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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카이스트 출신 이 남자 연극판서 사회를 말하다

등록 2011-04-14 20:29

연출가 김태형
연출가 김태형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연출
생존경쟁 씁쓸한 단면 그려
“후배들 자살 안타까운 마음”
“카이스트 학생이라고 특별히 다르진 않아요. 특수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일 뿐인데… 학교나 사회에서 사명감이랄까, 책임감을 요구하는 게 학생 개인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봐요.”

과학고 졸업, 카이스트 3학년 자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입학. 2007년 연극 <오월엔 결혼할거야>로 데뷔한 서울 대학로의 젊은 연출가 김태형(33·사진)씨의 이력이다. 앞으로 그를 설명할 땐 ‘카이스트 출신’이란 수식어가 가장 먼저 붙을 공산이 크다.

한때 전기전자,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카이스트 학생이었던 김씨는 최근 카이스트 후배들의 잇단 자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제가 다닐 때와 분위기가 달라진 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이 나왔지만, 성적 따라 돈이 차례로 매겨지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김씨는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과 경쟁 스트레스가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공부가 싫어 학교를 떠났다는 김씨지만, 최근 후배들의 상황에 대해 내내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18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연출하고 있다. <아직…>은 보험 사기를 꾸미다 파국을 맞는 서른살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코미디물. 한국공연예술센터가 2008년부터 신춘문예 희곡 분야 당선자들의 장편을 무대에 올리는 ‘봄 작가, 겨울 무대’의 지난해 최우수 선정작이다. 사회적 생존 경쟁의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88만원 세대’의 씁쓸한 자화상을 담았다. 김씨는 그동안 <모범생들>, <가족오락관> 등을 통해 세상살이에 지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무대에 올렸다. 시험 점수에 목매는 외국어고 학생들의 집단 커닝을 다룬 <모범생들>, 생계를 위해 살인을 계획하는 <가족오락관> 등에서 사회가 부여한 욕망과 개인의 생존 본능에서 오는 압박을 못 견디고 궁지에 내몰린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도 돈은 필요하지만 적절한 수단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이 보험 사기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결국 개인의 행복과 불행은 사회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성공을 바라는 욕심, 돈에 대한 유혹 등 사회는 개인에게 세속적인 욕망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개인은 그걸 따라가다가 방법을 몰라 절망하게 되는 거죠.”

연극의 사회적 힘을 믿는 김씨지만 데뷔작 <오월엔 결혼할거야>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각색한 <옥탑방 고양이>에서는 대중적인 감각도 보여줬다. 김씨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관객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옥탑방 고양이>는 여자주인공 ‘고양이’를 통해 아늑한 방 한칸 구하기 힘든 ‘88만원 세대’들의 고단한 서울살이를 묘사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중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좇아온 김씨는 다음 작품으로 드라마 <연애시대>를 각색한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02)3668-0007.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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