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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달빛요정’의 외로운 죽음 뒤엔…음악인 피말리는 디지털 음원 시장이 있었다

등록 2010-11-09 09:09수정 2010-11-09 16:51

뇌출혈로 지난 6일 숨을 거둔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의 발인식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고 있다. 고인이 생활고 속에서 어렵게 음악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음원 수익의 배분 문제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뇌출혈로 지난 6일 숨을 거둔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의 발인식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고 있다. 고인이 생활고 속에서 어렵게 음악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음원 수익의 배분 문제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실시간 듣기·정액제 주류
한곡당 고작 수십원 배분
‘음악=무료’ 소비자 의식과
사이트들 저가경쟁도 원인
지난 6일 숨을 거둔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이 생활고를 겪으며 고군분투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음악인의 주수입원으로 떠오른 디지털 음원 수익 배분 문제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음악인에게 지나치게 적게 몫이 돌아가는 지금의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디지털 음원, 어떻게 나눌까? 멜론, 엠넷 등 국내 음원 사이트들은 노래 한 곡을 내려받는 데 보통 500원을 받는다. 애플사의 아이튠스에서 곡당 1달러를 받는 것과 견주면 절반 수준이다. 음원 사이트는 이 가운데 보통 45%를 가져간다. 나머지 55%에서 저작권협회와 실연권협회에 들어가는 저작권료(9%)와 실연권료(4.5%)를 제하면 40%가량이 남는다. 여기에서 음원 유통 대행사 수수료를 뺀 뒤 제작사·음악인에게 돌아가는 돈은 200원 안팎이다.

아이튠스의 경우에는 아이튠스 쪽이 30%를 가져가고 70%를 음원 유통 대행사에 넘긴다. 대행사는 이를 제작사와 나누는데, 우리나라 음원을 아이튠스를 통해 외국에 판매하는 디에프에스비(DFSB)는 1달러의 절반 이상을 제작사에 돌아가도록 한다. 제작사와 음악인은 이를 받아 저작권료와 실연권료를 해결한다. 1달러를 1000원으로 환산하면 제작사와 음악인에게 최종적으로 돌아가는 몫은 400원이 좀 넘는다. 매출액의 40%가량을 음악인이 받는다는 점에서 분배 비율에 큰 차이는 없다.

■ 문제는 스트리밍과 정액제 서비스 하지만 국내 음원 시장의 대부분을 개별곡 내려받기가 아니라 실시간 듣기(스트리밍)와 월 정액제 서비스가 차지한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이는 국내 음원 사이트들의 지나친 저가경쟁이 낳은 결과다.

매달 3000원을 내고 무제한 실시간 듣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제작사·음악인에게 돌아가는 돈은 곡당 몇원에 그친다. 매달 5000원에 40곡 내려받기부터 매달 9000원에 150곡 내려받기까지 정액제 서비스의 경우 곡당 제작사·음악인에게 돌아가는 돈은 몇십원 정도다. 가격 자체가 워낙 싸게 책정되다 보니 음악인에게 돌아가는 돈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이다. 국내 음원 시장에서 실시간 듣기와 정액제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0%가량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러니 이름이 제법 알려진 인디밴드라 해도 온라인 음원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음반 한 장에 5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한 음원 사이트 관계자는 “음악인에게 너무 적은 돈이 돌아간다는 문제에는 공감을 하지만, 우리가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불법 다운로드 등을 통해 ‘음악은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싼 서비스만 찾다 보니 정액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음원유통사의 입김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고 전했다. 음원 사이트의 저가경쟁뿐 아니라 대형 유통사와 소비자 인식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문제라는 것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에게 음원 수익 정산에 앞서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를 주려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싸이월드 관계자는 “돈 대신 도토리를 주는 경우는 결코 없다”고 해명한 뒤 “그나마 우리는 스트리밍이나 정액제가 아닌 개별곡 다운로드 서비스만 하기 때문에 제작사·음악인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돌아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 공정 유통, 공정 소비가 대안 이에 일부 제작사들은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는 별도의 음원 유통 사이트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이응민 파스텔뮤직 대표는 “음원 사이트들이 하는 무료 쿠폰 행사의 경우 어떻게 정산되는지 도통 알 수 없다”며 “음원 사이트나 저작권협회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으나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들어 몇몇 레이블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싸이월드 관계자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인디밴드의 경우 수익이 아티스트에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좀더 근본적인 개선책은 없을까? 인디음악 음원을 유통하는 이창희 미러볼뮤직 대표는 “지금처럼 정액제 서비스가 주가 되는 한 음원 시장이 더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며 “개별곡 다운로드 시장으로 중심이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들의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지금의 음원 시장 구조가 형성되기까지는 대중의 인식 또한 크게 작용을 했다고 본다”며 “음악에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야 더 좋은 음악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좋아하는 음악에 지갑을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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