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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 연주음악의 잭 스패로와 동화속 항해

등록 2012-02-07 21:32

3인조 프로젝트 앙상블 티미르호가 2집 <동화>로 두번째 항해에 나섰다. 왼쪽부터 김주민(클라리넷), 김재훈(작곡·피아노), 이창현(첼로). 포니캐년 제공
3인조 프로젝트 앙상블 티미르호가 2집 <동화>로 두번째 항해에 나섰다. 왼쪽부터 김주민(클라리넷), 김재훈(작곡·피아노), 이창현(첼로). 포니캐년 제공
김재훈의 프로젝트 앙상블
앨범마다 악기편성 달리해
이번엔 클라리넷·첼로 함께
“뉴에이지 꼬리표 떼고싶어”
두번째 앨범 낸 티미르호
미국 할리우드에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 선장이 있다면, 여기 한국에는 ‘티미르호’의 김재훈 선장이 있다. 잭 스패로 선장이 우리를 낯설고 짜릿한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면, 김재훈 선장은 우리를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동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티미르호가 2집 <동화>로 두번째 항해에 나섰다. 2009년 말 1집 <티미르호>로 나선 첫 항해 이후 2년여 만이다. 티미르호는 김재훈이 이끄는 3인조 프로젝트 앙상블. 작곡과 피아노를 맡은 김재훈을 빼고 매번 멤버와 악기 편성을 달리한다는 독특한 원칙을 지니고 있다. 1집에서 리코더(이정국)·기타(박승원)와 함께했던 김재훈은 이번에 클라리넷(김주민)·첼로(이창현)와 3중주를 빚어냈다.

낮에는 피아노로 쇼팽을 연주하고, 밤에는 가짜 콧수염을 달고 인디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던 한때의 이중생활이 상징하듯, 김재훈은 영역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 서울대 작곡과에서 음악학을 공부한 그는 티미르호 음악의 장르를 묻는 기자에게 “클래식도 뉴에이지도 아닌, 그냥 연주음악으로 봐달라”고 했다. 클라리넷을 연주한 김주민은 “굳이 장르를 구분 짓는 게 의미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1집과 2집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피아노·관악기·현악기 3중주라는 점은 같다. 그러나 1집에서 피아노가 주선율을 이끌고 리코더와 기타가 뒤를 받쳤다면, 2집에선 피아노·클라리넷·첼로가 주선율, 화성 등 역할을 때때로 바꿔가며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룬다. 리코더와 기타가 유년기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냈다면, 클라리넷과 첼로는 청년기의 농익은 열정을 표현한다.

“1집에서 피아노 솔로가 돋보여선지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티미르호 음악은 뉴에이지가 아닙니다. 제 졸업 논문이 ‘한국 뉴에이지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에요. 뉴에이지는 1960~70년대 당시 점성학에 기반을 둔 명상음악에서 출발했어요. 뉴에이지 대가로 알려진 조지 윈스턴도 자신의 음악을 뉴에이지라 부르는 걸 싫어하죠. 저 또한 뉴에이지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어서 2집에서 앙상블을 더욱 강조했습니다.”(김재훈)

음악이 그려내는 이미지도 닮은 듯 다르다. 1집에서 항해에 나선 배는 바다 한가운데 섬에 닿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다. 2집에선 배가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오른다. 1집의 그 섬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기도 하고, 달과 북극에도 가닿는다. 항해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를 표현하는 선율은 더욱 다채로워졌고 스케일도 커졌다. 배가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구상은 2010년 몽골의 홉스골 호수에 여행갔다가 물 위로 반짝거리는 달빛을 보고 떠올렸다고 한다.

“이번 앨범을 듣고 영화음악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영화음악보다는 음악영화라고 해두고 싶어요. 영화음악은 영상이 먼저 나오고 거기에 맞춰 음악을 만드는 거지만, 티미르호의 경우엔 음악 자체가 영상이 되거든요. 음악으로만 이뤄진 영화라고나 할까요.”(김재훈)

티미르호 두번째 앨범
티미르호 두번째 앨범
이들은 ‘음악영화’의 특성을 살려 앨범 전체를 함축해놓은 듯한 곡 ‘달의 바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음악이 먼저 나오고 이에 맞춰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영화음악 작업의 역순인 셈이다. 뮤직비디오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티미르호가 지난달 28일 서울 홍대 앞 카페 벨로주에서 두차례 연 2집 발매 기념 공연은 금세 매진됐다. 이들은 4월7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공연에서 또다시 항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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