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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레게는 굿하는 음악…우리 안에도 있어요

등록 2010-11-23 09:02

밴드 윈디시티의 리더 김반장
밴드 윈디시티의 리더 김반장
새 앨범 낸 밴드 ‘윈디시티’ 김반장
타이여행서 느낀 감동 담아
현지 레게밴드와 공동 작업
“흙냄새 물씬한 날것의 리듬”

레게와 솔을 연주하는 밴드 윈디시티의 리더 김반장(사진)이 지난해 12월 타이행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발단은 윈디시티가 타이의 신생 레게 페스티벌인 ‘스마일리 페스티벌’에 초청되면서부터. 따뜻한 나라에서 즐겁게 연주하고 오면 되겠지, 하며 부담 없이 간 그곳에서 김반장은 타이 레게 밴드 ‘스리라자 로커스’를 참가자 명단에서 확인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서로의 음악에 호감을 갖고 있던 차였다.

페스티벌에서 만난 두 밴드는 주파수가 너무도 잘 맞았다. 레게라는 공통분모에다 리더가 드럼과 보컬을 겸하는 흔치 않은 편성마저 닮은꼴이었다. 더듬더듬 영어와 손짓 발짓까지 동원한 의사소통은 가족처럼 자연스러웠다. 페스티벌이 끝난 뒤 스리라자 로커스는 타이에 머물며 함께 여행할 것을 제안했고, 윈디시티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반장과 김태국(베이스), 프랑스 사람으로 ‘화랑’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는 프랑수아(덥 엔지니어)가 남았다.

타이의 자연은 아름다웠다. 거대한 밀림과 덤불숲,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의 바다를 볼 때면 정신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도시뿐 아니라 시골 마을까지 구석구석 찾아가 흙냄새를 맡았다. 텐트를 치고 야영하며 모닥불 가에서 신나는 즉흥연주를 흠뻑 즐겼다. 눈빛만으로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 동네 작은 식당에서 연주하고 끼니와 잠자리를 얻기도 했다. 어느새 한달이 훌쩍 지났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그냥 떠날 순 없지.” 김반장은 그동안 함께 나눠온 것들을 음악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스리라자 로커스도 이심전심. 귀국 일주일 전 방콕 한 스튜디오에서 즉흥연주를 하며 만든 곡들을 다듬고 녹음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게 이번에 두 나라에서 동시 발매된 미니앨범 <윈디시티 미츠 스리라자 로커스>다. 국경을 뛰어넘은 두 밴드의 우정과 여정, 타이의 대자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레게는 사실 굿하는 음악이에요. 토속적이고 흙냄새 물씬 나는 날것의 음악이죠. 뒤에 강세를 두는 특유의 리듬이 특징인데, 개발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멀리하고 자연과 생명을 섬기는 정신과 가치가 레게의 핵심이죠. 단지 리듬만 차용한 건 진짜 레게가 아니라 ‘레게풍의 노래’에 지나지 않아요.”

김반장은 굿 문화처럼 레게도 세계 어디에나 있는 음악이라고 했다. “하와이 원주민의 레게, 호주 원주민의 레게, 일본 아이누족의 레게가 각각 있어요. 레게는 나라가 아니라 부족의 음악 같은 느낌이죠.” 그는 “레게는 각 지역의 토속문화와 결합하면서 국지화하는 동시에 그럼으로써 지구를 하나로 묶어 세계화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선 덥의 색깔도 강하다. 레게의 하위 장르인 덥은 1970년대 자메이카의 한 음향 엔지니어가 녹음실에서 우연히 일부 소리를 날려버린 사고를 일으킨 뒤 이를 아예 정식 음악으로 만들면서 생겨난 것이다. 보통 드럼과 베이스 소리만 남기고 다른 소리를 들어내거나 특수 효과를 줘 독특한 공간감과 여백을 만들어낸다. 덥에서는 음향 엔지니어가 아티스트가 되는 셈이다. 이 앨범에선 화랑이 그 몫을 했다.

김반장은 레게·덥과 우리 전통 장단을 결합하는 프로젝트 밴드 ‘아이앤아이 장단’ 활동도 하고 있다. 우리만의 레게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또 ‘비빔풍악단’이라는 팀을 꾸려 레게와 타령을 뒤섞기도 한다. “인사동에서 비빔풍악단 공연을 했더니 50·60대 어르신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모두가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한마당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진정한 레게입니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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