩쿠르 금상에 이어 2010년 잭슨발레콩쿠르 주니어부문,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 주니어부문 우승을 휩쓴 발레 유망주. 그는 “전막 발레가 처음인데다 감자티라는 큰 역을 맡아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무대에 선다는 게 큰 부담이다. 그렇지만 나이답지 않게 악역을 잘 소화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눈을 반짝거렸다. 지난해 타계한 볼쇼이발레단의 전설 에카테리나 막시모바와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김지영의 빼어난 표현력을 좋아한다.

박세은과 채지영 두 선배와 주요 파드되(2인무)를 맞출 김기민은 “솔로르가 제 상상의 이미지대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강렬하고 멋있는 전사이기 때문에 동화 속의 영웅처럼 무대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2008년 로마 국제발레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뒤 2009년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주니어부분 은상, 2010년 유에스에이 국제발레콩쿠르 주니어부분 은상을 수상하는 등 발레리노가 귀한 한국 발레계에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선배 박세은은 “기민이는 춤이 또래에 비해 성숙하다. 도약이나 회전 기술은 한국의 ‘미하일 바르시니코프’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세 사람은 “이 작품을 처음 하는 데다 음악도 잘 모르고, 클래식 발레 동작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셋이 밥도 같이 먹고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시간도 정해 놓고 연습하고 있다. 저희가 작품을 분석하면서 고민해온 솔로르와 니키아, 감자티의 사랑과 미움, 슬픔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임소영 공연기획팀장은 “경험은 짧지만 몸이 유연하고 젊은 패기가 넘쳐서 발레 테크닉 만은 선배 무용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기대해도 좋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번 무대에서는 한국 나이로 불혹을 맞은 현역 최고참 발레리나인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임혜경(39)씨가 니키아 역을 맡아 볼쇼이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노 루슬란 스크보르초프(솔로르 역)와 함께 고별무대를 꾸민다. 그는 올해 초 유니버설아카데미 서울 원장으로 부임해 미래의 발레 꿈나무를 키우고 있다. 또 황혜민, 강예나, 엄재용, 이현준, 정위 등 수석 무용수들과 감자티 역을 꿰찬 유니벌설발레단의 차세대 김나은, 한상이, 최지원, 한서혜, 손유희 등의 스타탄생도 기대를 모은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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