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음악여행 라라라’이어 KBS ‘음악창고’도 폐지 결정
정통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에서 사라지고 있다.
한국방송은 3일 이사회를 열어 2텔레비전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음악창고>(수 밤 12시25분)를 내년 초 정기개편에서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음악창고>는 15일 녹화분을 29일 마지막으로 방송한 뒤 사라진다. 지난 5월 출범한 지 불과 일곱달 만이다.
<음악창고>는 아이돌 가수 위주 가요 프로그램이나 토크쇼 색깔이 짙은 라이브 프로그램과 달리 음악 자체에 좀더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실력은 있으나 방송 출연 기회가 적거나 없었던 인디 밴드, 재즈 음악인, 싱어송라이터 등이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통로였다. 다수는 아닐지언정 열성적인 음악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과 함께 공영성 강화를 위해 교양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이렇게 된 것”이라며 “낮은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은 2텔레비전 평일 심야시간대 문화 프로그램 <낭독의 발견>(월), <클래식 오디세이>(화), <티브이 미술관>(목) 등을 1텔레비전으로 옮기고 이 자리에 강연 프로그램 등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독 <음악창고>만이 1텔레비전으로 옮겨가지 않고 폐지된다.
<음악창고>의 고원석 피디는 “클래식·미술·국악 프로그램을 없애려 한다면 그 분야 원로들의 반대 목소리에 부닥치기 마련인 데 반해, 대중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별다른 반대 움직임이 없어 쉽게 폐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이제 막 자리잡아가는 중이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앞서 문화방송 <음악여행 라라라>도 첫방송 이후 1년 11개월 만인 지난 10월 폐지됐다. 문화방송은 당시 “광고 수익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어 손해가 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제 지상파 방송에서 남은 정통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은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 정도다. 오히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최근 <온스테이지>라는 라이브 동영상을 제작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많은 음악인과 음악 애호가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가수 박기영은 트위터에서 “세상 참 덧없다. 또 이렇게 가는구나”라고 했다. 15일 <음악창고> 녹화를 앞둔 가수 요조도 “내가 가는 날이 마지막 녹화구나”라며 안타까워했다.
트위터 아이디 누리서니(nurisunny)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들을 곳도 볼 곳도 없어지고 음악인들은 설 곳도 없어지고. 너무 서글퍼집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인디레이블을 운영한다는 아이디 부스프로젝트(Boosproject)는 “(공영방송이라면) 이런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시간을 두고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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