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열씨, 최희선씨
‘윤도현밴드’ 전 기타 유병열
‘조용필밴드’ 기타 최희선
게리무어 헌정곡 공동작업
‘조용필밴드’ 기타 최희선
게리무어 헌정곡 공동작업
록 음악은 사내들을 뭉치게도 하고 헤어지게도 한다. 그리고 또 만나게 한다. 기타리스트 유병열(사진 왼쪽).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지만, 그는 초창기 윤도현밴드(와이비)의 큰 축이었다. 거칢과 섬세함을 두루 갖춘 그의 기타는 윤도현밴드의 정체성이 됐고, ‘먼 훗날’ 등 굵직한 히트곡들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는 윤도현밴드 4집을 마지막으로 2000년 밴드에서 나왔다. 음악적 견해차로 잦아진 충돌이 끝내 곪아 터진 것이다.
“헤어지고 3년 정도 서로 얼굴도 안 봤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내가 잘못했던 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느덧 마음이 풀리고, 나중엔 이런 문자까지 보내게 됐어요. ‘이제는 윤도현밴드의 팬으로서 너희들을 응원한다’고요.”
자신의 밴드 ‘비갠후’를 결성하고 활동해오던 유병열은 지난해 말 첫 기타 솔로 미니앨범(EP)을 냈다. “인간의 온갖 감정을 모두 소리로 낼 수 있다는 게 기타의 최대 매력”이라는 그의 오랜 계획이었다. 휘성이 보컬로 참여한 타이틀곡 ‘러브 텐션’을 뺀 나머지는 연주곡으로 채웠다. 정규앨범이 아닌 미니앨범으로 만든 건 열악한 국내 연주음반 시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의 창작욕은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다. 첫 솔로 앨범이 나온 지 불과 석 달 만에 두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제목은 <유병열의 스토리 오브 윤도현>. 타이틀곡 ‘가슴이다’의 보컬을 윤도현이 맡았다. “언제 한번 같이 작업하자”고 서로 지나가듯 한 약속을 이번에 지키게 된 것이다. ‘먼 훗날’ 이후 무려 13년 만에 윤도현의 애절한 목소리가 안성맞춤인 록 발라드가 다시 나왔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저한테 도현이만큼 잘 맞는 보컬이 또 없다는 걸 느꼈어요.”
이번에는 윤도현이 부탁했다. “나도 형 도와줬으니 형도 나 한번 도와줘.” 윤도현이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백지영의 ‘대시’를 부를 때 유병열이 기타를 잡았다. 윤도현은 방송에서 “오랜만에 병열이 형이 함께 해줘서 너무 든든했다”고 했다. 유병열은 말했다. “저에게 윤도현밴드는 큰집 같은 존재예요. 아마도 우린 평생 동반자처럼 지낼 것 같아요.”
유병열이 이번 앨범에서 공동작업을 한 곡이 또 하나 있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에게 바치는 헌정곡 ‘리멤버’다. “좋아하는 형님들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오른쪽), 부활의 김태원에게 참여를 부탁했다. 곡 후반부에서 기타 석대가 한데 뒤엉키며 주조해내는 사운드가 압권이다. 여기에 윤도현의 코러스가 악기처럼 뒤섞였다.
게리 무어는 가고 없지만, 이 땅의 기타리스트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최희선은 아예 게리 무어 헌정공연을 주도했다. 결국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타리스트 12명이 참가하는 게리 무어 헌정공연 ‘12지(G)신의 송가’가 오는 17일 오후 2시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열리게 됐다. 최이철·김광석·한상원·최희선·김도균·김태원·유병열·이현석·손무현·타미김·박창곤·박주원 등 12명에다 ‘기타 신동’ 정성하가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다. 애초 신대철·함춘호·김종진도 참여하려 했으나 공연 날짜가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빠졌다.
최희선이 말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연주는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법이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 이번 공연의 핵심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는 “각자 두곡씩 게리 무어 곡을 연주하는 형식인데, 앙코르 때 12명 전원이 돌아가며 기타를 연주하는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1544-1555.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리의 기타는 윤도현·조용필·게리무어와 1촌 관계랍니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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