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배
미니앨범 ‘좀 웃긴’ 낸 윤영배
90년대 음악공동체였던
‘하나음악’ 멤버들 참여
90년대 음악공동체였던
‘하나음악’ 멤버들 참여
1990년대에 순수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하나음악’을 기억할 것이다. 조동진·조동익 형제를 중심으로 장필순, 함춘호, 김정렬, 박용준, 한동준, 고찬용, 이규호 등이 모인, 마치 가족과도 같은 음악공동체였다. 2000년대 들어 사그라지는가 싶더니 지난해 ‘푸른 곰팡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조동진·조동익 형제의 막내동생 조동희 1집을 1호 앨범으로 낸 데 이어, 이번에 윤영배의 두번째 미니앨범(EP) <좀 웃긴>을 발매했다.
윤영배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을 낸 건 2010년이지만, 그는 1993년부터 하나음악 식구로 음악을 해왔다. 장필순, 조동익, 더 클래식, 이규호 등의 음반에 작사·작곡·연주자로 참여했다. 1999년 네덜란드로 훌쩍 유학을 떠났던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바람처럼 돌아와 2002년 제주도의 작은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텃밭을 가꾸고 나무를 해다가 불을 땠다. 몇년 뒤 조동익·장필순도 제주도로 내려왔다.
놀러온 이상순이 기타
장필순은 면발로 악기
조동익 집에 모여 녹음 이번 앨범은 그의 삶처럼, 흘러가는 바람처럼 만들어졌다. 첫 앨범을 서울에서 혼자 기타 한 대만으로 작업했던 윤영배가 두번째 앨범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려 하자 곁에 있던 조동익이 말했다. “그냥 여기서 같이 하자.” 조동익은 베이스 연주와 편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녹음과 믹싱도 조동익의 집에서 했다. 조동익이 음악 작업에 다시 나선 건 2002년 장필순 6집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밖에서 보자면 동익이 형이 음악을 안 하다 갑자기 다시 한 것이지만, 안에서 보자면 늘 함께 어울리던 내가 작업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된 거죠.”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은 녹음 때도 이어졌다. 기타리스트 이상순이 제주도에 놀러왔다가 ‘좀 웃긴’, ‘소나기’ 두 곡에 연주자로 동참한 게 그랬다. ‘아니오’를 녹음할 때 타악기의 하나인 셰이커 소리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자 곁에 있던 장필순이 부엌에 들어갔다. 빈 깡통에 마른 스파게티 면을 담아 흔들자 기막힌 셰이커로 변신했다. 장필순은 코러스로 목소리도 보탰다.
신곡은 5곡이지만, 앨범에는 전곡의 리마스터링 버전까지 모두 10곡을 담았다. 1~5번 트랙은 제주도의 조동익 방에서 마스터링까지 마친 것이고, 6~10번 트랙은 서울의 제대로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전문 엔지니어가 마스터링을 다시 한 것이다. 목소리, 개별 악기, 효과음 등 여러 소리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하는 작업을 믹싱이라고 하는데, 마스터링은 마지막 단계의 믹싱을 뜻한다. 믹싱도 보통은 엔지니어의 몫이지만, 특히나 마스터링은 고가의 장비를 갖춘 전문가에게 따로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들어보니, 앞의 것이 약간은 거칠고 뭉툭한 느낌이라면, 뒤의 것은 깔끔하고 소리의 결이 날카롭게 서 있는 느낌이다.
“요즘은 마스터링을 전문가에게 따로 맡기는 게 필수처럼 됐어요. 물론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니까 그렇겠죠. 하지만 창작자 자신이 의도한 사운드가 분명히 있을 텐데, 막판에 전문가의 마스터링을 거치며 표준화·획일화되는 걸 당연시하는 풍토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어요. 아무리 소리가 좋아진들 창작자가 그 과정을 책임질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이죠.”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한참 풀어놓던 그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하나음악이 대단히 순수하거나 고매한 존재로 비치는 건 부담스러워요. 우리가 특별난 것도 없고요. 그저 우리처럼 약하고 힘없는 모임도 이 바닥에 잘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윤영배는 다음달 17일 서울 장충동 웰콤시어터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02)514-1633.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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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은 면발로 악기
조동익 집에 모여 녹음 이번 앨범은 그의 삶처럼, 흘러가는 바람처럼 만들어졌다. 첫 앨범을 서울에서 혼자 기타 한 대만으로 작업했던 윤영배가 두번째 앨범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려 하자 곁에 있던 조동익이 말했다. “그냥 여기서 같이 하자.” 조동익은 베이스 연주와 편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녹음과 믹싱도 조동익의 집에서 했다. 조동익이 음악 작업에 다시 나선 건 2002년 장필순 6집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밖에서 보자면 동익이 형이 음악을 안 하다 갑자기 다시 한 것이지만, 안에서 보자면 늘 함께 어울리던 내가 작업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된 거죠.”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은 녹음 때도 이어졌다. 기타리스트 이상순이 제주도에 놀러왔다가 ‘좀 웃긴’, ‘소나기’ 두 곡에 연주자로 동참한 게 그랬다. ‘아니오’를 녹음할 때 타악기의 하나인 셰이커 소리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자 곁에 있던 장필순이 부엌에 들어갔다. 빈 깡통에 마른 스파게티 면을 담아 흔들자 기막힌 셰이커로 변신했다. 장필순은 코러스로 목소리도 보탰다.
왼쪽부터 이상순, 장필순, 조동익
“요즘은 마스터링을 전문가에게 따로 맡기는 게 필수처럼 됐어요. 물론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니까 그렇겠죠. 하지만 창작자 자신이 의도한 사운드가 분명히 있을 텐데, 막판에 전문가의 마스터링을 거치며 표준화·획일화되는 걸 당연시하는 풍토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어요. 아무리 소리가 좋아진들 창작자가 그 과정을 책임질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이죠.”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한참 풀어놓던 그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하나음악이 대단히 순수하거나 고매한 존재로 비치는 건 부담스러워요. 우리가 특별난 것도 없고요. 그저 우리처럼 약하고 힘없는 모임도 이 바닥에 잘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윤영배는 다음달 17일 서울 장충동 웰콤시어터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02)514-1633.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장남 이맹희가 동생 이건희에 밀린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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