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 밴드 베이루트가 25일 저녁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늘어나는 내한공연 왜?
중장년층 문화소비 욕구
기업마케팅이 시장 키워
록·재즈·인디 등 공연 풍성
“지방공연 더 활성화돼야”
중장년층 문화소비 욕구
기업마케팅이 시장 키워
록·재즈·인디 등 공연 풍성
“지방공연 더 활성화돼야”
25일 저녁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열린 미국 인디 밴드 베이루트의 내한공연 무대는 평소 접하기 힘든 악기들로 가득했다. 리더 잭 콘던 등 6명이 트럼펫, 우쿨렐레, 플뤼겔호른, 프렌치호른, 트롬본, 튜바, 실로폰, 아코디언, 피아노, 베이스, 드럼 등을 1인 다역으로 연주하며 노래했다. 유럽 발칸 반도의 집시 음악부터 프랑스 샹송, 미국 인디 록까지 절묘하게 뒤섞어 비장하면서도 흥겨운 입체적 사운드를 들려줬다. 한국에선 좀처럼 듣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에 공연장을 가득 메운 1500여 관객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환호성을 질러댔다.
내한공연 시장이 갈수록 풍성해지고 있다. 공연 횟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초대형 스타의 대규모 공연부터 인디 밴드의 소극장 공연까지 다각화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내한공연 매출액은 2009년보다 107%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기획사 액세스이엔티의 경우 주최한 내한공연 횟수가 2007년 4개에서 2011년 9개로 두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연초부터 굵직한 내한공연이 잇따른다. 헤비메탈의 교과서로 불리는 주다스 프리스트, 5인조 뉴 메탈 밴드 에버네슨스, 뉴 로맨틱 팝·록의 선구자 듀란듀란,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대표주자 드림시어터 등이 줄줄이 한국을 찾는다. 1970~80년대 디스코 열풍을 일으킨 그룹 보니 엠, ‘돈트 워리, 비 해피’로 유명한 목소리의 마술사 바비 맥페린의 내한공연도 예정돼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올 하반기 세계적인 스타들의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올여름 대만 공연과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 참가가 예정된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내한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고, 새 앨범 투어에 들어갈 예정인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 등의 이름도 거론된다.
주다스 프리스트 공연을 주최하는 나인엔터테인먼트의 김형일 대표는 “요즘 30대 후반, 40대에는 학창시절 음악을 즐겨 들었던 이들이 많은데, 이들이 경제력을 갖춘 사회 중심세력이 되면서 공연장을 부쩍 자주 찾고 있다”며 내한공연 시장이 활기를 띠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주다스 프리스트 공연만 해도 40~50대 예매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얼마 전 현대카드 주최 데이미언 라이스 내한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액세스이엔티의 문소현 팀장도 “최근 문화 소비가 크게 늘어난데다, 카드사·백화점 등 기업들이 문화 마케팅에 힘을 쏟는 것도 활성화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유명세는 덜해도 탄탄한 마니아 팬을 거느린 음악인들의 내한공연도 적지 않다. 25일 베이루트 내한공연에 이어, 미국 헤비메탈 밴드 램 오브 갓,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레이철 야마가타, 필리핀 출신으로 국내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아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채리스 등이 찾아온다. 일본 헤비메탈 밴드 갈네리우스, 미국 인디 밴드 토로 이 무아, 더 페인스 오브 빙 퓨어 앳 하트 등은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램 오브 갓 내한공연을 주최하는 도프엔터테인먼트의 김윤중 대표는 “램 오브 갓은 국내 고정 팬들이 탄탄한데다 주한미군들도 많이 찾는 편이어서 1500장 매진이 예상된다”며 “최근 중국·오스트레일리아 공연 시장이 커져 아티스트들이 적은 개런티로도 한국을 찾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베이루트 내한공연을 주최한 소니뮤직의 김영혁 본부장은 “개런티가 높은 대형 밴드는 공연이 실패할 경우 위험 부담이 크지만, 인디 밴드나 신인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성화로 공연 홍보가 쉬워진 것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조명을 덜 받았던 재즈 공연이 부쩍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키스 재럿, 허비 핸콕, 팻 메시니 같은 거장뿐 아니라 비교적 생소한 유럽 재즈 연주자나 신인급 아티스트들의 크고 작은 내한공연들이 잦아졌다. 다음달엔 디바 헤일리 로렌, 네덜란드 출신으로 데뷔 20돌을 맞은 디바 로라 피지 등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내한공연 시장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만 해도 한 아티스트가 몇개 도시를 돌며 여러 차례 공연을 하지만, 내한공연은 서울에서 한두 차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관객층이 아직까진 한정적이어서 내한공연 시장이 안정기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김영혁 본부장은 “최근 위험률 낮은 작은 공연에 대한 시도가 늘었지만, 이 또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한공연의 다각화 현상은 아직 과도기나 개척기 수준인 것 같다”고 했다. 김형일 대표도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치른 마룬5 내한공연처럼, 지방 공연이 활성화돼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짚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그렇다고 내한공연 시장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만 해도 한 아티스트가 몇개 도시를 돌며 여러 차례 공연을 하지만, 내한공연은 서울에서 한두 차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관객층이 아직까진 한정적이어서 내한공연 시장이 안정기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김영혁 본부장은 “최근 위험률 낮은 작은 공연에 대한 시도가 늘었지만, 이 또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한공연의 다각화 현상은 아직 과도기나 개척기 수준인 것 같다”고 했다. 김형일 대표도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치른 마룬5 내한공연처럼, 지방 공연이 활성화돼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짚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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