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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불시착한 UFO, 하늘의 축복일까요?

등록 2011-02-15 18:50수정 2011-02-15 22:21

장진
장진
희망이 절망인 세상…‘장진표’ 사회풍자·유머 가득
“속 시원한 이야기” 모교 동아리 선후배 60명 출연
SF연극 ‘로미오 지구착륙기’ 장진 감독

U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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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간담동 230번지 재개발지구에 유에프오(미확인비행물체)가 추락한다. 전세계 70개국 300명이 넘는 기자들이 몰려들자 임기를 1년 남긴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고 들뜬다. 청와대는 즉각 국가비상지역으로 선포하고 국가브랜드사업으로 우주특구단지 지정을 추진한다. 하지만 달동네 주민들에게 유에프오는 재앙에 가깝다. 지난해 발표한 재개발 계획이 백지화되고 집값이 떨어지게 되자 격분한 주민들은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괴짜 영화감독 장진(40·사진)씨가 연극 장르에서 생소한 에스에프극 <로미오 지구 착륙기>를 들고 오랜만에 연극 무대를 찾는다. 2007년 연극 <서툰 사람들> 연출로 대학로 무대에 섰지만 신작 발표는 <웰컴 투 동막골> 이후 8년 만이다.

“항상 연극하는 친구들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내가 가서 잘될 거다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연극무대 지키면서 고군분투하는 친구들 옆에 있어줘야 하는데 미안하죠. 그런데 우리 동아리 30돌 기념으로 연극을 하게 돼 기쁩니다. 내년 겨울부터는 연극에 집중할 생각이고요.”

장 감독은 모교인 서울예대에서 몸담았던 창작극 동아리 ‘만남의 시도’의 30돌을 기념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아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린다. 장진 감독 특유의 재기 발랄한 유머와 날카로운 사회 풍자가 혼합된 작품.

“대한민국에서 집 하나를 얻는다는 게 기이할 만큼 절대적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꿈이 한순간에 없어지게 되었을 적에 그 모습은 어떨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유에프오는 이 세상에 없는 존재잖아요. 사람들이 힘든 세상을 살다 보면 정권이 바뀐다고,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나아질 거라고는 믿지 않거든요. 그럴 때 가끔은 이 세상에 없는 어떤 것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거나 구원을 꿈꾸죠. 그런 ‘미지의 희망’이라는 존재로 유에프오를 등장시켰던 거예요.”

그런데 그 유에프오가 인기가 바닥난 대통령이나 각료에게는 “미래에 관련된 일들이 죄다 엉클어질 때 이런 게 하나 와주니까 막 힘이 나는 거”지만 달동네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운 존재로 뒤바뀐다. ‘충무로의 소문난 이야기꾼’다운 장진 식의 비틀기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8년 동안 벼려 온 ‘장진 표’ 블랙 코미디인 만큼 풍자의 코드가 훨씬 강해졌다. 4대강, 뉴타운 개발, 강남 교회, 에프티에이(한-미 자유무역협정), 나로호 실패, 용산참사, 연평도 사건 등 현 정부의 민감한 사안들이 풍자의 도마 위에 오른다. 대통령도 유에프오에 태워 지구를 떠나보낸다.

“대학극이라는 약간의 안전장치 아래 정말 모든 것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대학 밖에 있는 대중극이나 상업연극은 정치적인 계파를 나눠서 공연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평균지수에 맞춰야 하는 게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대학극은 과감하게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학극의 기본정신이자 건강성이죠.”

그는 “유에프오 불시착이라는 말장난을 빌려 지금의 현실을 까발리면서 동시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50여개의 캐릭터에 연극배우 김연재, 김원해, 이지용, 김대령 등 ‘만남의 시도’ 졸업생과 재학생 60여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총체극으로 꾸며진다. ‘만남의 시도’는 서울예대 학생들이 전공과 상관없이 모인 창작극 동아리로 9기인 장진 감독 외에도 배우 황정민·정재영(이상 10기), 신하균(13기), 개그맨 김현철(10기), 연극연출자 남궁연(3기) 등을 배출했다. (02)2263-4680.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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