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인디밴드 십센치의 멤버 권정열(왼쪽)의 알 없는 안경테를 다른 멤버 윤철종이 장난스럽게 만져보고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국투어중인 듀오 ‘십센치’
소속사·매니저·직원도 없이
인디로는 드물게 투어 매진
“우린 슈퍼스타 못 되겠지만
음악 계속하기만 해도 좋아”
소속사·매니저·직원도 없이
인디로는 드물게 투어 매진
“우린 슈퍼스타 못 되겠지만
음악 계속하기만 해도 좋아”
2008년 여름, 경북 구미에서 서울로 올라온 두 청년은 부끄럼이 많았다. 연습실 대용으로 거리 공연을 하면서도 최대한 꼭꼭 숨어서 했다. 멘트 없이 노래만 부르다 기껏 한다는 얘기가 “돈은 상자에 넣어주세요”와 “마지막 곡입니다”였다. 누군가가 팀 이름을 물으면 “없어요”라고 했다.
그해 겨울, 거리 공연을 하기엔 추웠다.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 오디션을 봤다. 권정열(보컬·젬베)과 윤철종(기타)의 키 차이를 뜻하는 ‘십센치’(10㎝)를 팀 이름으로 정한 것도 그때였다. 스스로 “뉴욕 맨해튼 스타일”이라고 주장하는,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통통 튀는 노랫말, 권정열의 ‘야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신선한 느낌을 주는 음악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십센치는 2009년 말 홍대 앞 ‘클럽 타’에서 연 첫 단독공연을 잊지 못한다. ‘얼마 안 오겠지?’ 했는데, 200여 관객으로 가득 찼다. 앨범 하나 없던 시절이었다. 이듬해 봄 첫 미니앨범(EP)을 냈다. 여름엔 장난처럼 만든 곡 ‘아메리카노’를 디지털 싱글로 발표했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 나중엔 커피 광고에도 쓰였다. 편집 앨범 <라이프>에 실은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노래로 선정됐다. 일상의 언어로 절절한 감성을 노래한 ‘그게 아니고’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올 초 발표한 1집은 3만장 넘게 팔렸다.
십센치는 지난여름 문화방송 <무한도전>의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에 출연한 걸 계기로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예능 프로그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부끄러워서 꺼렸는데, <무한도전>을 워낙 좋아한데다 우리가 음악 하는 걸 보여준다고 해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죠.”(권정열)
버스·지하철을 타고 다니던 이들은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택시를 타야만 했다.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 보는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사라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두달 전에야 윤철종이 면허를 따고 차를 샀다. 이들은 직접 운전하며 공연을 다닌다. 소속사는 물론 매니저도 없다. “홍보를 통해 뜬 것도 아닌데, 소속사가 필요할까요?”라고 반문하는 둘은 직접 차린 회사 ‘텐뮤직’의 공동대표다. 직원은 없다.
[관련영상] 착한 콘서트 두두림 ‘십센치’편
십센치는 요즘 전국투어를 돌고 있다. 지난 9월 초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공연을 시작으로 고양·부산·전주·대구·과천·대전 등에서 공연했다. 1천석 넘는 공연장이 대부분 매진됐다. 인디 밴드로선 좀처럼 드문 일이다. “지역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를 알게 돼 좋았어요. 맛집도 찾아다니며 하루 다섯끼 먹은 적도 있죠.”(윤철종) 26일 청주 공연까지 마친 뒤 다음달 2~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다.
공연 이후엔 2집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윤철종은 “써놓은 곡이 없어서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겁도 나고 기대도 된다”고 했다. 권정열은 “1집을 답습해서 잘되는 것보다 다르게 해서 망하는 게 더 멋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십센치는 최근에야 경제적으로 조금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그토록 좋아하는 제프 벡 내한공연에 돈이 없어 못 갔는데, 얼마 전엔 함께 필리핀 여행도 다녀왔다. “우린 치밀하지 못해서 슈퍼스타가 되진 못할 거예요.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만 있으면 하는 바람이죠.” 이들에게 더 이상의 돈과 인기는 관심 대상이 아닌 듯 보였다. 1544-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관련영상] 착한 콘서트 두두림 ‘십센치’편

공연 이후엔 2집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윤철종은 “써놓은 곡이 없어서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겁도 나고 기대도 된다”고 했다. 권정열은 “1집을 답습해서 잘되는 것보다 다르게 해서 망하는 게 더 멋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십센치는 최근에야 경제적으로 조금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그토록 좋아하는 제프 벡 내한공연에 돈이 없어 못 갔는데, 얼마 전엔 함께 필리핀 여행도 다녀왔다. “우린 치밀하지 못해서 슈퍼스타가 되진 못할 거예요.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만 있으면 하는 바람이죠.” 이들에게 더 이상의 돈과 인기는 관심 대상이 아닌 듯 보였다. 1544-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