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경
‘희나’ 앨범 내고 브라질로 떠난 나희경씨에게
두꺼운 목소리 2년걸쳐 바꿔
내년 가요 리메이크도 계획
두꺼운 목소리 2년걸쳐 바꿔
내년 가요 리메이크도 계획
나희경씨에게.
잘 도착했나요? 22일 인천공항을 이륙하면 환승을 포함해 꼬박 30시간 걸린다고 했으니, 지금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 글을 보고 있겠군요. 귓속 달팽이관 염증 때문에 어지럼증에 시달린다는데, 또 어지럼증으로 고생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희경씨가 한국에 남기고 간 앨범 <희나>를 자주 듣고 있어요. 아무 정보 없이 들으면 브라질 가수의 보사노바 앨범으로 착각할 정도로 본토 향취가 짙더군요. 보사노바 명곡들로 가득한데다, 보사노바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호베르토 메네스칼 등 브라질 최상정급 연주자들이 참여한 덕도 크겠죠. 무엇보다도 희경씨의 부드럽게 읊조리는 듯하면서도 심지가 살아있는 창법의 완성도가 절대적인 것 같아요.
원래는 노래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면서요? 초등학생 때부터 음악과 컴퓨터를 좋아하던 당신은 기타와 드럼을 배우고, 미디(컴퓨터 음악)를 독학했다고 했어요. 인터넷으로 온갖 음악을 찾아 듣다가 특히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음악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보사노바, 삼바 등 브라질 음악이었다죠. 하지만 대학 시절 몸담은 밴드에선 두껍고 강하고 솔풀한 목소리로 노래했다고 당신은 말했어요.
어느날 당신은 ‘다 내려놓고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절제하며 노래하는 게 더 내 것 같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했지요. 브라질 보사노바 가수 주앙 지우베르투의 내성적인 창법을 좋아해 자신도 그렇게 바꾸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죠. 지난해 9월 ‘보싸다방’이란 이름으로 보사노바 자작곡을 담은 미니앨범(EP) <찾아가기>를 발표한 그날, 당신은 브라질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어요. 보사노바에 온몸을 푹 담궈보고 싶다면서요.
지난해 말 음반 30장과 하숙집 주소만 들고 브라질로 날아간 당신은 무작정 보사노바의 성지로 불리는 클럽 ‘비니시우스 바’를 찾아갔다고 했지요. 음반을 돌리다 우연히 서게 된 무대에서 관객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며 보사노바 창시자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의 ‘데사피나두’를 불렀다면서요. 그곳 음악인들은 “한국인이 보사노바를 부르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국경을 초월해 음악인으로서 매력적이다”라고 호평했어요. 그리곤 당신과 다섯달에 걸쳐 앨범 작업을 했죠.
한국으로 돌아와 앨범을 발표하고 다시 브라질로 떠난 당신은 이제 또다른 도전에 나서는군요. 전에는 브라질의 전통을 흡수했다면, 이젠 방송·투어 활동을 하고 그곳 음악인들과 협업하며 브라질의 현재와 맞닥뜨리겠다고 당신은 말했어요. 보사노바 리듬을 차용한 1980~90년대 우리 가요를 편곡해 포르투갈어로 부르는 리메이크 앨범을 내년 늦봄에 발표하고, 언제가 될진 몰라도 자작곡으로 채운 2집을 만들겠다고도 했죠.
그 리메이크 앨범, 벌써부터 듣고 싶어지는데요?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싶네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무엇보다 건강 잘 챙기길 바래요. 그럼 내년 봄에 또 만나길 기원하며 이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소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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