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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 “1톤의 몸무게로 대단한 앨범 만들겠다”

등록 2012-02-21 14:03수정 2012-02-21 22:42

23살의 젊은 디바 아델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주요 3개 부문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하며 그래미의 여왕 자리에 올랐다.
23살의 젊은 디바 아델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주요 3개 부문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하며 그래미의 여왕 자리에 올랐다.
서정민의 음악다방
아델 열풍은 눈이 아니라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에 대한 그리움의 표출
29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그 그리움을 만나보시라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 대한 국내 언론의 관심이 이토록 뜨거웠던 게 얼마 만인가! 수상 결과는 물론, 시상식 전부터 강력한 수상자로 점쳐지던 영국 싱어송라이터 아델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198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음악시장에서 팝이 차지하는 위상은 상당했다. 음악 좀 듣는다는 이들은 가요보다 팝을 선호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은 국내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르도 참 다양했다. 록, 헤비메탈, 팝, 포크, 블루스, 아르앤비, 솔, 펑키, 디스코…. 10대 시절, 빌보드 차트를 외우고, 그래미 후보작을 챙겨 듣고, 팝 잡지를 보물처럼 사모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에이치오티(H.O.T)로 상징되는 아이돌 돌풍이 일면서 가요의 비중이 팝을 넘어섰다. 서울 ‘홍대 앞’으로 상징되는 인디신의 생성과 약진도 눈에 띄었지만, 2000년대 들어 더욱 심화된 아이돌 독식 현상에 이내 묻혔다. 자본과 인기가 집중된 아이돌은 점점 진화해 오늘날 다른 나라에서 케이팝(K-pop) 열풍을 일으킬 정도가 됐다. 반면 아이돌이 아닌 다른 음악의 입지는 좁아져만 갔다.

 최근 세계 팝 시장에서 부는 아델 열풍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델은 빼어난 미인도 아니고, 몸매도 살집이 있는 편이다. 빠르고 화려하고 세련된 음악이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그는 복고적이고 깊이 있는 솔 음악을 지향한다. 아델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플레이보이>나 <보그>의 표지 모델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롤링 스톤>이나 <큐> 같은 음악 전문지의 표지 모델이 되고 싶다. 나는 트렌드 세터가 아니라 가수다. 나는 니콜 리치(배우 겸 가수) 같은 몸매로 엉망인 앨범을 내느니, 차라리 1톤의 몸무게로 대단한 앨범을 만들겠다.”

 눈이 아니라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 음악의 파생상품보다 음악 본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향한 그리움이 바로 아델 열풍이라는 현상으로 표출된 건 아닐까. 그런 아델에게 올해의 앨범·레코드·노래 등 주요 3개 부문을 포함해 6관왕을 몰아주는 그래미 시상식이, 아델의 앨범을 꾸준히 구입해 빌보드 앨범 차트 20주간 1위(비연속) 기록을 달성하게 만든 음악 팬들이 나는 부럽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감지된다. 10년도 훨씬 넘게 장기집권해온 아이돌 음악에 피로감을 느낀 대중은 이제 다른 음악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다. ‘세시봉’이니 ‘나가수’니 하는 바람도 그렇고, 2000년대 들어 사그라들었던 인디신의 재점화도 고무적이다. 아델에 대한 국내 언론의 관심도 같은 맥락이다. 팝에서 아이돌 가요로 옮겨온 무게추가 다시 팝으로 돌아가는 대신, 다양한 음악으로 분화되는 모양새다.

 변화의 흐름에 둔감한 건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이다. 대다수가 여전히 아이돌 가수들로 도배한다. 텔레비전만 보고 있으면, 도대체 다른 어떤 좋은 음악들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권한다. 오는 29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판매량, 인기도, 방송 출연 횟수 등 외적 요인을 걷어내고 음악 자체만으로 평가하는 상이다. 여기선 아이돌과 인디 음악이 공존한다. ‘듣보’(듣도 보도 못한)니 뭐니 하는 색안경을 벗고 한번 들어나 보시라. 문화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향유하는 자의 것이다.

 대중문화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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