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7집 ‘멜로디와 수채화’ 낸 권진원
피아노와 현악기 중심 사운드
화사한 수채화풍의 앨범 꾸려
‘나는 가수다’ 탈락방식 아쉬워
“선후배 음악적 교류에 초점을”
화사한 수채화풍의 앨범 꾸려
‘나는 가수다’ 탈락방식 아쉬워
“선후배 음악적 교류에 초점을”
5년 만에 7집 ‘멜로디와 수채화’ 낸 권진원
권진원(사진)은 자신의 음악이 “사람을 위한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엔 어떤 장치를 넣어야 대중이 좋아할지에만 치중하는, 시장을 위한 음악, 또는 음악적 테크닉에만 치중하는, 음악을 위한 음악들로 넘쳐나는 것 같아요. 이런 음악이 크게 히트하거나 감탄의 박수를 받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음악을 듣고 눈물을 떨어뜨린다든지 진심 어린 미소를 짓는다든지 하게 되진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진정 사람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는 “예술로서의 대중음악”을 지향한다고도 했다.
“대중음악 하면, 유행가라는 말이 상징하듯, 여흥을 위해 한때 즐겁고 재밌게 불리다 곧 잊혀지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클래식은 안 그렇잖아요. 대중음악에도 분명 훌륭한 고전이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거든요. 저는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 그가 5년 만에 발표한 7집 <멜로디와 수채화>에는 이런 음악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아노와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절제된 사운드, 전주·간주를 최소화해 곡 길이가 3분을 넘지 않는 미니멀한 구성, 클래식 가곡이나 소품, 프랑스 샹송을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러운 멜로디…. 요즘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깊이감이 느껴진다.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음악을 시작한 뒤 ‘살다 보면’,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등 포크·포크록 기반의 음악을 해오던 그가 변화를 모색한 건 2006년 발표한 6집 <나무>에서부터다. 기타에서 피아노로의 중심 이동, 극도의 절제와 서정성을 보여준 6집은 ‘아트팝’이라 불릴 정도로 순수한 예술성을 추구했다.
7집은 6집의 연장선상에서 한걸음 더 변화를 꾀한 음반이다. 드럼을 완전히 배제했던 6집과 달리 이번에는 일부 곡에 드럼 연주를 입혔다. 6집이 묵직한 무채색톤이었다면, 7집은 화사하고 투명한 색채를 입힌 수채화와 같다. 권진원은 “6집이 작은 방 안에서의 조용한 독백이라면, 7집은 방에서 나와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손을 내밀기도 하는 그런 음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를 맡고 있는 그에게 교직은 음악 못잖은 천직인 듯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음악활동의 일부분인 것 같아요. 저 스스로 어렵게 온 길을 돌아보며 아이들에게 지름길을 가르쳐주고 덜 넘어지도록 돕는 거죠. 아이들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저 또한 음악 하는 데 큰 힘을 얻기도 하고요.”
요즘 대중음악 풍토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다. “멋진 기량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펼쳐보이는 후배들이 부쩍 늘었어요. 하지만 이들이 설 자리가 너무 좁다는 게 문제죠. 아이돌 음악에만 너무 편중돼 있어요. 일정한 틀에 맞춰 짜깁기하듯 양산되는 노래들만 사람들에게 들려지는 현실도 안타깝고요.” 그는 “다양한 음악이 균형을 이루도록 방송, 언론, 창작자, 청자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프로페셔널 가수들에게 순위를 매기고 누굴 떨어뜨리는 방식밖에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크죠. 하지만 다른 가수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해 들려주는 무대는 너무 좋았어요. 이런 부분을 발전시켜 가수 선후배들 간 음악적 교류와 인간적 만남을 돋보이게 바꾸면 어떨까요? 음악의 길이 외로운데, 이런 방송이 있다면 덜 외로울 것 같아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루바토 제공
권진원 7집 ‘멜로디와 수채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