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 록 밴드 에반에센스
5년만에 돌아온 록 밴드 에반에센스 첫 내한공연
노벨상 기념공연 “유일한 록밴드, 색다른 경험”
노벨상 기념공연 “유일한 록밴드, 색다른 경험”
미국 5인조 혼성 록 밴드 에반에센스가 다음달 17일 저녁 8시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에반에센스는 2003년 발표한 데뷔 앨범 <폴른>을 미국에서만 800만장 넘게 팔아치우고 이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최우수 하드록 퍼포먼스 부문 상을 거머쥐며 크게 주목받았다. 2006년 발표한 2집 <디 오픈 도어>는 나오자마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밴드 멤버 변동으로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밴드의 핵심인 여성 보컬리스트 에이미 리가 건재하게 자리를 지켜 지난해 말 3집 <에반에센스>로 5년 만에 돌아왔다. 현재 밴드 멤버는 에이미 리(보컬·키보드), 테리 발사모(기타), 트로이 맥로혼(기타), 팀 맥코드(베이스), 윌 헌트(드럼)다. 에이미 리와 전자우편 인터뷰를 했다.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하는 소감은?
“아쉽게도 지금까지 한번도 한국에 와본 적이 없다. 때문에 이번 공연이 더더욱 기대된다. 뮤지션으로서 음악을 만들고 앨범을 발표하는 것을 뛰어넘어 이렇게 전세계 많은 나라에 있는 팬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문화, 음식, 음악 등 모든 것이 궁금하고 이번 투어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동안 밴드 멤버 변동으로 인한 부침도 있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이번 앨범을 함께 작업한 지금 멤버들과는 이미 지난 <디 오픈 도어> 투어 때부터 함께해왔다.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음악 활동뿐 아니라 늘 붙어다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진짜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 멤버들과 처음 함께 연주할 땐 여러 가지 맞춰나가야 할 것들이 분명 있었지만, 현재로선 음악적으로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서로 함께하는 무대라면 확신이 들고, 자신 있다.”
-지난해 말 3집 <에반에센스>를 내기까지 5년이란 긴 세월이 걸린 이유는 뭔가?
“오랜만에 우리 스스로 너무나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운 앨범으로 돌아와서 참 기쁘다. 2집 <디 오픈 도어> 투어 이후 나 자신도 그랬고, 밴드 멤버들 모두가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에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다시 찾아올 때 다시 음악을 만들자고 다짐하고 각자 생활로 돌아갔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도 했고, 남편과 함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한다거나 다른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거나 하는 평범한 생활을 했다. 간혹 곡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저녁에 음악작업을 조금씩 하기도 했고, 그게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3집 앨범 작업으로 발전하게 됐다.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했지만 너무나 폭발적인 팬들의 반응을 느낄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
-3집 <에반에센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이번 앨범은 그 어떤 앨범보다도 ‘밴드를 위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보다 밴드로서 들려줄 수 있는 에반에센스 최고의 사운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멤버 모두가 레코딩 작업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밴드로서 우리 자신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 어떤 앨범보다도 밴드 멤버 개개인의 참여가 가장 높았던 앨범이었고, 그만큼 서로의 의견이 많이 투영된 앨범이다. 아주 진부하고 따분한 방법이지만, 정말로 내 아파트에 다같이 모여 둥그렇게 앉아 기타나 피아노, 드럼을 두드리며 곡 작업을 해나갔다.”
-5년 새 팝과 록의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3집 <에반에센스>는 에반에센스 기존의 파워풀한 고딕 스타일이 잘 살아있는 것 같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음악작업을 할 때 일종의 원칙이나 룰을 정하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게 하는 편이다. ‘꼭 이렇게 해야겠다’는 제한을 두기보다 우연히,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고 그런 아이디어들을 발전시켜 점차 구체화해나가는 것을 더 즐긴다. 이번 앨범의 초기 단계에선 좀더 일렉트로닉적이고 멜로디 부분에서 팝적인 요소가 강한 듯 싶었고, 베이스 위에 강한 기타 사운드와 드럼 등을 점차 얹어가면서 지금의 무겁고 강렬한 사운드로 발전시켰다.”
-5년 만의 공백이 있음에도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등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주류 록의 트렌드가 변했음에도 에반에센스의 인기가 여전한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1·2집 활동을 해오면서 분명 에반에센스만의 확실한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고, 그만큼 우리만의 사운드에 매력을 느낀 팬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앨범을 준비하고 발표하면서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진실되고 솔직하려고 노력했고, 우리 자신이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려고 지금도 노력중이다. 아마도 그런 진심이 통했기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에반에센스 음악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무명시절도 겪었고, 이제는 그때와 또다른 스타 아티스트로 살고 있다. 예전부터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해왔는데, 유명해져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든다면?
“유명인이 된 지금 평범한 삶을 꿈꾼다고 해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행운과 성공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고 오늘날까지 우리와 함께해준 팬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2집 투어까지 마무리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결혼생활에 집중하고 싶었고, 다행히도 내가 살고 있는 뉴욕은 유명인에게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곳이기에 보통의 평범한 삶을 즐길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점이라면 이렇게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공연할 수 있다는 점과 내가 너무나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음악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매우 단순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
“다양한 음악을 듣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1990년대 록 밴드들의 음악을 지금도 즐겨 듣고, 클래식, 영화음악도 즐긴다. 음악적 영감은 비욕으로부터 많이 받곤 한다. 그는 너무나 용감하고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노래’라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영화 장르에 견준다면 에반에센스는 어떤 영화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매우 재미있는 질문이다. 아마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1996년 리메이크작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일 것 같다. 영화 자체에서 보여지는 천재적인 연출 감각, 음악, 영상 등 모두 뛰어나다. 여러 장르의 영화에 우리 음악이 쓰이기도 했지만, 우리 음악의 가사를 잘 들어 보면, 공포보다는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아직도 에반에센스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청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글쎄, 록 음악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곁을 함께해온 팬들이 분명 존재하고, 우리가 활동하지 않았던 시간에도 계속해서 새 앨범에 대해 기대를 갖고 기다려온 팬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음악에 대한 정체성과 같은 부분의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적어도 에반에센스로 활동해오면서 훗날 돌아봤을 때 ‘그것이 나였고, 내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왔기에 우리 음악에서만큼은 솔직하고 자랑스럽다고 느낀다.”
-지난해 12월 노벨 평화상 기념공연에 출연했다.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너무나 뜻 깊은 공연이었다. 공연에 초대받았을 때 매우 기뻤고, 공연하기 앞서 우리도 모르게 조금씩 긴장도 됐었다. 즐길 준비를 하고 공연장을 찾아온 팬들이 아닌 평화운동가나 대통령, 정치인, 왕족들이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우리가 유일한 록 밴드였기 때문에 다른 공연들보다 조금은 낯선 분위기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참석자들이 수상자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분위기에 함께했기 때문에 공연 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는 등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시아 투어는 처음인 걸로 안다. 대규모 월드투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너무 기대되고 흥분되는 일이다. 특히 일본과 몇 군데 별도로 공연을 갔던 것 말고는 정식 아시아 투어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나 우리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아티스트들은, 특히 외국 공연을 많이 다니는 뮤지션들은 ‘해적’처럼 여기저기 잘 다닐 수 있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휴식기를 가지면서 이번 아시아 투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었다.”
-이번 투어에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공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첫 한국 공연인 만큼 많은 사랑을 보내준 1·2집 수록곡들을 충분히 들려주려 하고, 역시나 3집 앨범에 수록된 새로운 곡들도 선보일 계획이다. 팬들이 진정으로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공연인만큼 보너스 트랙들도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도 첫 히트곡 ‘브링 미 투 라이프’ 시절의 에반에센스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다. 처음 만나는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에반에센스의 한국 공연을 기다려주어 대단히 고맙다. 여러분만큼 우리도 너무나 흥분되고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멋진 공연을 위해, 한국 팬들이 진정으로 우리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기 바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알리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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