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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재즈 신인으로 돌아온 가수왕 이은하

등록 2012-02-20 15:45수정 2012-02-23 18:03

이은하
이은하
남무성 프로듀서와 손잡고 <마이 송 마이 재즈> 발표
국내 정상급 재즈 연주자 대거 참여…‘봄비’ 등 히트곡 다시 불러
“겉 흉내만 냈다는 소리 듣기 싫어…본격적으로 공부할 것”
지난 2007년 이은하는 법원에서 주민등록상 나이를 1961년생으로 바로 잡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73년 ‘임 마중’이라는 노래로 데뷔했을 당시 세살을 올린 이후 34년 만에 제 나이를 찾은 것이다.

“그땐 가수를 하려면 17살인가를 넘어야 해서 아예 호적을 1958년생으로 바꿨어요. 그러다 몇년 전 ‘이제는 내 나이를 찾아도 되지 않을까’ 한 거죠. (올린 나이로) 또래로 친하게 지내던 김보연(배우)에게 ‘미안해. 이제 언니로 부를까?’ 했더니 ‘됐어, 얘. 언니는 무슨’ 이러더라고요.”

제 나이를 찾던 그해 이은하는 15년 만의 신작 <컴백>을 발표했다. 나이 든 가수들이 흔히 안착하는 트로트가 아니라 최신 트렌드의 일렉트로닉 음악이었다. “마돈나처럼 나이 들어서도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게 좋아보였죠.” 하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5억원이나 들여 직접 앨범을 제작했던 그는 쓴맛만 봤다.

따지고 보면, 재즈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바로 그해 어느 늦가을 저녁이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이 서울 성북동의 어느 야외무대에서 연 쇼케이스에 초청받아 간 터였다. 저녁 놀이 붉게 스며드는 무대에 취해 “나도 노래 한번 불러봅시다” 하고 청했다. 늘 갖고 다니던 반주 시디를 틀고 자신의 히트곡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재즈 분위기에 맞춰 멜로디를 변주해 불렀다. 이를 보던 재즈 음반 프로듀서 남무성씨의 눈이 반짝였다.

이은하가 남무성 프로듀서쪽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 지난해 봄이었다. 재즈 음반을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나보고 재즈를 하랜다.” 매니저 일을 봐주는 사촌동생에게 말했다. “재즈라면 누나 나이랑 잘 맞을 것 같은데요.” “그래? 한번 해봐?”

사실 이은하에게 재즈는 넘지 못할 높은 벽처럼 다가왔다. 어릴 때부터 팝, 디스코, 리듬 앤 블루스를 불러온 그는 20대 들어 록에 빠져들었다. ‘이은하와 호랑이들’이라는 록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록 특유의 높고 곧게 내지르는 창법에 익숙해진 그에게 목소리 변화를 많이 주고 즉흥 애드리브를 해야 하는 재즈 창법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망설임 끝에 지난해 7월 앨범 녹음에 들어갔지만, 녹음 내내 뭔가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이전에 두차례 큰 실패를 경험해선지 나도 모르게 위축됐어요. 2007년 <컴백> 실패 이후 2010년 4억원을 들여 제작한 김현식 20주기 헌정 음반 <비처럼 음악처럼>도 실패로 이어졌거든요. 또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나 봐요.”

두달 정도로 예상했던 녹음 기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져만 갔다. “주위에서 잘한다고 치켜세워줘도 스스로 만족을 못하겠더라고요. 아무리 불러도 내 노래가 아닌 것 같고, 빙빙 겉도는 것만 같았죠. 가수왕과 10대 가수를 몇번씩 했고 노래에 관해선 누구보다도 콧대가 높았기에 더욱 발톱을 세우지 않았나 싶어요.”


갈등은 지난해 말 마지막으로 재즈 스탠더드 ‘마이 퍼니 발렌타인’을 녹음할 때 극대화됐다. “남무성 프로듀서가 이 곡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들어보니 나와는 너무 다른 거예요. 최선을 다해 노래는 하겠지만 앨범에 넣진 못할 거라고 선언했죠. 녹음 때 배를 잔뜩 부풀리고 잘 안내려가는 저음으로 부르는데, 죽겠는 거예요. 그런데 주위에선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하더라고요. ‘정말이야?’ 수십번 되물었죠. 그때 힘을 받으면서 감이 오기 시작했어요. 뒤늦게 발동 걸려 먼저 녹음한 곡들도 전부 다시 하자고 했죠.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그러지는 못했어요.”

그렇게 해서 완성된 음반이 22일 발매되는 <마이 송 마이 재즈>다. ‘미소를 띄우며…’, ‘봄비’,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등 자신의 히트곡을 재즈로 편곡해 불렀고, 재즈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이 만든 신곡 ‘내 노래’, ‘내일도 어제처럼’과 ‘마이 퍼니 발렌타인’, ‘더 룩 오브 러브’ 등 재즈 스탠더드를 실었다. 이정식, 이주한, 양준호(피아노), 김창현(베이스), 최우준(기타) 등 국내 정상급 재즈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빛과 소금’의 장기호는 ‘봄비’의 보컬 디렉팅을 맡았다.

황덕호 재즈 평론가는 “이은하는 억지로 재즈 가수가 돼야겠다는 과욕을 부리지 않고, 모든 재즈의 요소를 훌륭한 연주자들에게 맡긴 채 자연스럽게 스윙을 타면서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 이것이 이은하, ‘그의 재즈’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은하는 여전히 몸을 낮춘다. “재즈 가수로선 이제 첫걸음 뗀 신인인데, 제가 뭘 알겠어요? 그래도 재즈는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음악이라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재즈를 공부하려고 해요. 겉 흉내만 냈다는 소리는 듣기 싫거든요. 저는 지금껏 그렇게 노래하지 않았어요. 내친 김에 올 가을에 재즈 2집도 내고 일본에도 진출할 겁니다. 적어도 5년은 열심히 재즈 전도사로 활동하려고요.”

이은하는 22일 오후 4시 서울 동숭동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에서 여는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새 앨범 활동에 들어간다. 노래만 할 수 있다면 방송이고 크고 작은 공연장이고 가리지 않을 생각이란다. “패티 김 선배님 얼마나 멋져요. 저도 앞으로 20년은 더 노래할 겁니다. 결혼요? 할 수 있으면 해야죠. 그런데 저 좋다는 남자, 아마 없을 걸요?”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써씬뮤직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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