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내(33)
법학도 출신 ‘특이한 이력’ 눈길
독특한 실험성으로 무장한 신예
‘우릴 봤을까?’ 등 문제작 선봬
“공동창작 작품 꾸준히 하고파”
독특한 실험성으로 무장한 신예
‘우릴 봤을까?’ 등 문제작 선봬
“공동창작 작품 꾸준히 하고파”
2011 공연계 주목 이 스타 ⑤ 연극연출가 김한내
한국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가 위기에 빠졌다. 몇해 전부터 연극 본연의 정신인 예술성과 시대비판 의식보다는 대중의 흥미와 흥행을 좇는 상업적 연극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실과 풍자가 넘치는 시대정신과 실험성으로 무장한 젊은 연출가들이 연극의 순수성을 되찾으려는 움직이 일고 있다. 젊은 여성 연출가 김한내(33)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력이 독특한 편이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그는 사법고시 1차를 붙은 뒤 깊은 고민에 빠졌다. 2차까지 합격하게 되면 진정 자신이 원했던 연극의 길을 영원히 포기하게 될 것 같아 가족의 바람인 고시를 포기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갔다. 재학 시절 이상우(50) 한예종 교수 등 중견 연출가들과의 작업과 젊은 창작가들과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폭넓은 시선을 펼쳐 보였고, 졸업 뒤에는 씨제이영페스티벌, 아르코 예술극장의 신진 연출가 지원 프로젝트 등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작품을 올리며 연출가로서 단숨에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김씨가 연출한 연극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 <우릴 봤을까?> <낯선 하루 이야기> <동창생-한 놈만 죽인다> 등은 매번 문제작으로 화제가 됐다.
그의 힘은 연극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 확실한 자기 시각과 분석력을 가지고 있는 점이 꼽힌다. 선배 연출가 김동현(46·극단 코끼리만보 대표)씨는 그를 “극장이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할 줄 안다”고 평한다. “텍스트를 무대로 옮겨 실현할 때 그 공간성을 발견 배치해 관객들과 접촉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특히 내용과 시각적 이미지의 배치와 연결에서 두드러진다. 연출가 최용훈(48·극단 작은신화 대표)씨는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 치밀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훨씬 더 섬세하게 눈으로 보이는 부분들을 펼쳐낸다”고 분석했다.
김한내는 “낯선 것들이 익숙한 것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견디고 살아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일상에서 굉장히 많은 충격과 공포와 폭력에 시달린다고 생각해요. 그걸 어떻게 해서든지 넘어서서 오늘과 내일을 살아야 되는데, 그것을 어떻게 대처할까가 저는 항상 힘들었어요. 사소한 작은 다툼부터 큰 전쟁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견디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 빈대떡집에서 만난 그는 “처음 보는 기자와 이야기하는 것도 남들 생각 이상으로 제게는 힘든 일”이라고 웃으며 털어놨다. 그가 만든 극단 프로젝트그룹 빠-다밥도 이런 그의 고민에서 나온 이름이다. 너무나 익숙한 밥과 김치, 빵과 버터가 아니라 밥에다 버터를 얹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시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상 속의 폭력이나 공포나 낯선 것들을 형상화해보자고 빠다밥이라고 지었어요. 너무 있는 척하는 이름 짓고 싶지 않아서 제가 지었는데 다들 유치하다고 했어요.(웃음)” 그는 선배 연출가인 김동현씨와 이상우 한예종 연극원 교수를 멘토로 삼고 있다. 이상우 교수의 경제적인 연극과 김동현의 음악적인 리듬이 그가 닮고 싶어하는 점이다. “경제적인 것은 연극이 추구해야 하는 바라고 생각해요. 모든 면에서 살을 뺐을 때 가장 연극적인 게 나옵니다. 그게 티브이 드라마나 영화랑 다른 지점이죠. 티브이와 영화가 채워 넣어서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연극은 빼면서 마술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동현 선생님의 장점은 연출을 하시는 게 아니라 작곡을 하시는 것 같아요. 본인만이 갖고 있는 음악적인 리듬이 있어요.” 이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는 자신의 패기만으로 가기보다는 선배와 동료 연극인들과 함께 가고자 한다. “공동창작 작품을 꾸준히 많이 하고 싶어요. 작가가 미리 만든 작품이 아니라 작가와 연출가, 무대·조명·의상 등 젊은 예술팀이 같이 출발하는 프로덕션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 그의 일정은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게 될 굵직한 계획으로 벌써 가득 찼다. 국립극단의 ‘70년대 단막극의 재발견’ 기획 프로그램에 희극작가 박조열(81)씨의 풍자극 <흰둥이의 방문>으로 참가하고, 이강백(64)씨의 신춘문예 당선작 <다섯>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 예술가 집중지원사업’으로 이미지 연극의 세계적 거장 로버트 윌슨(70)이 미국 워터밀센터에서 각국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끝>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진 위부터) <동창생-한 놈만 죽인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우릴 봤을까?> 남산예술센터 제공.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 빈대떡집에서 만난 그는 “처음 보는 기자와 이야기하는 것도 남들 생각 이상으로 제게는 힘든 일”이라고 웃으며 털어놨다. 그가 만든 극단 프로젝트그룹 빠-다밥도 이런 그의 고민에서 나온 이름이다. 너무나 익숙한 밥과 김치, 빵과 버터가 아니라 밥에다 버터를 얹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시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상 속의 폭력이나 공포나 낯선 것들을 형상화해보자고 빠다밥이라고 지었어요. 너무 있는 척하는 이름 짓고 싶지 않아서 제가 지었는데 다들 유치하다고 했어요.(웃음)” 그는 선배 연출가인 김동현씨와 이상우 한예종 연극원 교수를 멘토로 삼고 있다. 이상우 교수의 경제적인 연극과 김동현의 음악적인 리듬이 그가 닮고 싶어하는 점이다. “경제적인 것은 연극이 추구해야 하는 바라고 생각해요. 모든 면에서 살을 뺐을 때 가장 연극적인 게 나옵니다. 그게 티브이 드라마나 영화랑 다른 지점이죠. 티브이와 영화가 채워 넣어서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연극은 빼면서 마술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동현 선생님의 장점은 연출을 하시는 게 아니라 작곡을 하시는 것 같아요. 본인만이 갖고 있는 음악적인 리듬이 있어요.” 이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는 자신의 패기만으로 가기보다는 선배와 동료 연극인들과 함께 가고자 한다. “공동창작 작품을 꾸준히 많이 하고 싶어요. 작가가 미리 만든 작품이 아니라 작가와 연출가, 무대·조명·의상 등 젊은 예술팀이 같이 출발하는 프로덕션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 그의 일정은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게 될 굵직한 계획으로 벌써 가득 찼다. 국립극단의 ‘70년대 단막극의 재발견’ 기획 프로그램에 희극작가 박조열(81)씨의 풍자극 <흰둥이의 방문>으로 참가하고, 이강백(64)씨의 신춘문예 당선작 <다섯>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 예술가 집중지원사업’으로 이미지 연극의 세계적 거장 로버트 윌슨(70)이 미국 워터밀센터에서 각국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끝>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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