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 해금 연주자
5집 '숲의 시간' 낸 해금연주자 꽃별
수묵화 같은 선율 울림 더 깊어져
12곡중 6곡 작곡…고음질로 제작
‘국악계의 보아’로 일본서도 활동
수묵화 같은 선율 울림 더 깊어져
12곡중 6곡 작곡…고음질로 제작
‘국악계의 보아’로 일본서도 활동
해금 연주자 꽃별(이꽃별·30·사진)은 우리 전통 현악기의 숨겨진 가치와 소리의 아름다움을 탐구해온 신세대 여성 국악인이다. 그가 2년 만에 다섯 번째 앨범 <숲의 시간>(포니캐년 코리아)을 냈다. 2001년 일본에서 데뷔한 이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해금의 크로스오버에 매달렸던 10여년간을 되돌아보는 자전적 앨범이다. 새 앨범에서는 그동안 풀어내지 못하고 담아두기만 했던 많은 것들을 최대한 비워냈다. 그래서인지 선율은 한층 간결하고 여유로와졌고, 소리의 울림은 더 깊어졌다.
“5집에서는 해금 소리에 가장 잘 맞는 음악을 찾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해금이 짙은 슬픔이 깃든 악기이긴 하지만, 처절함이 아닌 평화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새 음반의 주제는 ‘평화로움과 여유’라고 했다. 첫 곡 ‘소나무 그늘’을 들어보면 마치 큰 호숫가 소나무 그늘에 누워서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꽃별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3년 전쯤 어느 늦여름날 꽃별이 부모와 함께 일본 홋카이도를 여행했을 때의 행복감을 떠올려서 곡을 쓰고 그의 어머니가 제목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운무’는 경기도 분당 율동공원 안에 있는 어느 무덤 앞에 앉아서 우연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느끼고 쓴 곡. 죽음은 슬프고 무서운 것이라기보다 삶을 끝낸 뒤의 평화로운 휴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었다고 한다.
꽃별은 앨범에 수록된 12곡 가운데 ‘월하정인’, ‘빈자리’, ‘푸르른’ 등 6곡을 작곡하고 편곡까지 참여했다. 다른 곡들도 오랫동안 함께 작업했던 작곡가 윤현종, 유웅렬, 신해원씨 등의 신작들이다.
“제가 쓴 곡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멜로디의 기승전결을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한 테마를 심플하게 쓰고 연주로 변주하는 방식을 택했죠. 청중들이 3~5분 가까이 되는 곡을 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고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게 곡을 진행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요. 그래서 편곡 작업이 어려웠어요.”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한 전작과 달리 새 앨범에서는 해금을 위주로 악기 편성을 최소화해 단순미를 강조했다. 또한 고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강지연)를 비롯해 피아노포르테(이한응), 기타(윤현종·유웅렬), 거문고(박우재), 리코더(이정국) 등 비교적 간소한 바로크 악기만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소리를 담아내려 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앨범 곡들은 수묵화 같은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생생한 음질을 확보하기 위해 국악 크로스오버 장르 최초로 고음질 시디 제작방식인 ‘에이치큐시디’(HQCD) 버전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재킷 작업에는 유명 사진가 김상곤씨가 참여해 빛의 화가 르누아르의 명화를 보는 듯한 흔들리는 이미지의 질감을 살려냈다.
꽃별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중이던 2001년 소리꾼 김용우씨의 밴드 멤버로 일본 공연에 참가하면서 현지 음악 관계자의 눈에 띄어 일본 무대에 먼저 데뷔했다. 2002년 3월 ‘한일 보이스세션’ 멤버로 참가해 일본 6개 지역을 순회 공연하면서 엔에이치케이(NHK)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의 조명을 받아왔다. 2003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된 1집이 국악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한국과 일본 무대를 오가며 연주하는 ‘국악계의 보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현지에서 저를 진심으로 대해주었던 많은 분이 생각나서 가슴이 아팠어요. 지방에서 공연할 때 도쿄에서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와주신 분들, 공연 뒤 고기를 사주신 분들, 한번도 ‘노’라고 말한 적이 없었던 성실한 스태프들을 떠올렸어요. ‘제가 정말로 일본에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에서 더 열심히 연주 활동을 하고 싶어요”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