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겨레의 노래’ 인연으로 ‘작은 음악회’ 태어났죠

등록 2011-03-01 19:43수정 2011-03-02 11:29

김민기, 노영심
김민기, 노영심
‘20돌’ 학전 대표 김민기와 간판 프로 진행맡았던 노영심
오는 15일로 창단 20돌을 맞는 극단학전과 소극장 학전의 성장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실을 했던 공연이 바로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스무살 성년을 맞아 1994년 네번째 공연 이후 17년 만에 작은 음악회(22~30일)가 돌아온다. 한국 공연사에 큰 획을 그은 학전 김민기(60·왼쪽) 대표와 ‘작은 음악회’의 주인공 노영심(43)씨를 지난 주말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민기
17년만에 다시 시작하는 공연
한대수·황병기·이적 불렀어요

김민기
김민기

1991년 4월3일 첫선을 보였던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는 노영심과 학전 모두에 중요한 계기였다. “딱딱한 연주회가 아닌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편안한 음악 공연을 만들면 어떠냐”고 김민기 대표가 당시 스물셋이었던 노영심에게 직접 이름을 지어주었고, 이후 학전의 오랜 레퍼토리이자 노영심의 대명사가 됐다. 특별히 정한 형식 없이 초대 손님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작은 음악회는 이후 한국방송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며 방송으로 옮겨갔다.

노영심씨는 “아저씨께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제목이었다”며 “처음 ‘작은 음악회’를 맡기면서 ‘그릇이 되라’고 하신 말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김민기씨가 “그때는 양재기였는데 이제는 아주 커다란 함지박이 되어있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유럽의 예전 살롱문화 같은 것을 생각했어요. 보통명사화된 작은 음악회는 그야말로 ‘프티 콘서트’, 소규모 음악회이지만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는 단순히 음악만이 아니라 그 속에 콘텐츠가 있는 음악회라는 거죠. 음악이란 문화적인 틀거리라고 생각해요. 괴테가 말년에 바이마르공화국의 재상을 지내면서 유럽의 앞서가는 예술가와 학자들을 초청해서 놀다가게 했어요. 그러면서 변방 콤플렉스에 사로잡혔던 게르만 민족에게 어떤 문화를 심어주려고 했던 거죠. 너(노영심)도 함지박이 커지려면 그런 수준까지 가야 해.”

노영심
스물셋 시절 용기를 준 무대
첫 게스트 펑크내 운 기억 ‘생생’



노영심
노영심
두 사람은 1990년 <한겨레신문>이 창간 2돌을 기념해 냈던 음반 <겨레의 노래>를 작업한 것이 작은 음악회의 계기가 되었다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김민기씨는 총감독을 맡아 옌볜과 일본, 미국 등 국외에서 수집한 곡과 공모로 뽑힌 곡, 구전민요 등 12곡을 모았다. 당시 송창식, 서유석, 장필순, 전인권 등 당대의 쟁쟁한 가수들 사이에서 끼어 신예 노영심씨도 참여해 월북 음악가 김순남 작곡가의 자장가와 윤석중 작사 이성복 작곡 ‘고리’를 연주했다. “당시 ‘고리’를 구이국민학교 어린이들이 합창으로 불렀는데 무언가 전달력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원래 가사에는 없던 내레이션을 써서 얘(노영심)보고 읽어보라고 했어요. 그때 처음 만났는데 연예인답지 않고 촌닭 같은 인상이라고 할까, 마치 상추에 쌈 싸먹는 그런 순수한 느낌을 받았어요.(웃음)”

노영심 역시 “아저씨에게 유입된 것이 내게 큰 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느날 ‘봉우리’ 노래를 잠결에 듣다가 심장이 죄어드는 느낌을 받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요.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수 있을까 싶었죠. 그러면서 아저씨에게 노래는 무엇이었을까. 왜 노래를 만들었을까 처음으로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어요.”

노영심씨는 그 뒤 노래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스스로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첫날을 잊지 못한다. 약속했던 첫 게스트가 펑크가 나는 사고가 터져 당황한 그는 결국 울고 말았다고 한다. 그때 김민기씨가 게스트를 자청하고 나섰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공연을 본 분들은 행운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아저씨와 저에게는 고문이었어요. 아저씨가 고개 숙이고 땀을 뻘뻘 흘리고 계시는데, 제가 뭐라고 아저씨를 여기에 앉혀서 괴롭히나 싶었어요. 그때 ‘아저씨가 왜 고개 숙이고 계셔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묻고는 울었던 것 같아요. 그게 아저씨에게 얻는 답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아저씨는 여전히 대답을 못하셨어요.”(노영심)

그러자 김민기씨도 “나도 식은땀만 흘리다가 들어온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17년 만에 다시 부활하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가 예전의 문화를 다시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제도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이다.

돌아온 작은 음악회는 김민기의 옛 친구들, 황병기 컨템포러리 등 8가지 주제를 가지고 한대수, 황병기, 이적 등을 초대해 인물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1.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해발 3500m 하늘 아래 첫 서점, 그 경이로움에 취하다 2.

해발 3500m 하늘 아래 첫 서점, 그 경이로움에 취하다

‘진취적’ 왕후를 비추는 ‘퇴행적’ 카메라…우씨왕후 3.

‘진취적’ 왕후를 비추는 ‘퇴행적’ 카메라…우씨왕후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4.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흥행 파죽지세 ‘베테랑2’…엇갈리는 평가에 감독이 답했다 5.

흥행 파죽지세 ‘베테랑2’…엇갈리는 평가에 감독이 답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