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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장애’ 꼬리표 떼고 음악으로 승부할래요

등록 2011-07-18 19:56수정 2011-07-18 23:25

오른쪽부터 가수 고은, 우은미, 작곡가 이정민씨, 가수 이나경.
오른쪽부터 가수 고은, 우은미, 작곡가 이정민씨, 가수 이나경.
첫 앨범 ‘언젠간…’ 내는 장애인 작곡가 이정민씨
1급 뇌병변 딛고 트위터 공모로
현직 가수·연주가와 음반 내놔
“결과물 흡족…공연도 하고파”
 지난 15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 휠체어에 앉아 이제 갓 녹음된 노래를 듣는 작곡가 이정민(29)씨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노래를 부른 가수 고은·우은미·이나경씨도 미소를 지었다. 이씨의 꿈이 마침내 이뤄지는 순간이다.

 뇌병변 1급 장애를 안고 태어나 손발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이씨는 컴퓨터로 작곡하는 법을 공부해 작곡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데모 음반을 만들어 대형 기획사 문을 두드렸지만, 벽은 높았다. 이씨의 사연이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격려와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작곡가 김형민씨, 기타리스트 홍준호씨 등이 음반 제작을 돕겠다고 나섰다.(한겨레 5월23일 보도)

 이들의 도움으로 편곡과 연주 부분 녹음까지 마친 이씨는 노래를 부를 객원가수를 찾았다. 트위터에 “알리, 고은 등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수와 작업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말을 남기긴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가수 고은씨가 연락을 해온 것이다. 고은씨는 “언론 보도를 보고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소속사에 얘기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케이> 출신 가수 우은미씨도 참여 뜻을 밝혀왔다. 둘은 애절한 발라드인 타이틀곡 ‘언젠간’을 듀엣으로 불렀다. 데모곡에 가이드(임시) 보컬로 참여했던 가수 이나경씨도 정식으로 한 곡(‘오직 너’)을 불렀다.

 “솔직히 처음엔 불편한 몸으로 음악을 하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에 도와야겠다는 동정심 같은 것도 있었어요. 하지만 같이 작업을 하다보니 다른 작곡가들과 전혀 다를 게 없더라고요. 동정심이 아니라 노래에 대한 욕심으로 녹음에 임하게 됐어요.”(고은)

 “고은 언니와는 얼마 전 <뮤직뱅크> 방송에서 처음 만나 인사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 듀엣을 하게 돼 너무 기뻐요. 둘이서 부른 ‘언젠간’은 다른 요즘 가요들처럼 후렴에서 빵 터지는 부분 없이 잔잔하면서도 진실된 감동을 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우은미)

 “노래할 때 호흡을 어떻게 해달라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주문하시더라고요. 작곡가님 머릿속에 확고한 그림이 있는 것 같았어요. 보통 녹음하다 보면 작곡가가 다그치기도 하는데, 이정민 작곡가님은 내내 웃으며 편하게 대해줘서 재밌게 녹음을 마칠 수 있었어요.”(이나경)


 화기애애한 분위기 탓인지 이날 녹음은 예정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끝났다. 이씨는 “가수들이 연습을 열심히 해온 것 같다”며 “결과물이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폴라리스 이정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여섯 곡을 담은 앨범 <언젠간…>은 22일께 정식 발매된다. 토이(유희열)처럼 작곡가 중심의 프로젝트 음반이다.

 “작곡이란 걸 처음 접한 지 불과 6년 만에 제 이름을 내건 앨범을 내게 됐어요. 장애인이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좀더 주목을 받은 탓도 크겠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그저 한 명의 작곡가로서, 음악가로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딥니다. 겁도 나지만 잘 헤쳐나갈 겁니다. 기회가 되면 공연도 꼭 하고 싶어요.”(이정민)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 사진 이정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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