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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딸의 ‘열꽃’처럼 아픔의 끝서 만든 음악이에요

등록 2011-11-14 08:26

 타블로
타블로
솔로 앨범 ‘열꽃’ 낸 타블로
학력논란 뒤 두달 음악 놔
아픔 끝날때 핀다는 열꽃에
이거다! 생각하며 제목 지어
“사실상 아내와 만든 앨범”
지난 10일 서울 합정동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타블로를 보자마자 “살이 얼마나 빠진 거냐”고 물었다. 타블로는 “내가 그렇게 말랐나? 그런지도 몰랐다”고 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에 대한 짐작이 그를 더욱 야위어 보이게 했는지도 모른다.

타블로는 지난해 그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 학력이 거짓이라는 일부 누리꾼의 주장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음에도 세상과 통하는 문을 닫고 침잠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솔로 앨범 <열꽃>으로 세상에 손을 내밀었다. 1년 반 만의 공식 인터뷰에서 심경을 물었다.

“예전에 많은 사랑을 받을 땐 늘 신나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래서 놓친 것도 많았죠. 뭘 해도 반겨줄 거란 생각에 열심히 안한 적도 있었고, 더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행복해요. 그땐 보이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도 보이고요. 전에는 뭔지도 모르고 행복하다고 얘기한 적도 있지만, 이젠 ‘행복’이라는 단어를 감히 얘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뭐가 그를 행복하게 만든 걸까?

“지난해 6월부터 두달가량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러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단상과 악상을 메모하기 시작했죠. ‘음악 하고 싶지 않다’와 ‘음악 안 하면 미치겠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가을께 그나마 노래처럼 나온 게 이소라 선배에게 피처링을 부탁한 ‘집’이에요. 이후 서서히 노래들을 만들어갔지만, 누구에게 들려주거나 앨범으로 낸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근데 예상치 못하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 고맙고 행복할 수밖에요.”

지난달 21일 온라인에 먼저 공개한 <열꽃 파트1>의 다섯곡은 가사며 선율이 하나같이 어둡고 슬프다. 아픔과 외로움이 극에 달했을 즈음 만든 탓이다. ‘밑바닥에서’는 가사처럼 “하필 내 생의 밑바닥에서 날 만나게 된” 아내 강혜정(배우)과 18개월 딸에게 미안한 심정을 전하는 곡이다. “정신적으로 이 앨범은 혜정이와 같이 만든 것이기도 해요. 내가 힘든 거보다 배로 힘들었을 테니까요. 내게 ‘음악을 다시 해야 한다’며 와이지엔터테인먼트를 연결해준 것도 혜정이였죠.”

강혜정은 남편 손을 잡고 자신의 소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를 찾아갔다. 음악인 선배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심정에서였다. 양 대표는 “혼자 하는 한이 있어도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몇달 뒤 양 대표가 타블로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몇몇 데모곡을 들어본 양 대표는 전자우편으로 장문의 감상평을 보내왔다. “그런 섬세한 모니터는 처음 받아봤어요. 순간 와이지랑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꽃’이라는 앨범 제목은 아이에게서 얻었다. 올 초 아이가 심한 감기에 걸려 응급실에 갔는데, 나흘째 되던 날 아이 얼굴에 열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게 되게 안 좋은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책을 찾아보니 거의 나아간다는 징표더군요. 아픔이 극에 달할 때 피는 열꽃을 지나고 나면 아픔이 끝난다는 사실에 ‘이거다!’ 했어요.”


지난 1일 뒤이어 낸 <열꽃 파트2>에는 강렬하거나 밝은 분위기의 다섯곡이 담겼다. ‘고마운 숨’에서 타블로는 노래한다. “나를 숨쉬게 하는 건… 내 아내와 아이의 눈빛.”

역시 그를 행복하게 만든 또 하나는 가족이었다. “혼자였을 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내가 힘들고 아파하는 것만 생각했어요. 지금은 지켜야 할 가족이 있어요. 나 자신보다 중요한 존재가 있다는 걸 아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타블로는 이제 깊은 상처로부터 치유된 걸까? “치유는 다치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건 아니고요, 달라진 거죠. 예전 저의 일부분은 영영 사라진 건지도 몰라요. 앨범 수록곡 ‘나쁘다’의 가사처럼 “뭔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참 많이 들어요. 근데 그게 꼭 나쁜 것 같진 않아요.”

그는 “주위를 보면 저보다 힘들고 쓸쓸하고 아픈 분들이 참 많은데, 제 음악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를 미워하는 사람도 아직 많은데, 그들도 가슴 아픈 일을 겪게 되는 순간이 오면 제 음악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에픽하이는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멤버들과는 계속 연락하고 있어요. 사실 예전부터 멤버 3명 각자의 솔로 활동을 계획해왔거든요. 각자 음악세계를 만들어야 다시 뭉쳤을 때 더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해요. 에픽하이가 다시 뭉친다면 발전된 모습이어야지, 추억과 향수에 기대는 모습이 되고 싶진 않아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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