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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거물 인디밴드’ 오디션 프로에 나간 까닭은?

등록 2011-07-05 20:48

<톱밴드> 참가 자격 논란이 일었던 게이트 플라워즈 멤버들. 왼쪽부터 박근홍(보컬), 양종은(드럼), 유재인(베이스), 염승식(기타).  <한겨레> 자료사진
<톱밴드> 참가 자격 논란이 일었던 게이트 플라워즈 멤버들. 왼쪽부터 박근홍(보컬), 양종은(드럼), 유재인(베이스), 염승식(기타). <한겨레> 자료사진
프로급 ‘게이트 플라워즈’ 등
‘톱밴드’ 출연하자 자격 논란
음악성 높아도 설 무대 적어
“음악 알리기 위한 궁여지책”
“보컬이 약간 비호감처럼 들리네요. 공연장 가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데, 소파에 앉아서 보는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지난 2일 밤 방송된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매주 토 밤 10시10분)에서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멤버인 전태관 심사위원이 록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의 무대를 보고 한 말이다. <톱밴드>는 <슈퍼스타케이>, <위대한 탄생>처럼 서바이벌 형식을 취하되 솔로가 아닌 밴드를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뒤집어보면, 국내 밴드 음악의 현실이 이 심사평 안에 응축돼 있다. 달달한 아이돌 음악에만 익숙한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밴드 음악은 낯설고 껄끄러울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인 동시에 사실이기도 하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 2차 예선에서 한 참가팀이 연주하고 있다.  한국방송 제공
한국방송 2텔레비전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 2차 예선에서 한 참가팀이 연주하고 있다. 한국방송 제공
게이트 플라워즈는 요즘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무명 아마추어 밴드를 대상으로 하는 <톱밴드>에 나가기엔 ‘너무’ 많이 알려진 ‘거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발표한 첫 미니앨범(EP) <게이트 플라워즈>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앞서 2009년에는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이달의 헬로루키’로 선정됐다. 음악성을 인정받을 만큼 받은 이들이 <톱밴드>에 출연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자격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보컬 박근홍은 블로그에 ‘톱밴드 출연에 대한 변명’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화려한 이 밴드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초라해 보인다. 앨범은 300여장 팔렸을 뿐이고, 록 페스티벌에는 한군데도 초청받지 못했다. 세차례 단독공연의 평균 관객은 20명이 채 안 됐다. 출판사에 다니는 박근홍은 회식이라도 잡히면 그날 저녁 공연은 포기해야 한다. 염승식(기타)은 영어 강사로 생활비를 벌고, 디자인 계통 프리랜서인 양종은(드럼)은 일이 너무 바빠서 연습도 제대로 못 나온다. 유재인(베이스)은 학교를 졸업한 뒤의 진로가 막막해 아예 휴학을 했다.

<톱밴드> 출연 자격 논란이 일었던 또다른 밴드 브로큰 발렌타인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야마하 주최 ‘2008년 아시안 비트 코리아 파이널’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밴드 리더의 어머니는 <톱밴드>에서 “상을 받는 순간만 기뻤지, 수상 이후 (아들이) 할 일이 더이상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톱밴드>의 김광필 책임프로듀서는 “프로는 그걸로 밥을 먹고 사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보는데, 게이트 플라워즈는 멤버들이 낮에는 회사 다니고 저녁에만 밴드를 하기 때문에 프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언제 그들을 프로 대접이라도 해줬나”라고 반문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하고 싶은 음악을 꿋꿋하게 지키는 인디 밴드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현실은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싶어도 통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은 생판 모르는 신인이라도 손쉽게 방송에 나오지만, 인디 밴드 중에선 장기하와 얼굴들 등 이미 유명해진 극소수만 방송의 주목을 받는다. 방송 출연 여부는 음반이나 음원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박근홍은 “우리 음악을 들은 다음에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들려드릴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싶진 않다”며 “무엇보다 지상파 텔레비전, 그것도 토요일 밤에 나올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톱밴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광필 책임프로듀서는 “자신들 노래를 알리고 싶은 인디 밴드들에게 <톱밴드>는 절박한 창구”라며 “<나는 가수다>로 음악 시장이 바뀐 것처럼 <톱밴드>도 음악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씨도 “<톱밴드> 논란이 생긴 것 자체가 그동안 방송·언론이 새롭고 실력 있는 음악인들을 발굴·소개하는 데 얼마나 인색하고 타성에 젖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톱밴드>는 오는 9일 방송에서 결선 진출 24팀을 최종 선정한다. 이후 6개조로 나눠 각각 코치가 붙어 지도하며 자체 선발방식으로 16팀을 추린다.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8강전부터는 심사위원단 평가와 시청자 문자 투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토너먼트를 이어간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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