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근형
연극 <3월의 눈> 주연 맡은 배우 박근형
“추억 속 부인과 사는 장오, 정적-동적인 연기 보일 것”
연극 부흥 위해 힘썼지만 적극 참여 못해 미안해
이순재·오현경과 함께 공연했으면…
“추억 속 부인과 사는 장오, 정적-동적인 연기 보일 것”
연극 부흥 위해 힘썼지만 적극 참여 못해 미안해
이순재·오현경과 함께 공연했으면…
“한 주에 나는 3번 무대에 섭니다. 2번은 연출가의 주문대로 정(靜)의 연기를 하고, 한 번은 내 해석대로 동(動)의 연기를 할 거에요. 다 보고 신랄한 비평을 해 주시구려.”
연극 전체를 연습하는 데 2시간. 연습이 끝난 뒤 손진책 연출가, 배우 백성희씨와 함께 무대에 앉아 작품 해석을 두고 벌인 토론이 40여 분. 그래도 박근형(72)은 ‘쌩쌩’했다. <3월의 눈>이라는 연극과 자신이 맡은 주인공 ‘장오’에 대한 분석은 공연 개막이 일주일 남짓 남은 시점에서도 치열하게 계속됐다. 3월 1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같은 달 18일까지 공연하는 <3월의 눈>에 ‘장오’역으로 출연하는 박씨를 지난 21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만났다.
“장오는 추억 속의 부인과 살아요. 사상이 달라 떠난 아들, 민주화운동을 하던 손주, 먼저 죽은 부인. 작품 속엔 그 셋에 대한 기다림이 있죠. 현실의 장오가 상상 속 사람과 생활하는 걸 표현하는 데 생각이 달라서. 의견 충돌이야 항상 있죠.”
<3월의 눈>은 지난해 국내 연극판의 최고령 배우 장민호(88), 백성희(87) 씨가 무대에 선 모습만으로도 감동을 줬던 작품이다. 최근 건강이 나빠진 장씨 대신 박씨가 백씨와 새로이 호흡을 맞춘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데다, 백씨가 “한번 해보자”고 제안해 출연을 결정했다. “저는 사실주의 연기에 익숙한데 작년에 이 공연을 보니까 침묵극 같기도 하고, 다르더라고요. ‘다양한 해석을 존중하자’고 합의하고 시작했죠.”
장씨보다 16살 ‘젊은’ 박씨는 “새 시대 아니요? 80 먹은 사람도 성생활을 하고 활발하게 잘 돌아다녀요. 너무 고요할 필요는 없어요”라고 말한다. <3월의 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20년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황당하더라고. 내가 한 말도 아닌데.”
그는 14년째 살아온 경기 고양시에서 1998년 만들어진 고양시연극협회를 중심으로 연극 부흥을 위해 힘을 쏟았다. “대학로에 한창 포르노연극이 활개칠 때지요. 당시 고 신동영 고양시장과 연극 사업을 추진했는데 99년 시장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없던 일이 됐죠.”
새로운 연극 둥지를 만들겠다는 희망은 꺾였지만, 그는 2005년에도 동료 양택조 등과 함께 고양에서 올린 연극 <안중근과 이등박문>에 출연하기도 했다. “배우가 모자라서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역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러니까, <3월의 눈>의 박근형은 ‘20년만에 돌아온’ 게 아니라, “참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무대 언저리에 항상 있었던 셈.
스스로는 “(연극을 활발히 하지 못해) 부끄럽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그는 78년 김인태, 이순재, 남일우 등 50년대 대학에서 학생극을 하던 배우 출신 스타들과 함께 극단 사조를 만들어 공연도 했다. “대단한 연극 이론가이자, 시간을 쪼개 연극을 하는 이순재 선배나 최고의 화술로 ‘참 재밌는 연기’를 여전히 보여주는 오현경 선배를 보면 정말로 존경스럽다”고 했다.
그는 “연극에 미쳐 1년에 10편 넘게 출연하던” 50년대 말~60년대 초반을 지나 ‘인생의 목표’였던 국립극단 단원이 됐고, 그 시절 백씨 등과 함께 작업했다. 이번 <3월의 눈>은 40여 년만에 돌아온 국립극단 무대다. 신사적인 풍모의 그지만, 연기 생활엔 굴곡이 잦았다. 63년 텔레비전에 본격적으로 출연한 이후엔 ‘연기를 못한다’며 드라마에서 퇴짜를 맞기도 했다. 방송국 전속배우로 매번 비슷한 역할을 하는 데 질려 다양한 연기를 하겠다며 ‘프리랜서 선언’을 한 뒤엔 좀처럼 출연 기회를 얻지 못해 68년부터는 영화로 발을 넓혔다. 74년 영화 <화가 이중섭>으로 13회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타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텔레비전 출신이 처음 대종상 주연상을 타는 바람에 영화계에 난리가 나서, (시상식을 하지 않고) 시상식 당일 낮 라디오로 간단히 발표하고 마는” 해프닝도 겪었다. 50년 넘게 안방극장을 지킨 그이기에, 제작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깊다. “드라마가 잘 돼도 제작 환경에 재투자가 안되니까 늘 열악해요. 연극은 더 하죠. 라면 공장보다 못한 게 드라마, 연극 세트예요.” 한편으로는 “예전엔 등단 작가들이 대본을 써서 드라마 언어가 정확하고 문학적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불만과, “역할 연구는 뒷전인 채 신부, 신랑 화장만 하려 하고 잘 때도 립스틱을 바르고 자는” 젊은 연기자들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는다. 2010년 논란 속에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국립극단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앞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지. 덜렁 가건물 하나 주고 무책임하게 버려둔 거죠. 재정 압박은 더 심해지고, 제작은 어렵고…” 그는 1959년 입학해 4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 그만 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1999년 재입학해 졸업했다. “총장이 친구뻘이였죠(웃음). 요즘 친구들은 다들 ‘스타’만 되고 싶어하더라고. 또 선생님들이 요즘엔 죄다 미국 박사들이라 다양성이 없어요.” 그러면서 “유인촌, 배종옥 이후에 중앙대에선 배우가 안 나온다”며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박근형은 이순재, 오현경, 송승환과 함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꼭 공연하고 싶다고 한다. 3년 전쯤 “고교 후배이자 한참 막내”인 송승환에게 “한번 추진해 보라”고 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란다. 올 3월과 4월 <3월의 눈>, <봄날>(오현경), <아버지>(이순재)로 연극무대를 은빛으로 빛낼 이 노배우들이 한데 모인다면? 그야말로 ‘꿈의 캐스팅’일 것이다. (02)3279-2233.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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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극에 미쳐 1년에 10편 넘게 출연하던” 50년대 말~60년대 초반을 지나 ‘인생의 목표’였던 국립극단 단원이 됐고, 그 시절 백씨 등과 함께 작업했다. 이번 <3월의 눈>은 40여 년만에 돌아온 국립극단 무대다. 신사적인 풍모의 그지만, 연기 생활엔 굴곡이 잦았다. 63년 텔레비전에 본격적으로 출연한 이후엔 ‘연기를 못한다’며 드라마에서 퇴짜를 맞기도 했다. 방송국 전속배우로 매번 비슷한 역할을 하는 데 질려 다양한 연기를 하겠다며 ‘프리랜서 선언’을 한 뒤엔 좀처럼 출연 기회를 얻지 못해 68년부터는 영화로 발을 넓혔다. 74년 영화 <화가 이중섭>으로 13회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타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텔레비전 출신이 처음 대종상 주연상을 타는 바람에 영화계에 난리가 나서, (시상식을 하지 않고) 시상식 당일 낮 라디오로 간단히 발표하고 마는” 해프닝도 겪었다. 50년 넘게 안방극장을 지킨 그이기에, 제작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깊다. “드라마가 잘 돼도 제작 환경에 재투자가 안되니까 늘 열악해요. 연극은 더 하죠. 라면 공장보다 못한 게 드라마, 연극 세트예요.” 한편으로는 “예전엔 등단 작가들이 대본을 써서 드라마 언어가 정확하고 문학적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불만과, “역할 연구는 뒷전인 채 신부, 신랑 화장만 하려 하고 잘 때도 립스틱을 바르고 자는” 젊은 연기자들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는다. 2010년 논란 속에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국립극단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앞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지. 덜렁 가건물 하나 주고 무책임하게 버려둔 거죠. 재정 압박은 더 심해지고, 제작은 어렵고…” 그는 1959년 입학해 4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 그만 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1999년 재입학해 졸업했다. “총장이 친구뻘이였죠(웃음). 요즘 친구들은 다들 ‘스타’만 되고 싶어하더라고. 또 선생님들이 요즘엔 죄다 미국 박사들이라 다양성이 없어요.” 그러면서 “유인촌, 배종옥 이후에 중앙대에선 배우가 안 나온다”며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박근형은 이순재, 오현경, 송승환과 함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꼭 공연하고 싶다고 한다. 3년 전쯤 “고교 후배이자 한참 막내”인 송승환에게 “한번 추진해 보라”고 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란다. 올 3월과 4월 <3월의 눈>, <봄날>(오현경), <아버지>(이순재)로 연극무대를 은빛으로 빛낼 이 노배우들이 한데 모인다면? 그야말로 ‘꿈의 캐스팅’일 것이다. (02)3279-2233.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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