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46)
‘부활’ 김태원씨 자전에세이 출간
수익금은 장애인시설 건립에 기부
수익금은 장애인시설 건립에 기부
“무심코 보내는 지금 이 순간, 지금 만나는 이 사람이 당장은 우연 같지만 미래에는 기적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모든 기적은 우연으로 가장해 찾아옵니다.”
록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46·사진)씨가 21일 오후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연 자전 에세이집 <우연에서 기적으로>(청어람미디어 펴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어록에 추가한 말이다.
김씨는 “나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좌절·희망·용기를 골치 아픈 수학 공식이나 어려운 단어 없이 옆에서 말하 듯 적어놓은 책”이라며 “내가 워낙 말을 짧게 하는 스타일이라 책으로 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랜 기간 걸려 알아낸 걸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절부터 ‘국민 할매’, ‘국민 멘토’로 불리는 오늘날까지 몸소 겪고 느낀 것들을 대화체로 풀어놓았다.
“1988년 부활은 해체했고, 보컬 이승철은 솔로로 성공가도를 달렸죠. 저는 부활 리더로서 모든 걸 잃었어요. 몸도 정신도 정상이 아니었던 저는 자학했습니다. 마약에 취해 음악을 만들어 복수하고자 했지만, 그렇게는 아무 작품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4년 만에 얻었어요. 돌이켜보면, 이승철이 떠난 것도 이유가 있어요. 독선·고집·히스테리에 빠진 20대 후반의 내 모습이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씨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최근의 변화에 대해서도 심경을 털어놨다. “25년 음악인생의 제 유일한 무기는 ‘순수’였어요. 그런데 백두산의 김도균을 만나보니 나보다 더 순수하고 더 되는 일 없더군요. 머리 좋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성공하는 걸 봐왔기에 더 슬펐습니다. 제 유일한 무기는 더 이상 무기가 될 수 없었죠. 하지만 예능 출연 이후 영화에서나 보던 주인공의 희열을 느낍니다. 영광스럽고 버거울 정도로 행복하지만, 언제든지 다시 내려갈 준비도 돼있어요. 내게 더 이상 두려울 건 없습니다.”
김씨는 책의 인세 전액을 장애인 시설 건립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의 둘째 아이 우현군은 자폐증을 앓고 있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알고 8년 동안 우리 부부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나마 밥이라도 먹고 사는 우리도 이럴진대, 가난한 집에서 그런 아이가 태어나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제가 예능으로 갑자기 떠오른 것도 그런 곳에 힘을 보태라는 뜻 같아요.” 그는 책 제목의 ‘우연’이 아들 ‘우현’을 뜻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철씨와 재결합 가능성을 묻자 김씨는 이렇게 답했다. “살아있는 한 못할 이유가 없죠. 만약 하게 된다면 더 커다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오십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주류 무대에 남아있는 이들이 드문데, 둘 다 그런 행운을 누리고 있으니 더 크고 아름다운 곳에 그 에너지를 써야 하지 않을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청어람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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