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사도 바위 ⓒ사진가 신미식
[하니스페셜] 호주 한겨레 포토워크숍/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캐논코리아 컨슈머이미징과 호주관광청이 후원한 한겨레포토워크숍 호주편이
지난달 20~26일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멜번과 그레이트 오션로드 등지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호주 한겨레포토워크숍은 4회째로 총 29명이 참가했고 최봉림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심사위원들이 최우수작과 우수작을
가려냈습니다. 최우수작엔 장승원(33)씨, 우수작엔 김문기(65)씨와 정지원(40)씨가 각각 선정되었습니다. 편집자
최우수작 장승원, 우수작 김문기·정지원낯선 곳에 첫발 내디디면늘 ‘뭘 찍나’ 막막함이 앞서지만그곳은 달랐다동물원에선 캥거루가 졸졸해변 ‘12사도 바위’는 넋을 빼놓고 밀림 속 기찻길은 셔터 소리만 시가지는 온통 사진거리사람들은 렌즈를 피하지 않고 윙크거리, 풍경, 사람 3종세트 29명, 같은 사진이 거의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에 가면 항상 고민스럽습니다. 더군다나 포토워크숍은 사진만을 위해 떠나온 여행입니다. 6박7일 동안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대상을 물색하고 앵글을 연구하고 셔터를 누르고 찍은 사진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되새김질하는 것이 바로 워크숍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나 버스를 타고 낯선 곳에 첫 발을 내딛게 되면 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뭘 찍어야 하나”였습니다.
“이곳만큼 멋진 곳은 없다” 호주에선 비교적 그런 걱정을 덜 할 수 있었습니다. “호주만큼 멋진 곳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찍을 거리가 많았죠. 1회 워크숍이 열렸던 뉴칼레도니아에선 바다와 산과 하늘이 천국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에 누르면 그림이었던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림 속에 사람이 등장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나른한 천국이었죠. 두 번째 워크숍이 열렸던 안동은 좋은 관광명소였지만, 사진과 관련해서는 정형화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고택과 서원에선 분명 선과 질감이 있었지만 창조적 앵글을 찾는 것이 고단했고, 갓과 안동포를 만드는 장인들의 손놀림은 예술이었지만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가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 숨 쉰다는 느낌을 받았던 곳은 찜닭을 먹었던 시장골목이었습니다. 세 번째 장소는 제주. 사람이 사는 곳과 자연을 이어준 올레길이 좋았고 크고 작은 오름의 여유로운 선은 세계 어디에 내놓고 자랑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이 붐비는 곳은 시골 민속장터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피사체를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호주에선 많은 것이 해결됐습니다. 첫날 새벽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고 달려간 곳이 동물원이었습니다. 사람을 따라다니는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면서 인물을 찍는 듯한 기분이 든 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사진거리와 만났습니다. 대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거대한 암석의 조각상인 ‘12사도 바위’ 앞에선 탄성과 함께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그 자리에 있는 누구나 비슷한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긴 하지만 한두 컷쯤은 자신의 앨범에 간직하고 싶은 장엄한 풍경이었습니다. 100년 된 증기기관차 타고 100년 된 증기기관차 퍼핑빌리를 타고 30분간 밀림 속 기찻길을 달리는 프로그램은 사진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멋진 코스였습니다. 워크숍 참가자 29여 명이 일제히 눌러대는 셔터소리가 기적소리만큼 크게 들릴 정도로 사방에서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순환코스이다 보니 커브길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 덕에 기차를 탄 채 기차 전체를 찍을 수 있는 앵글이 나왔습니다. 나무다리를 지나면서 하얗게 연기를 내뿜는 기관차와 창가로 다리를 내밀고 숲을 만끽하는 승객들을 실은 객차행렬을 가로로 찍다 보니 불쑥 다른 이의 카메라가 프레임에 끼어듭니다. 방해가 된다는 기분이 들지만 그 자체가 사진의 일부로 녹아 들어가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만 약식으로 포토스토리를 구성한 참가자가 나왔을 정도로 많은 앵글이 나온 곳입니다. 다음날부터는 삼삼오오 흩어져서 본격적으로 멜번 시가지의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길거리사진을 찍기에 최적인 곳이란 것이 한 눈에도 보였습니다. 호주 워크숍의 압권이 바로 거리에 있었습니다. 좋은 거리사진을 위한 모든 조건이 고루 갖춰져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튀어나갔죠. 골목마다 보물찾기 무엇보다 도시에선 인물 뒤에 보이는 배경이 중요한 데 멜번엔 그게 있었습니다. 유럽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고풍스런 건축물과 유리의 특성을 적극 살려낸 현대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사진의 배경을 ‘책임’졌습니다. 다음으론 골목의 보물찾기를 들 수 있습니다. 멜번 도심뿐 아니라 브런즈윅 같은 구시가지의 골목 골목은 풍부한 볼거리, 찍을 거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유럽풍의 야외카페가 즐비하고 모든 벽마다 이국적이고 특색 있는 그라피티로 도배되어 있는 점 등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사진가의 능력입니다. 선, 색, 구성 자체를 테마로 마지막으로 이를 완성해줄 등장인물이 넘쳐났습니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에게 윙크를 하거나 짧게 인사를 건네면서 주인공으로 삼아도 좋았고,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출연시켜 보조 요소로 삼아도 좋았습니다. 서울에도 삼청동과 북촌의 골목이 있어 소소하게 발견하는 스냅사진의 즐거움이 있는데요. 멜번도 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구성 요소들이 한국의 사진가들에겐 이국적으로 다가온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거리분위기에서 선, 색, 구성 자체를 테마로 삼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같은 사진이 거의 없을 정도로 풍성한 ‘사진가들의 도시’, 그곳이 바로 멜번이었습니다. 호주/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이곳만큼 멋진 곳은 없다” 호주에선 비교적 그런 걱정을 덜 할 수 있었습니다. “호주만큼 멋진 곳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찍을 거리가 많았죠. 1회 워크숍이 열렸던 뉴칼레도니아에선 바다와 산과 하늘이 천국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에 누르면 그림이었던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림 속에 사람이 등장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나른한 천국이었죠. 두 번째 워크숍이 열렸던 안동은 좋은 관광명소였지만, 사진과 관련해서는 정형화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고택과 서원에선 분명 선과 질감이 있었지만 창조적 앵글을 찾는 것이 고단했고, 갓과 안동포를 만드는 장인들의 손놀림은 예술이었지만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가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 숨 쉰다는 느낌을 받았던 곳은 찜닭을 먹었던 시장골목이었습니다. 세 번째 장소는 제주. 사람이 사는 곳과 자연을 이어준 올레길이 좋았고 크고 작은 오름의 여유로운 선은 세계 어디에 내놓고 자랑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이 붐비는 곳은 시골 민속장터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피사체를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호주에선 많은 것이 해결됐습니다. 첫날 새벽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고 달려간 곳이 동물원이었습니다. 사람을 따라다니는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면서 인물을 찍는 듯한 기분이 든 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사진거리와 만났습니다. 대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거대한 암석의 조각상인 ‘12사도 바위’ 앞에선 탄성과 함께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그 자리에 있는 누구나 비슷한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긴 하지만 한두 컷쯤은 자신의 앨범에 간직하고 싶은 장엄한 풍경이었습니다. 100년 된 증기기관차 타고 100년 된 증기기관차 퍼핑빌리를 타고 30분간 밀림 속 기찻길을 달리는 프로그램은 사진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멋진 코스였습니다. 워크숍 참가자 29여 명이 일제히 눌러대는 셔터소리가 기적소리만큼 크게 들릴 정도로 사방에서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순환코스이다 보니 커브길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 덕에 기차를 탄 채 기차 전체를 찍을 수 있는 앵글이 나왔습니다. 나무다리를 지나면서 하얗게 연기를 내뿜는 기관차와 창가로 다리를 내밀고 숲을 만끽하는 승객들을 실은 객차행렬을 가로로 찍다 보니 불쑥 다른 이의 카메라가 프레임에 끼어듭니다. 방해가 된다는 기분이 들지만 그 자체가 사진의 일부로 녹아 들어가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만 약식으로 포토스토리를 구성한 참가자가 나왔을 정도로 많은 앵글이 나온 곳입니다. 다음날부터는 삼삼오오 흩어져서 본격적으로 멜번 시가지의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길거리사진을 찍기에 최적인 곳이란 것이 한 눈에도 보였습니다. 호주 워크숍의 압권이 바로 거리에 있었습니다. 좋은 거리사진을 위한 모든 조건이 고루 갖춰져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튀어나갔죠. 골목마다 보물찾기 무엇보다 도시에선 인물 뒤에 보이는 배경이 중요한 데 멜번엔 그게 있었습니다. 유럽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고풍스런 건축물과 유리의 특성을 적극 살려낸 현대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사진의 배경을 ‘책임’졌습니다. 다음으론 골목의 보물찾기를 들 수 있습니다. 멜번 도심뿐 아니라 브런즈윅 같은 구시가지의 골목 골목은 풍부한 볼거리, 찍을 거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유럽풍의 야외카페가 즐비하고 모든 벽마다 이국적이고 특색 있는 그라피티로 도배되어 있는 점 등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사진가의 능력입니다. 선, 색, 구성 자체를 테마로 마지막으로 이를 완성해줄 등장인물이 넘쳐났습니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에게 윙크를 하거나 짧게 인사를 건네면서 주인공으로 삼아도 좋았고,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출연시켜 보조 요소로 삼아도 좋았습니다. 서울에도 삼청동과 북촌의 골목이 있어 소소하게 발견하는 스냅사진의 즐거움이 있는데요. 멜번도 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구성 요소들이 한국의 사진가들에겐 이국적으로 다가온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거리분위기에서 선, 색, 구성 자체를 테마로 삼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같은 사진이 거의 없을 정도로 풍성한 ‘사진가들의 도시’, 그곳이 바로 멜번이었습니다. 호주/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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