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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파이프 오르간은 사람을 닮았어요”

등록 2010-11-10 09:14수정 2010-11-10 09:16

여성 오르가니스트 박옥주씨. 사진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여성 오르가니스트 박옥주씨.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옥주씨, 베토벤 ‘영웅’ 연주
운명·합창 이어 세번째 공연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이 오는 11일 저녁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홀에서 오케스트라가 아닌 파이프 오르간 선율로 울려퍼진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오르간으로 편곡하여 연주하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교회 악기인 오르간이 일반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당찬 여성 오르가니스트 박옥주씨(39·성공회대 대학원)를 9일 저녁 서울주교좌성당 홀의 파이프 오르간 콘솔에서 만났다.

 “파이프 오르간은 참으로 매력있는 악기인데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어요. 물론 오르간이 귀족 악기인데다 종교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접하기 어렵죠. 또한 그동안 오르간 연주회도 주로 오르간을 공부한 음악가나 오르간을 잘 아는 이들을 위한 공연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잘 아는 작품을 오르간으로 연주해보자고 했어요.”

 그는 “파이프 오르간은 보통 1500개 이상의 개별파이프가 있고 소리의 배합에 따라 여느 오케스트라적인 특성인 다이내믹함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교향곡 감상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연주회는 지난 2008년 <교향곡 5번 ‘운명’>을 시작으로 2009년 <교향곡 9번 ‘합창’>에 이은 베토벤 교향곡 전곡 오르간 연주 시리즈의 세번째 무대. 특히 지난해 11월 경동교회에서 열렸던 ‘합창’ 연주회에서는 서울시의 ‘희망의 인문학’에서 홍준철(성공회대 신학대학원 겸임교수)씨로부터 합창 수업을 받았던 저소득층 시민들과 이강숙(74)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가 이끄는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의 합동연주로 열려 공연이 더욱 뜻깊었다.

 박씨는 “무엇보다 베토벤의 교향곡이 오르간을 위해서 작곡된 곡이 아니기 때문에 악기적인 특성을 오르간에 맞게 만드는 작업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그는 오케스트라의 현악기만큼 날렵하거나 날카로운 것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화성적인 악기이어서 훨씬 큰 규모의 볼륨을 줄 수 있는 파이프 오르간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연주할 수 있는 새로운 베토벤의 교향곡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템포보다는 오히려 볼륨감이나 베토벤이 자주 사용했던 극적인 대조를 잘 살리려고 했습니다. 원래 베토벤이 극과 극을 대조시키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파이프 오르간의 윗 건반에서는 피아노를 치다가 아래 건반에서는 포르테로 갑자기 할 수 있는 극적인 대조감이 가능했던 거죠. 또한 교향곡 안에서 오보에나 플루트의 선율을 재현하지 않고 오르간만이 갖고 있는 새로운 음색을 다시 만들어서 연주하려고 했어요.”

 그는 “그동안 교향곡을 오케스트라로 듣다가 오신 청중들이 오보에 선율인데 매우 신기한 음색이 나온다고 놀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에게 파이프 오르간 곡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고 하자 “오르간의 구조 자체가 사람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파이프 오르간은 사람의 심장인 모터가 있고, 사람의 폐처럼 바람상자가 있다. 또 사람의 힘줄이나 핏줄처럼 나무로 만든 셀 수 없이 많은 줄이 파이프에서 건반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연주자가 건반을 치면 나무 줄을 통해 소리 구멍을 막고 있는 판막이 열리고 바람이 들어가면서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의 몸이 노래할 때 울리듯이 오르간을 이루는 호흡을 하는 나무가 울려서 자연스러운 소리가 난다. 그래서 파이프 오르간은 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편한 악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 음대와 대학원에서 오르간을 전공한 뒤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와 잘부뤼켄 국립음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국립음대 최고 연주자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에서 오르간 연주회 활동을 하다 귀국해 2008년 5월부터 ‘박옥주가 그리는 오르간 세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멘델스존의 오르간 전곡, 슈만의 오르간 전곡 연주회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파이프 오르가니스트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베토벤 교향곡을 오케스트라와 비교하기보다는 파이프 오르간으로 듣는 교향곡의 매력을 느껴달라”면서 “앞으로 파이프 오르간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오르간을 많이 연주하는 기회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저녁 7시30분에 열리는 연주회는 항상 참신한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연주하는 데에 정평이 있는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단장 이강숙)이 주최하며 작곡가 이건용(63·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씨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02)730-6611.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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