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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음속 빚, 공연에 담았어요”

등록 2011-01-18 19:24수정 2011-01-23 14:21

박권일
박권일
‘달빛요정 추모공연 추진회’ 박권일 대변인
오는 27일 저녁 7시 서울 홍대 앞 26개 클럽에서 모두 103팀이 참여하는 ‘달빛요정 추모공연-나는 행운아’가 열린다. 추모공연이 이처럼 대규모 동시다발로 열리는 건 이례적이다. 1인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은 지난해 11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숨을 거뒀다.

공연을 주최하는 ‘달빛요정 추모공연 추진회’의 박권일 대변인은 1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처음엔 막막했지만, 밴드와 클럽, 자원봉사자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뜨거운 관심과 열정을 보여줘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종영한 한국방송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음악창고> 음악감독이었던 박 대변인은 고인과 막역한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그는 홍익대 음악 동아리 ‘뚜라미’에서 이진원을 처음 만났다. 하지만 이진원이 신입생이던 1992년 곧 녹음실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기에 서로 깊이 알진 못했다.

둘이 본격적으로 가까워진 건 이진원이 음악을 시작하면서다. 혼자 음반을 만들고 고군분투하다 벽에 부닥친 이진원은 음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박 대변인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드라마·예능프로 음악감독을 하던 박 대변인은 역시 같은 동아리 선배가 몸담고 있는 음반제작사를 소개해줬다. 이진원은 이 회사와 손잡고 3집까지 냈다.

“마지막 앨범인 3.5집을 작업할 땐 다시 혼자더라고요. 제가 녹음실을 공짜로 쓰라고 했죠. 언론홍보도 도와줬어요. ‘형, 내가 연봉 2000만원 넘으면 꼭 술 한잔 살게요.’ 이랬는데, 끝내 못 얻어먹게 됐네요.”

그는 장례식 때 슬퍼할 겨를도 없이 묵묵히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빈소를 찾는 학교 선후배와 음악인들을 두루 아는 이는 그밖에 없었다.

“진원이는 <음악창고> 무대에 정말 서고 싶어 했어요. 근데 끝내 소원을 못 들어주고 보내버린 게 너무 미안하고 안타까웠어요. 그래선지도 몰라요. 추모공연 일을 덜컥 맡아버린 게.”

추모공연 준비에 와이낫 전상규, 타카피 김재국 등 고인과 친했던 음악인들과 공연·페스티벌 에이전시 ‘컴퍼니에프’가 적극적으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자발적 출연진이 순식간에 103팀에 이르렀고, 자원봉사자를 70여명 모집하는 데 300여명이나 지원했다. “진원이는 참 복이 많은 친구예요.”


그는 마지막 스페셜 공연 준비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이날 밤 11시가 되면 다른 클럽의 모든 공연은 마무리되고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특별한 무대가 펼쳐진다. 이진원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만 따서 틀고, 생전에 같이 공연했던 이동훈(기타), 장혁조(베이스), 유승혜(키보드) 등 다른 멤버들이 악기를 연주한다. 공연하는 이진원의 모습을 실제 크기로 비출 화면을 무대 한가운데 세운다. 이진원이 부활해 모두가 함께 합주하는 것 같은 광경을 연출하려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인디 음악은 뒷전으로 하고 주류 아이돌 음악 일에만 몰두했어요. 그러다 진원이의 ‘절룩거리네’를 세살배기 아들이 흥얼거리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어린애도 좋은 음악을 알아보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죠. 이후 좋은 인디 음악을 알리려 나름 애써왔어요. 그래도 부족하죠. 이제부터 더 분발할 겁니다. 그래야 진원이도 기뻐하겠죠.”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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