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 허클베리핀
5집 ‘까만 타이거’ 발표
“음악 죽을 때까지 한다” 선언 상징하는 앨범
‘댄서블 록’ 경쾌한 변신…두달간 매주 공연계획
“음악 죽을 때까지 한다” 선언 상징하는 앨범
‘댄서블 록’ 경쾌한 변신…두달간 매주 공연계획
록 밴드 허클베리핀에게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 1998년 데뷔 이래 정확히 3년마다 11곡이 담긴 정규 앨범을 꼬박꼬박 내놓았다. 리더 이기용(기타)은 한 앨범 작업을 마치는 순간부터 곧바로 다음 앨범을 위한 3년간의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이렇게 내놓은 앨범 중 1집 <18일의 수요일>과 3집 <올랭피오의 별>이 2007년 전문가 52명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꼽혔다. 4집 <환상, 나의 환멸>로는 2008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적어도 음악적 면에서만은 탄탄대로를 걸어온 셈이다.
이 법칙대로라면 5집은 지난해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5집 <까만 타이거>는 예정을 훌쩍 넘긴 지난달 20일에야 발매됐다. 무엇이 견고한 법칙을 무너뜨린 걸까?
“5집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에요. 5집 밴드가 된다는 건 음악을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허클베리핀이 진부한 밴드가 되느냐, 매력적인 밴드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이라고 봤죠. 그래서 완성도에 더욱 신경쓰다 보니 1년이 더 걸렸어요.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7㎏이나 줄었어요.”(이기용)
허클베리핀이 비장의 무기로 꺼내든 카드는 ‘댄서블 록’. 강렬하면서도 비장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이전 앨범들보다 한층 경쾌하고 흥이 넘실댄다. 타이틀곡 ‘도레미파’를 비롯해 ‘걸 스톱’, ‘쫓기는 너’ 등이 대표적이다. 이기용의 기타와 객원 연주자 루네의 건반이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촘촘히 짜고, 4집 이후 밴드를 탈퇴한 김윤태 대신 녹음에 참여한 자우림의 드러머 구태훈이 강렬하고 감각적인 비트로 뒤를 받친다. 그 위에 얹힌 이소영(보컬)의 목소리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전에는 감정을 절제하며 음색 자체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노래했는데, 이번에는 ‘걸 스톱’ 등 몇몇 곡에서 교태도 좀 부리고 다른 색깔도 넣어봤어요. 개인적으로는 ‘숨쉬러 나가다’가 가장 어려웠어요. 노래 중간에 숨쉴 틈도 별로 없고 가성도 많이 써야 했거든요. 녹음실에서 한번 부르고 나면 어지러워서 숨쉬러 바깥에 나가야 했다니까요(웃음).”(이소영)
앨범 처음부터 이어지는 새로운 사운드는 7번 곡 ‘빗소리’를 기점으로 허클베리핀의 예전 스타일로 돌아온다. 이전까지가 변화무쌍한 변화구였다면, ‘빗소리’부터 마지막 곡 ‘폭탄 위에 머물다’까지는 묵직한 직구다. 이런 곡 배치마저도 새로운 매력을 강조하려는 세심한 계산에서 나왔다.
“연애할 때 보면, 처음엔 죽을 것처럼 사랑하다가도 몇년 지나면 시들해지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같은 스타일만 답습하면 듣는 이에게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자꾸 새로운 모습을 내보여야 매력이 지속되는 법이죠.”(이기용)
허클베리핀은 이번 앨범에 상당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기용은 “요즘 들어 좋은 음반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우리 5집의 매력을 넘어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30년 뒤에도 시간을 견디는 음반이 되리라 자신한다”고 했다. 앨범 제목 <까만 타이거>는 “하얀 설원을 홀로 걸어가는 검은 제왕의 이미지로 허클베리핀의 음악적 자부심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신있게 내놓은 음반이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줄 통로는 많지 않다. 방송사마다 음반을 보냈지만,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을 빼곤 단 한군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또 외면받을 공산이 크다는 생각에 그럼 우리끼리라도 하겠다는 오기로” 이들은 장기공연을 기획했다. 다음달 8일부터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 드럭에서 8주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허클베리핀의 심화학습-숨 쉬러 나가다’ 공연을 한다. “고독해도 갈 길을 가겠다”는 ‘까만 타이거’의 포효가 벌써부터 귓전을 때리는 것 같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루비레코드 제공
허클베리핀은 이번 앨범에 상당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기용은 “요즘 들어 좋은 음반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우리 5집의 매력을 넘어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30년 뒤에도 시간을 견디는 음반이 되리라 자신한다”고 했다. 앨범 제목 <까만 타이거>는 “하얀 설원을 홀로 걸어가는 검은 제왕의 이미지로 허클베리핀의 음악적 자부심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신있게 내놓은 음반이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줄 통로는 많지 않다. 방송사마다 음반을 보냈지만,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을 빼곤 단 한군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또 외면받을 공산이 크다는 생각에 그럼 우리끼리라도 하겠다는 오기로” 이들은 장기공연을 기획했다. 다음달 8일부터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 드럭에서 8주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허클베리핀의 심화학습-숨 쉬러 나가다’ 공연을 한다. “고독해도 갈 길을 가겠다”는 ‘까만 타이거’의 포효가 벌써부터 귓전을 때리는 것 같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루비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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