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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화랑·판박이 아트페어…‘위기의 미술시장’

등록 2011-06-23 20:34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가는 길은 멀다. 일부 화랑과 대기업의 밀실 비자금 거래와 아트페어 경쟁력 상실 등으로 국내 미술시장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 인사동 화랑가 풍경.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가는 길은 멀다. 일부 화랑과 대기업의 밀실 비자금 거래와 아트페어 경쟁력 상실 등으로 국내 미술시장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 인사동 화랑가 풍경.
‘서미갤러리 사건’으로 도덕성 치명타·거래 불신감 확산
화랑들 이권다툼 속 차별성 잃은 아트페어는 존폐 위기
지난 2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한국 미술시장에 최근 들어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화랑가는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서미갤러리 사건’으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과 결탁한 일부 화랑주의 비자금 조성을 위한 밀실 편법 거래로 미술시장과 화랑주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례 없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미술시장의 큰 축이던 아트페어(미술품 판매전람회)가 방만한 운영, 내부 화랑들의 알력과 이권 다툼 등으로 외국 유명 아트페어에 잇따라 시장을 잠식당하고 국내 컬렉터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미술계에서는 거래의 투명성 확보와 국내 아트페어의 질적 향상 등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절박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거렸던 미술시장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조심스러운 회복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4~5월 불거진 대기업과의 밀실거래 추문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서미갤러리와 오리온그룹의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비롯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화랑 불법대출 사건 등이 계속 터져나왔다. 특히 삼성가에 외국 유명 작가 그림을 공급하는 중개상 구실을 했던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삼성가를 상대로 물품대금 청구소송을 내는 과정에서 그림 값이 최고 23배나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화랑 거래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북촌·인사동 화랑가에는 요즘 컬렉터들 발길이 끊겼고 기업 등 ‘큰손’들의 미술품 구입도 사실상 중단됐다는 전언이다.

김영민 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미술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던 미술품 거래 양도세 부과가 2013년으로 미뤄지면서 화랑주들이 경기회복을 기대했지만, ‘서미갤러리 사건’ 등으로 시장이 다시 움츠러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 주축인 큰손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만큼 당분간 침체가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갤러리와 재벌의 짬짜미 거래가 드러나면서 화랑가가 기업비리의 온상으로 비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최열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내 미술계 전체가 사기집단인 것처럼 여론의 집중 표적이 되곤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미술계에서는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작품 가격 책정과 거래 투명성 구축 등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예컨대 크리스티 등 국외 유명 경매사처럼 작품 가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표준가격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외국 작품을 사들여 공급하는 화랑과 작품을 사는 대기업 산하 미술관 사이의 ‘공모’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화랑협회 쪽은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미술품 표준보증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시장 대중화를 이끌었던 아트페어가 차별화된 기획전시 등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국내에서는 화랑협회 주최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를 비롯해 서울오픈아트페어, 부산국제아트페어 등 7개 국제페어를 비롯해 30여개 군소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같은 작가, 같은 그림’이 쏟아지는 ‘판박이 페어’가 반복되면서 국내외 컬렉터들로부터 외면당한 지 오래다. 특히 올해 4회째를 맞은 홍콩아트페어(아트홍콩)가 최근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바젤 아트페어에 인수되면서 ‘블루칩’으로 떠오르자 국내 아트페어는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위기감이 커지는 실정이다. 홍콩아트페어는 ‘무관세 무과세’의 이점과 지난해 경매시장 규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중국을 등에 업고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로 급성장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강남대 교수)은 “아트페어에 좋은 화랑, 좋은 작가가 있다면 컬렉터는 모이기 마련이다. 참가 화랑의 엄격한 선정과 차별화된 전시 등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안공간 루프의 서진석 디렉터도 “예술을 경제적인 가치로만 보고 투자하는 컬렉터나 기획력과 자생력 없는 화랑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거쳐야만 글로벌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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