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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민중미술 다시 꺼내 존재의미 되묻고 싶어”

등록 2011-06-16 20:33

목판화가 이철수(57)
목판화가 이철수(57)
판화가 이철수 데뷔30돌 개인전
‘동학 연작’ 등 민중판화·자기성찰적 선화 모아
“내 방식대로 시대를 같이 책임지려고 했다”
충북 제천 천등산 자락에 칩거하던 목판화가 이철수(57·사진)씨가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했다. 지난 30년의 화업을 정리하는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그가 1981년 서울 관훈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이철수 판화전’을 열어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만 30년째다. 그는 암울했던 1980년대에 고 오윤과 더불어 선 굵은 민중판화가로 민중미술운동을 펼쳤고, 1990년대 이후에는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을 선화(禪畵)의 기법으로 담아내 판화의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지난 20여년 동안 자신의 생활 주변과 세상의 변화를 꼼꼼히 읽으며 쏟아낸 그의 판화 작업은 출판과 달력, 엽서, 아트상품으로 대중과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

그는 오는 22일부터 7월22일까지 30년 전 전시했던 그 자리인 관훈갤러리에서 기획 초대전 ‘새는 온몸으로 난다’를 연다. 2005년 초대전 ‘작은 것들’ 이후 6년 만에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그를 15일 만났다.

“주위의 성화에 못 이겨 전시회를 하게 되었지만 우리 아이 세대들에게도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옛날이야기처럼이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 먹어가면서 젊은 세대들과 소통의 문이 닫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세대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 우리 세대의 작업을 보여주는 것도 한번 해볼 만한 일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철수씨의 화단 데뷔 30돌 전시회에 출품된 판화, 창공을 힘차게 나는 독수리를 그린 표제작 <새는 온몸으로 난다>(2010)
이철수씨의 화단 데뷔 30돌 전시회에 출품된 판화, 창공을 힘차게 나는 독수리를 그린 표제작 <새는 온몸으로 난다>(2010)
그는 “이념의 시대가 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념이 비정상적으로 과잉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민중미술, 또는 진보라고 불리는 우리들의 과거 그림들을 다시 꺼내놓고 보면서 존재의 의미를 되물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전시를 앞두고 이씨는 1981~2005년 제작한 목판 58점을 찾아내어 다시 작품을 찍었다. 또 2005년 이후 제작된 55점을 합쳐 전시에는 모두 113점을 내놓게 됐다. 민주화운동이 거셌던 시기인 1980년대 포스터, 전단, 깃발, 책표지 등으로 널리 애용되었던 <장승 소리> <공장 지대> <동학 연작> 등 민중판화들이 우선 눈에 띈다. 1985년 충북 제천으로 이주한 뒤 새롭게 판화의 세계를 개척하면서 내놓은 <개혁> <바람 부는 날, 나뭇잎들> <좌탈> 시리즈 등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을 새로 선보이는 게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산 사람들은 따로 있었을 것이고 나는 그 언저리에 있었죠.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내 방식으로 시대를 같이 책임지려는 생각은 있었어요.”

농사를 지으며 판화 작업을 하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근작 <하늘 이고 저물도록>(2011). 작가의 지문을 확대해 밭고랑의 이미지로 삼았다.
농사를 지으며 판화 작업을 하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근작 <하늘 이고 저물도록>(2011). 작가의 지문을 확대해 밭고랑의 이미지로 삼았다.
그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자료를 뒤지면서 뜻밖에 20대 후반 시절의 발상이나 그때 사물을 보았던 눈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다고 한다. “20대 후반에는 순진하고 졸렬하고 그런 화가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진함 속에도 뭔가 실마리 같은 것은 좀 잡아내고 있었던 모양인가 봐요. 그 고민을 지금도 다양하게 지속하고 있고….”

이씨가 단아한 그림과 시적 언어를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 추구해온 선화는 20대 후반부터 싹을 보였다는 해석으로 들린다. 그에게 민중판화를 하다가 선화로 돌아선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그가 천천히 담배를 빼어 물었다.

“이번 전시를 회고담으로 보기보다 20, 30대의 작가의 고민이 50대 후반에 어떻게 풀려가고 있는지, 여전히 헤매고 있는 건지 등의 관점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사실 제 작품이 90년대 이후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그 변화와 변모, 변신에 관해서 질문이 많았어요. 나 스스로도 새로운 길이라고 여겼던 자기 성찰, 내면에 대한 고민을 늘 의심스러워하면서 보고 있었으니까요. 이번 전시회에서 저의 그런 고민을 통째로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02)733-6469.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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