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밴드
김창완밴드 첫 무대…국카스텐 등 이어가
엘지아트센터 ‘러시아워 콘서트’
지하철은 사람들로 넘치고, 도로는 자동차들로 넘치는 22일 저녁 7시.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이름 하여 ‘러시아워 콘서트’. 퇴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가볍게 맥주 한잔 들이켜듯 즐기는 공연 한 토막을 지향한 무대다. 미국 뉴욕 필과 시카고의 ‘러시아워 콘서트’, 영국 런던 워털루 ‘러시아워 콘서트’와 버밍엄 ‘러시아워 블루스’ 등에서 착안해 이날 첫선을 보였다.
“와, 연예인이다.” 김창완밴드가 무대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평소 이런 공연을 자주 접하진 않았을 법한 30~40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들 안에도 감성은 살아 있는 듯했다. 산울림 시절 명곡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너의 의미’, ‘회상’ 등이 잇따라 흘러나오자 무대를 응시하던 관객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떤 이는 조곤조곤 노래를 따라 불렀다.
공연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좀 못 된 시간, “벌써 마지막 곡입니다. 오늘은 퇴근길에 잠시 들러서 보고는 밥 먹으러 가는 공연이랍니다. 길게 할 수 없어요.” 김창완의 말에 관객들이 소리쳤다. “안 돼요. 저녁 안 먹을래요.” “밥 먹고 왔어요.”
앙코르 무대에 오른 김창완밴드가 ‘가지 마오’를 연주하자 그때까지 줄곧 앉아만 있던 관객들이 약속이나 한 듯 벌떡 일어섰다. ‘아니 벌써’를 부를 땐, 평소 고상한 무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엘지아트센터가 홍대 앞 라이브클럽처럼 변했다. 애초 1시간 예정이었던 공연은 20분을 더 넘겨서야 막을 내렸다.
직장 동료 10여명과 함께 온 정영훈(36)씨는 “평소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록 공연을 가까운 곳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김창완은 공연 뒤 “휴대전화 와이파이 안 터져도 속 터져하면서 정작 문화사각지대는 답답해하지 않는 시류가 안타까웠는데, 오늘 공연이 문화에서 소외된 생활인들에게 여유를 선사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본 크라잉넛 한경록은 “이런 좋은 취지의 무대라면 우리도 꼭 서고 싶다”고 했다.
엘지아트센터는 ‘러시아워 콘서트’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5월13일 인디 록 밴드 국카스텐과 서드스톤, 9월27일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어디선가 들었을 법한 클래식’, 10월11일 배장은 재즈 트리오, 11월3일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가 예정돼 있다. 티켓 가격은 그야말로 맥주 두어 잔에 노가리 안주 수준인 1만5000원. (02)2005-0114.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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