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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꿈의 무대’ 한발 한발 오르는 섬세한 몸짓

등록 2011-01-12 08:53

왼쪽부터 이은원(20), 이승현(25)
왼쪽부터 이은원(20), 이승현(25)
[2011 공연계 주목 이스타] ③ 발레 이은원·이승현
해마다 10월이 다가오면 젊은 발레 무용수들은 가슴이 뛴다. 연말 최고의 인기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남녀 주인공 캐스팅이 이맘때 확정되기 때문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발레 무용수들에겐 차세대 주역으로 가는 등용문이 되어왔다. 지난 연말 무대에 오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양대 <호두까기 인형>에서 새 주역으로 낙점받은 차세대 유망주는 이은원(20·왼쪽 위 사진)씨와 이승현(25·오른쪽 위)씨였다.

이은원씨는 여주인공 마리 역으로 단숨에 전막 발레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난해 7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국립발레단에 인턴단원으로 입단한 지 석달 만에 주역으로 전격 캐스팅된 것이다. 올해부터는 정단원으로 승격도 됐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솔리스트 이승현(25)씨도 남자 주인공 왕자 역으로 차세대 스타로의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11월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라바야데르>에 주인공 솔로르 역으로 캐스팅되었으나 발가락 부상으로 공연을 포기했던 아쉬움을 달랜 것이어서 그에게는 더욱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돈키호테’ 이승현
높은 점프·유연한 턴 ‘장점’
“부상 벗어나 맘껏 뛰고파”

“지난해는 잊지 못할 한해였어요. 2009년 무릎을 다쳐 여덟달을 쉬었는데 입단하자마자 <백조의 호수>에서 파드트루아(3인무)와 스페인 공주 역을 맡았으니 얼마나 행운이겠어요. <호두까기 인형>의 마리 역은 초등학교 때 발레를 시작하면서 꿈꿔왔던 것이어서 정말 최고였어요.”(이은원)

“지난해 부상에서 벗어났으니 올해는 마음껏 무대에서 뛰고 싶습니다. 올해는 더 긴장해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무대 위에서 보내고 싶습니다.”(이승현)

지난해 화려하게 주목받은 두 사람은 올해 초반부터 활발하게 자기 재능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 이승현씨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올해 첫 작품 <돈키호테>(3월25~28일)의 남자 주인공 바질 역을 맡았고, 이은원씨는 국립발레단이 2월24~27일 9년 만에 무대에 올리는 ‘백색발레’의 대표작 <지젤>에서 주요 배역을 맡게 된다.



이은원(20)
이은원(20)
이승현씨는 발레리노로서 182㎝, 몸무게 67㎏의 훌륭한 몸을 갖췄지만 학생 땐 키가 작아 늘 고민이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150㎝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께서 발레하면 키가 커진다는 말을 듣고 친척이 운영하는 발레학교에 보냈어요. 처음에는 훈련이 힘들고 타이츠를 입는다는 게 창피해서 그만두고 싶었는데 어느새 발레가 차츰차츰 좋아지게 되었어요.” 중학교 졸업 뒤 그는 선양발레단 부속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발레수업을 시작했다. 그 뒤 2005년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아카데미에 들어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아나톨리 쿠체루크라는 좋은 스승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어요. 항상 힘있게 자리를 지키고, 머리를 써서 춤을 추라는 충고를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뒤 광주 국제무용콩쿠르와 동아콩쿠르 1위, 상하이 국제콩쿠르 파이널 리스트, 바르나 국제무용콩쿠르 세미파이널 진출 등 국내외 콩쿠르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올리며 발레계의 주목을 받았다. 높은 점프와 유연한 턴 동작, 섬세한 연기가 자랑인 그는 2009년 세종대를 졸업한 뒤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자마자 <돈키호테>와 <춘향>, <백조의 호수> 등에서 주요 배역을 맡으며 차세대 발레리노로 기대를 모았다.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매로 많은 여성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승현(25)
이승현(25)

‘지젤’ 이은원
국립발레단 입단 3개월만에
‘호두까기 인형’ 주인공 꿰차

국립발레단의 신데렐라 이은원씨는 키 167㎝, 몸무게 45㎏의 늘씬한 체격에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고 이국적이어서 남성팬들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예쁜 옷을 입고 공주가 돼서 춤추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발레에 빠졌다.

“유치원부터 엄마가 미술과 피아노를 가르쳤는데 모두 한달 만에 그만뒀어요. 그런데 발레는 끝까지 갔어요. 어려서부터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게 좋았고, 다양한 배역을 맡을 수 있는 발레의 재미를 일찍부터 알게 된 거죠.”

예원중 3학년을 마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로 입학한 그는 2006년 러시아 바가노바 국제무용콩쿠르 엘레강스상과 서울 국제무용콩쿠르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2007년에는 상하이 국제무용콩쿠르 주니어부문 2등상, 2008년 바르나 국제무용콩쿠르 주니어부문 3등상을 타는 등 쑥쑥 자라났다.

이승현씨의 올해 목표는 유명 발레콩쿠르에서 입상을 해서 군 면제를 받는 것이다. 그동안 공연 시기와 콩쿠르 일정이 겹치고 부상도 잦아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이은원씨는 “오빠, 올해는 부상 당하지 말고 꼭 콩쿠르에 입상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고, 이승현씨는 “은원이도 <지젤>과 <로미오와 줄리엣> 주역을 맡아 좋아하는 강수진 선생님처럼 세계적 발레리나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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