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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춤의 세계 열어주는 ‘100개의 열쇠’ 담았죠

등록 2011-09-28 20:05

김말복(54)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김말복(54)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무용예술코드’ 펴낸 김말복 교수
“사람들이 무용의 에이비시만 알면 ‘이 춤은 이렇고, 저 춤은 저렇게 보면 되는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저자의 말마따나, 536쪽짜리 무용 서적인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최근 출간된 김말복(54)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의 <무용예술코드>(한길아트)는 ‘쉽고 깊이 있는’ 춤 교양서를 지향한다. 성(性), 문화, 표현, 기법, 생각이란 다섯 장을 통해 100개 ‘키워드’를 ‘무용을 이해하는 새 열쇠’로 제시하는 이 책은 흥미로운 구성과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재밌게 읽힌다. 낭만 발레, 누벨 당스 등 역대 춤 장르와 토슈즈, 튀튀 등 우리가 ‘아름답다고 믿는’ 발레 복식에, 표현주의, 현상학 같은 사상적 흐름들이 ‘코드’로 갈무리되어 제시된다.

“무용 교양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사회, 문화 영역과의 연관성 속에서 춤을 읽는 데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술의 틀을 벗어나, 춤의 인간적 가치나 의미를 이야기하고 생활상에서 춤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를 보여주려 했어요.”

김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무용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분야에서 한국인 가운데 첫 박사학위 취득자다. 국내 춤판의 몇 안 되는 실력파 이론가인 그는 “몇 개 코드만 알면 모두가 춤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첫 장 ‘성’에서 발레의 몸짓부터 관람까지 지배해온 ‘남성적 시선’에 대해 짚어준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는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의 궁정에선 여장 남자들이 발레 주역을 했는데, 국가 후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예쁜 여자’를 내세우게 됐다”고 설명한다. “발레를 공연한 극장장은 중산층에게 발레를 팔아야 했죠. 발레 마스터(지도자)들도 훈련 때 교태스럽고, 고혹적인 스타일을 요구했어요. 남자가 바라볼 때 아름다운 여성의 포즈로 훈련시킨 거죠.”

김 교수는 “심지어 공연 막간에 발레리나를 커튼 뒤로 불러 유력 후원자와 차를 마시게 하는 사교 시간까지 있었다”며, 책에 빠진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여자만 등장한 낭만 발레를 실제로 조종하고, 평가한 건 남자들이었어요. 1950년대 안무가들이 발레리나의 몸을 더 드러내 보이도록 한 것도 그런 맥락과 닿아 있죠.”

주로 서양 무용 중심으로 서술하지만, 책은 최승희, 효명세자, 한국 전통 춤인 정재, 신명 네 개 코드로 한국 춤에 대한 풀이를 시도한다. 특히 조선 23대 왕 순조의 큰아들 효명세자가 직접 무용 양식을 창작했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저자 역시 서양 무용을 전공했지만, 지금 우리가 한국 춤을 감상할 줄 모른다면 맥이 끊길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도 영상 등으로 전통 춤을 꼭 접하게 한다고 했다.

“대중적인 힙합 춤도 그 뿌리는 20세기 초부터 이어진 볼룸 댄스, 고고, 스윙 등 사교춤과 닿아 있어요. 지금 생활 속 춤들을 폄하할 게 아니라, 그 의미를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인간은 춤출 때 가장 아름답다”는 김 교수는 앞으로도 “그 아름다운 몸짓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펴내고 싶다”고 말했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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